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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신문화·비뚤어진 교육열이 캐나다 물범을 죽인다

[눈물 흘리는 야생동물들] <4> 산 채로 껍데기가 벗겨지는 하프물범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7-09-29 08:00 송고
어미와 새끼 하프물범.(사진 출처 Visit Greenland - Harp seal mother and her pup, CC BY 2.0)© News1
어미와 새끼 하프물범.(사진 출처 Visit Greenland - Harp seal mother and her pup, CC BY 2.0)© News1

검정색 동그란 눈 등 귀여운 외모 덕에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하프물범은 대서양 북단과 북극해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류 동물이다. 하프물범은 봄이 되면 캐나다 북동부의 뉴펀들랜드와 래브라도, 세인트로렌스 만 지역을 찾아온다.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그러나 새 생명이 탄생하는 시기에 해마다 그곳은 '상위 포식자' 인간에 의해 핏빛으로 물든다. 잔혹한 하프물범 사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개 4월 중순 사냥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2주 빠른 3월 28일에 첫 사냥이 시작됐다.

하프물범의 사냥은 잔인한 방법 때문에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냥할 때 사용하는 도구인 '하카픽(Hakapik)'은 한 끝에 물범의 머리를 내려치기 위한 곤봉이, 다른 한 끝은 죽은 사체를 배로 끌고 오기 위한 쇠갈고리가 달려 있다.

이런 끔찍한 사냥의 표적은 모피 상태가 최상급인 어린 물범들. 갓 태어나 어미젖을 물고 있는 하프물범 새끼들의 머리가 부서지고 온몸이 찢긴다.  
캐나다 정부는 물범이 즉사한 것을 확인한 후 모피를 벗겨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실제 사냥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2007년 국제수의사 조사위의 보고에 따르면 사냥꾼의 66%가 물범이 죽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물범은 껍질이 벗겨질 때까지 부상을 입은 채로 방치되었다. 2001년 시행된 조사에서도 도살되는 하프물범의 42%가 의식이 있는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지난 5년간 사냥된 하프물범의 98% 이상이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새끼들이었다고 밝혔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하프물범은 눈과 코에서 피를 뿜으며 마지막 숨을 쉬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프물범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이지만, 어린 나이에 이렇게 사냥 당해 죽는 경우가 많다.

하프물범의 사냥은 잔인한 방법 때문에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사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 제공 )© News1
하프물범의 사냥은 잔인한 방법 때문에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사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 제공 )© News1

전 세계 35개국이 잔인한 사냥법 때문에 하프물범의 무역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1972년에, 유럽연합은 2009년에 물범의 거래를 금지했다. 하프물범 모피의 90%를 수입하던 러시아도 2011년 수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2013년에는 대만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하프물범 수입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캐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무역 금지국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캐나다가 하프물범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는 160만 달러로, 10년 전인 2006년 3400만 달러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잔인하게 도살된 하프물범은 어디로 팔려나갈까.

하프물범을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중국은 모피를, 우리나라는 하프물범고기와 기름을 주로 수입한다. 수입된 하프물범기름은 건강보조제 오메가3의 원료로 사용된다. 중국에서도 수입하지 않는 하프물범고기는 1kg에 50센트 정도의 헐값에 팔려 국내에 들어온다.

수입된 고기는 건강원 등에서 '물범탕'의 재료로 쓰인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 준다거나, 정력에 좋다는 허위 광고에 한 재에 수 십 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서울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물범탕을 먹고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 명단'이 돌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범의 경우 중금속 농축 우려가 있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하프물범 기름에 함유된 오메가3는 호두, 아몬드 같은 견과류와 들기름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에도 함유돼 있는 성분이다.

우리나라의 보신문화와 비뚤어진 교육열이 결국 잔인한 하프물범 사냥을 유지시키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입고 쓰고 구매할 것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때로는 우리의 선택이 지구 저편에 있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산업을 유지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면서 "반대로 조그만 불편을 감수한다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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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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