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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② 문가영 "아역 데뷔→'애어른' 칭찬, 슬픈 말이더라고요"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0-05-20 08:00 송고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배우 문가영(24)은 이달 중순 종영한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국민 첫사랑, 라이징 스타 여하진 역을 맡아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정훈(김동욱 분)과의 멜로를 안정적으로 그리며 호평받았다.

문가영은 극 초반 비주얼부터 '착붙'인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라이징 스타 여하진으로 등장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색다른 멜로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을 영리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더불어 극 후반부 기억을 되찾고 혼란에 빠지며 깊은 감정연기까지 소화하며 제몫을 다 해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문가영은 '그 남자의 기억법'이 마냥 수동적이지 않은 여성캐릭터를 중심에 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며, 자신 역시 언제나 솔직하고 당당한 여하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10세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15년차를 맞은 문가영. 어릴 때는 마냥 칭찬인줄 알았던 '애어른'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슬프게 느껴졌다며, 이제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살며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언제 어디서나 솔직하고 당당한 여하진처럼.   

<【N인터뷰】①에 이어>

-제일 연기하기 힘든 장면은 무엇이었나.
▶13부가 하진이에게 너무 중요한 회였다. 하진이 모든 기억을 다 찾아서 매번 울었다. 1부부터 회상신 등 언젠가 하진이가 기억을 되찾는다는 힌트가 나왔다. 그게 쌓여서 나온 것이 13부여서 너무 중요한 회차였다. 전개가 빠르다는 장점은 모든 감정을 몰아서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볍지 않은 서사인데 로맨스 안에서 하진이의 서사를 압축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진이가 무너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는 것도 있어서 그게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13부에서 특히 연기 호평이 많았다. 본인이 보기엔 어땠나.

▶잘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번도 내가 연기를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진심을 다해서 만족스럽게 하려고 했다. 팬들이 정리해서 올려준 것을 봤다. 내가 표현한 것보다 훨씬 더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게 감사하다.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여하진 인스타그램도 화제인데.

▶감독님 처음 뵙는 자리에서 하진이 인스타그램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다가 한 건데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다행히 좋아해주시고 나도 그 관심에 뭐라도 올리려고 했다.

-하진의 모습중 문가영씨에게 남은 것은.

▶하진이의 밝고 긍정적인 면이 남았다. 아예 나와 다른 캐릭터는 아니어서 오히려 더 떠나보내기 힘들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한 것이다보니 신 하나하나에 작은 것까지 남더라. 예전에는 빨리 털어버려야지 싶었는데 이번은 자연스럽게 잊히는 게 좋은 것 같다. 아직까지 마음을 꾸준히 가지고 있다. 배우들도 단체대화방에서 대화 나누고 있다. 아직은 이 작품에 젖어있는 것이 더 좋다.

-여하진 스타일링도 화제였다.

▶정말 많은 고생을 해줬는데 정말 다양하게 입으려고 했고 안 입어본 색이 없을 것이다. 거의 130벌 이상의 옷을 입었더라. 한 회에 10벌 이상 입었다. 하진이 화보 촬영 현장도 있다 보니 못 해봤던 걸 다 해봤다. 그러다 보니 어떤 스타일링이라고 구체적으로 포인트를 잡기보다 다양하게 입으려고 했다. 한을 많이 풀었다.

-대본 받고 어떤 점이 가장 장점이라고 생각했나.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표현할 여자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본다. 일단 멜로와 로코지만 남자 중심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진이 오지랖과 민폐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나쁜 게 아니라 솔직한 매력, 호감이 좋았다. 

-그동안 다소 남성캐릭터위주의 멜로물은 피했나.

▶그런 것보다 타이밍이 좋게 만난 작품이었다. 운명처럼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와이키키'를 끝내고 쉴 때 많은 작품이 오고 가긴 했지만 뭐든지 쉽게 성사는 되지 않잖나. 이 작품은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착착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운명적으로 타이밍이 좋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현실에 없을 법한 연예인이 여하진인데, 연예인 문가영으로서 해방감도 느꼈을 것 같다.

▶하진이를 앞세워서 할 수 있었던 것이 많았다. 작품을 통해서 재미나게 표현했던 장면도 많다. 하진이가 작품 속 캐릭터여서 그럴 수 있지만 실제 인물이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다. 하진이를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실제 이상형은 어떤가. 드라마처럼 다 기억하는 사람은 어떤가.

▶괴로울 것 같다.(웃음) 본업을 잘 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예전 인터뷰 보면 이런 이상형을 말했나 싶다. 매번 달라지는 것 같다. 나보다 손이 큰 남자라고 대답한 것도 있더라.(웃음)

-일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본인은 어떤가.

▶어쩌다보니 일찍 일을 시작해서 꾸준히 일하다보니 다행히 남들보다 빨리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다. 그런 것은 행운이다. 멋 모르고 하다가 직업으로 받아들이고 보니 다른 차원의 고민도 생긴다. 이 일을 하는게 너무 좋다. 힘들어도 말을 못 하는 것은 내가 선택했으니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즐겁고 재미나게 하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늘 작품을 대할 때 정성들여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슬럼프는 없었나.

▶당연히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게 별거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몇번의 고비는 있었다. 나는 아역을 했으니 어떻게 성인으로 잘 넘어가야 하나 고민했다. 그냥 나이를 먹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심각한 고민이었다.

-처음 시작도 본인의 선택이었나.

▶엄마의 권유였다. 처음 학습지 모델 모집에 낸 사진을 보고 (연예계) 제안을 받고 엄마가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깐 일이 없었는데 그때 내가 생각보다 연기를 진짜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 뒤로는 욕심이 커졌다.

-어릴 때 생각한 목표는.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려운 거다. 연기를 꾸준히 하면서 존경을 이상향으로 두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평소에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주로 무슨 생각을 많이 하나.

▶1차원적인 대답인데 괜찮겠나. 책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마스크를 쓰고 서점에 갔다. 이 세상에 책은 많고 내가 사는 시간과 뇌는 한정적인데 이걸 어떻게 다 읽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웃음)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배우 문가영/키이스트 제공© 뉴스1
-독서나 공부는 나중에 연기 외에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하는 것인가.

▶지극히 취미다. 공적인 것과 관계가 없는 나 혼자만의 영역이다. 책 추전도 부탁을 많이 받고 책과 관련한 방송도 나갔지만 내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고민은.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행복한 시기이긴 하지만 늘 다음이 고민이다. 일만 해왔기 때문일까. '그 남자의 기억법'을 무사히 잘 보여드렸으니, 다음은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지? 고민한다. 늘 그래왔지만 자주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보니 어떤 걸로 보여드릴지 재미난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진이를 연기하면서 문가영도 솔직해지고 더 단단하게 나를 표현하게 됐나.

▶많이 배웠다. 그 전에는 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쓴소리가 용납이 안 됐다. 착하고 철 들었다는 이야기를 너무 듣고 싶었던 아이었다. 어릴 때는 '애어른'이나 '철 들었다'가 굉장한 칭찬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싫더라. 슬픈 말이더라. 시간이 흐르고 생각이 바뀌기도 했고 하진이를 만나고보니 의연하게 대처하는게 사는데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더라. 남들의 시선을 느끼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사는 게 나에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20대 여배우로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자신은 어떤 단계인 것 같ㄷ나.

▶20대 여배우 라든지 그런 건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안정적으로 하고 있는 건가. 생각보다 독립적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20대 여자 배우에 포함됐다는 게 낯설다. 내 목표이자 내 생각은 매년 내 나이에 맞는 모습들을 남겨놓는 거다. 스물다섯의 모습을 '그 남자의 기억법'으로 남겼으면 내년의 나를 어떤 기록을 남길지 생각하게 된다. 엄청난 포부는 없다. 20대 여자배우로서 뭔가를 보여드리고 그 정도의 큰 생각은 안 해봤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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