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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취업대란 없다…빅4 채용 줄지만 중견·중소가 늘린다

뉴스1 전수조사 결과 빅4 등 회계법인 40곳이 970여명 채용
"내년도 선발인원 축소" 주장하는 회계업계 명분 약해질 듯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0-08-24 06:35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신(新) 외부감사법 도입 등으로 감사시간이 늘어난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이 속속 신입 회계사 채용에 나서 올해 회계업계에서 취업대란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이 올해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를 줄여 일자리를 못구하는 회계사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오는 28일 발표되는 제55회 공인회계사(CPA) 시험의 최종 합격자 1100명의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할 경우, 내년도 회계사 선발인원을 축소하자고 주장하는 회계업계의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뉴스1>이 상장사 감사인으로 등록된 회계법인 40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회계법인이 올해 채용 예정인 신입 회계사 규모는 97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채용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곳들과 금융감독원이나 일반 기업 등에 입사할 회계사 등을 감안하면 올해 선발될 회계사 1100명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취업을 하지 않고 군에 입대하거나 학업을 지속할 수도 있다.

상장사 감사인으로 등록된 회계법인 40곳을 회계사수로 분류했을 때, 600명 이상인 대형(4곳) 중 삼정이 올해 250명으로 가장 많이 채용할 예정이다. 삼일은 230명, 한영은 200명, 안진은 150명이다. 빅4가 총 830명을 뽑는 것이다. 지난해(1050여명)보다는 20% 가량 줄어든 규모다. 빅4는 지난해까지 신입 회계사들을 많이 뽑은 데다 회계사들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퇴사율이 급감해 올해 채용규모를 줄였다.

지난 6월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55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응시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6.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6월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55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응시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6.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선발될 회계사 규모가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나면서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취업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그러나 최근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이 신입 회계사 선발에 나설 채비를 하면서 이런 우려가 불식되고 있다.
회계사 수 120명 이상~600명 미만인 중견 회계법인(5곳) 중 삼덕이 10~15명, 신한과 한울이 각각 10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회계사 수 60명 이상~120명 미만인 중형 회계법인(15곳) 중에서는 서현 30~35명, 성도 30명, 정진세림 10명, 삼화 5~10명, 도원과 신우가 각각 5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또 회계사 수 40명 이상~60명 미만인 소형 회계법인(16곳) 중에서 안경(10명), 예교지성(5명), 광교(1명) 등이 젊은 피를 수혈할 계획이다.

즉, 중견·중소 회계법인에서만 신입 회계사 131~146명을 뽑는다. 올해 신입 회계사 채용 계획이 없다(이촌, 현대, 진일)고 답하거나 수시채용(선진) 중이라고 한 회계법인을 제외하고, 아직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대주, 우리 등 회계법인들도 신입 회계사 채용에 나설 가능성이 커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의 전체 채용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이 신입 회계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신 외부감사법으로 변화된 감사환경이 있다. 상장사 감사인으로 등록된 회계법인은 올해부터 상장사 감사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감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상장사 감사인으로 등록된 뒤 등록요건을 유지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다.

한 중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신입 회계사를 4~5명만 뽑고, 주로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변화하는 회계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중견 회계법인 관계자도 "지난해에는 수시채용을 했는데 감사업무가 많이 늘어서 올해는 신입 회계사들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서울청사 전경. 2017.8.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부서울청사 전경. 2017.8.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금융당국도 빅4의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 축소와 관련해 최근 상장사 감사인 등록 회계법인들을 대상으로 신입 회계사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사결과 빅4가 채용규모를 줄이는 만큼 나머지 36곳에서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신입 회계사가 취직이 안 되거나 수습할 데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회계사 선발인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회계업계의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 선발될 회계사 1100명 중 일자리를 못구하는 인력이 생기면 내년에는 회계사를 덜 뽑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데, 1100명 대부분이 채용되면 회계사 수를 줄이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계업계는 회계사가 넘쳐나면 저가수임 및 감사품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며 선발인원 축소 논리를 펴왔다. 

금융당국은 올해 선발 회계사들의 취업 경로를 분석하고 회계업계의 내년도 신입 회계사 수요 조사 등을 거쳐 오는 11월쯤 내년도 회계사 선발인원을 결정할 계획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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