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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 마스크 쓰고 청소년들이 쏟아낸 인권침해 사례들

청소년인권법연대 주최 '인권침해 증언대회'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8-01-13 16:23 송고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단에서 열란 '서울 학생·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준비한 손피켓 내용© News1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단에서 열란 '서울 학생·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준비한 손피켓 내용© News1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고발하기 위해 스스로 마이크를 들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청소년인권법연대)는 13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단에서 '서울 학생·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를 열었다.
청소년인권법연대는 청소년참정권 보장,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 학생인권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하기 위해 370여개 청소년·교육·인권시민사회 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조직이다.

이날 증언대회에서 청소년들은 익명으로 몇몇은 마스크를 쓰고 자신이 겪었던 사례들에 털어놨다.

'아란'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청소년은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학원 선생님과 가족들의 강요로 학교와 학원을 나가게 됐고 그 과정에서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며 "학원과 가정에서 지속해서 각종 폭력에 시달리고 있어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운위'라고 자신을 밝힌 또 다른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털어놨다. 그는 "업주가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거나 일을 성인보다 못한다고 시급을 깎기도 했다"며 "전단지 알바를 할 때는 옷을 두껍게 입으면 사람들이 무서워서 도망간다며 눈 오는 날씨에도 옷을 얇게 입고 오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밝힌 청소년 '선우'는 "부모님은 내가 성소수자라는 걸 안 이후 수도 없는 폭언과 폭행 협박과 학대를 일상화했다"라며 "심지어 나의 존재 자체를 지우고 싶다는 취지의 '저XX를 지워버렸어야 됐는데'라고도 서슴지 않고 폭언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선우는 가정을 벗어나 청소년 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쉼터에서는 '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 있다'며 그의 입소를 거부했다. 선우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 가족에서도 학대를 받았으며 사회에 도움을 청해도 차별과 혐오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인권법연대는 "현재 국회에서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것을 비롯해 청소년의 인권과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특정 정당의 반대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청소년의 참정권과 인권 문제는 표 계산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를 살아가며 고통받는 존재들에 대한 문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청소년인권법연대가 2420명의 청소년(만 13~18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전국청소년인권실태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2%가 교사나 어른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때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청소년인권법연대는 이날 증언대회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증언대회를 진행한 뒤 청소년들의 증언 내용을 바탕으로 청소년 인권 개선을 위한 입법운동 등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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