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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선구제? 이대로는 안돼"…주택기금 사용 적절성 등 지적 쏟아져(종합)

HUG 재정난 우려도…"발생하는 손실 부담으로 작용"
행정비용만 '3000억' 필요…"대규모 예산 소요는 확실"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2024-04-30 17:01 송고 | 2024-04-30 17:02 최종수정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공공이 우선 매입한 뒤 먼저 보상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과 관련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 조항에 미비점이 많고,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 만큼, 이대로 시행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를 열고,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선구제 후회수는 HUG 등 공공기관이 먼저 채권을 매입해 보상을 해주고 나중에 경매 등 구상을 통해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현재 관련 법안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직회부됐으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법상 미비점이 있고, 조세채권 확인 등 여러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서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선구제 후회수 개정법안에 담겨 있는 조치들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되고, 향후 법 통과가 됐을 때 문제없이 작동될 수 있는 형태였으면 좋았을 텐데, 논의과정이 충분치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우선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주택 매입에 주택도시기금이 쓰인다는 점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들이 납입한 청약저축 금액과 부동산 취득 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비용으로 조성된다.

이 기금은 서민들의 주택 구입 시 출·융자와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돼야 하는데, 사적 계약 영역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건전성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1년 말 49조 원에 달했으나, 올해 3월 말 잔액이 13조 9000억 원에 그쳤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에게 잠깐 빌린 돈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소모성으로 써버리고 없애버려도 되는 것인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쓰는게 맞는지 숙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2024.4.24/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2024.4.24/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재정도 적잖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1만 5000명의 평균 보증금을 기준으로 예상 재정 규모를 산정한 결과, 3조~4조 원으로 산출됐다. 여기에 향후 매입을 진행할 HUG에선 조직 인력 충원 등 행정비용으로 1000억~3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제시한 5850억 원의 재정을 감안하더라도 행정비용을 더하면 최대 1조 원가량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 조항의 모호성도 지적됐다.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을 두고 임차보증금의 일정 비율인지, 최우선변제금인지 불명확해서다.

채권의 가치 평가에 대한 문제점도 다수 지적됐다. 우선 지역별, 용도별, 시장상황별로 예상 낙차가율의 변동성이 크고, 조세채권에 대한 산정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채권은 대부분 부실채권에 해당하는 만큼 평가액이 액면 금액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한 분쟁도 예상됐다.

전세사기와는 무관한 제삼자에 대한 피해 가능성도 언급됐다. 개정안은 선순위 채권을 할인 매수하도록 하고 있고, 그로 인한 이익을 임차보증반환 채권의 평가금액에 가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피해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HUG의 재정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경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박사는 "채권 매입을 통해 발생하는 손실은 작지 않은 수준이 되고 일차적으로 공사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보상에 대한 법리적 적절성 여부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윤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만 피해지인가, 보이스피싱도 문제"라며 "만약 앞으로 사기 피해자가 국가에 보상을 요청하면 어떤 논리로 구제해 줄 수 없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가 됐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법안이) 이대로 통과돼선 안된다"며 "수정이 돼야 한다. 통과 후 1개월 뒤에 바로 시행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원이 확보되질 않았고, 가치평가 방안 등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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