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N인터뷰]② '기기괴괴 성형수' 감독·프로듀서 "베니스영화제 러브콜도 받았지만…"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20-09-09 10:40 송고
조경훈 감독(왼쪽)과 전병진 프로듀서/(주)에스에스애니멘트 © 뉴스1
조경훈 감독(왼쪽)과 전병진 프로듀서/(주)에스에스애니멘트 © 뉴스1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위험한 기적의 물 '성형수'를 알게 된 예지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호러성형괴담 영화다. 오성대 작가의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의 '성형수' 편을 원작으로 하며 조경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평점 9.9 웹툰 원작을 애니메이션 영화화한 '기기괴괴 성형수'는 성형수라는 기발한 소재를 스크린으로 옮겨 담았다. 영화는 짧은 호흡의 원작 웹툰에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더해 극의 설득력을 더했고, 이를 통해 성형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과 폭력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원작의 기괴한 연출 역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내 눈길을 끈다.
이에 '기기괴괴 성형수'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제44회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비롯해 제26회 프랑스 에뜨랑제국제영화제, 제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과 제53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잇따라 초청되며 진가를 알리고 있는 것.

9일 개봉한 '기기괴괴 성형수' 애니메이션 제작과 연출을 맡은 조경훈 감독(45)과 영화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업 등 제작 전반에 걸쳐 참여한 전병진 프로듀서(49)가 최근 뉴스1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스틸 © 뉴스1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스틸 © 뉴스1
<【N인터뷰】①에 이어>

-원작에 표현된 기괴한 모습을 애니메이션 장르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실제 작업할 때는 어땠나.
▶(조) 사실 '기기괴괴 성형수'를 만들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캐릭터들이 일상적인 연기를 소화해야 하니까 앞서 진행한 애니메이션보다는 만화적 상상력이 제한된 작품이었다. 다만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장점들이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상황을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간이 편하게 전환되거나, 실사에서 잡기 어려운 앵글을 잡을 수 있는 것 등이 그렇다. 물론 과장된 요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극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아직 작은데, 이번 '기기괴괴 성형수'을 통해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호평도 있다.

▶(조) 우리 스스로 작품에 한계가 있고, 부족한 부분들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더 하고 싶었지만,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했다. 그래도 부족한 리소스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도 중요하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최대한 장점에 집중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 정도로 만들어 줬다는 그런 반응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현재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할 사명감도 느낀다.

▶(전) 이번 프로젝트는 첫 사례다. 처음 시도하는 기획이라 투자 당시에는 선뜻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겪었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완성했다. '기기괴괴 성형수'가 유·아동 애니메이션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한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 엄청난 대박을 일으키지는 못하더라도, 단단한 장벽에 균열을 낸다면, 다음 작품들이 뚫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균열을 낸 첫 단추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런 시도들이 해외에서 통한 게 아닐까.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프랑스 에뜨랑제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여러 곳에 초청됐다.

▶(조) 좋다.(웃음)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아무 데도 못가니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갔는데 참 좋더라. 관객들과 만나서 영화 얘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해외 영화제는 홈페이지로만 볼 수 있어서 아쉽다. 감흥을 못 느끼고 있다.

▶(전) 지금도 해외 영화제에서 계속 초청이 오고 있다. 현재 12개 영화제 초청이 확정됐는데도 계속 러브콜이 온다. 전 세계 골고루 반응이 오고 있어서 기획대로 글로벌한 서브 마켓에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있다. 사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도 초청됐었다. 그런데 조건이 월드프리미어더라. 하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하던 타이밍이라 아쉽게 베니스에 갈 수 없게 됐다. 인터내셔널프리미어로는 어렵다고 들었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
조경훈 감독(왼쪽)과 전병진 프로듀서/(주)에스에스애니멘트 © 뉴스1
조경훈 감독(왼쪽)과 전병진 프로듀서/(주)에스에스애니멘트 © 뉴스1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이유를 분석해 본다면.

▶(조) 원작의 소재적인 매력, 애니메이션에서도 희귀한 장르적인 부분, 그리고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 의식이 나름대로 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 첫 번째는 이런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서 호러 미스터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1998년도에 나온 일본의 '퍼펙트 블루' 정도가 비슷한 예시가 될 수 있는 정도다.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오성대 작가의 '성형수' 아이디어가 큰 어필이 됐다. 이 소재는 누가 봐도 기가 막힐 정도의 아이디어다. 우리가 원작의 힘을 많이 봤다.

-'기기괴괴 성형수'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전) 처음에는 '기기괴괴' 시리즈를 뉴미디어로 기획하려고 했다. '기기괴괴' 브랜드로 한국의 환상특급, 한국판 기묘한 이야기를 선보이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성형수'가 대박이 나서 극장용으로 나오게 됐다.(웃음) 우선 나도 서브컬처의 팬으로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SF, 호러, 미스터리 장르 등 서브컬처의 팬들에게 소비되는 것이 목표다.

▶(조) 사실 나도, 프로듀서도, 모든 스태프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운드도 정말 훌륭하다. 재밌게 잘 봐주시면 좋겠다.


seunga@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