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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모르쇠하더니 사고 1주일만에 펜스 설치"…동덕여대 학생들 '분노'

[르포]트럭 참사 일어난 곳 '급경사에 예전부터 부상자 많았던 곳'
학생들 "안전 관리 미흡·보여주기식 대응 사과해야"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023-06-14 05:30 송고 | 2023-06-14 09:08 최종수정
13일 동덕여대 중문에서 인문관으로 향하는 길.  2023.06.13 © 뉴스1 김예원 기자
13일 동덕여대 중문에서 인문관으로 향하는 길.  2023.06.13 © 뉴스1 김예원 기자

"6년전부터 안전시설 설치 요구했는데…사고 일주일 후에 바로 설치되는 걸 보면서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경사 보세요. 이전에도 여기서 다친 학생들 있었어요"
지난 13일 동덕여대 캠퍼스 중문에서 인문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마디로 화가 나 있었다. 지난 5일 이곳에서는 재학생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가 조금만 더 일찍 귀를 귀울였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기 때문이다. 

폭 5미터, 직선 20미터인 이 길은 학생들 사이에선 급격한 경사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혹시나 텀블러라도 떨어트리면 한참을 굴러 내려간다. 비가 내리면 흙탕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한겨울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스키장 슬로프를 방불케 한다.

동덕여대 학생들이라면 이 길을 피할 수 없다. 전공필수와 교양 수업 등이 주로 이뤄지는 인문관을 이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개강을 하면 매일 수천명의 동덕여대 학생들이 이곳을 지나친다. 무엇보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이 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 이전에도 교내 사건·사고 잦았던 곳…깁스하거나 넘어지는 일 다반사

동덕여대 학생들은 이번 참사 이전에도 이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재학생 김모씨(23)는 "학교 오르막길을 내려오다 넘어져 깁스를 하거나, 겨울철 빙판길에 넘어져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경우가 왕왕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 관계자도 "이곳은 학생들끼리 밧줄 하나 매달고 등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가파르기로 유명했다"며 "지금은 차량이 통제됐지만 사고 이전엔 쓰레기 수거차가 끊임없이 오가 안전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사고가 난 곳은) 차도와 인도가 뚜렷하지 않고 안전장치도 없던 경사도였다"면서 "화물차 등 트럭은 사각지대가 넓어 대형 쓰레기 등 무거운 물품을 실으면 가속도가 붙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학생들, 수년 동안 위험 제기했지만 학교 '묵살'…분노 커져

학생들은 이런 위험 때문에 수년 동안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인도와 차도가 혼재돼 있어 인도 확대, 철제 펜스 설치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학교가 이를 방조했고 이번 비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곳을 지나던 재학생 박모씨(21)는 "(사고가 난)곳은 평소 차도와 인도가 구분돼 있지 않아 학생회 차원에서 안전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동덕여대 측은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을 수립해 대응 중이다. 동덕여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출입통제 및 안전조치 시행 △숭인관 쓰레기 집하장 이전 및 압콜박스 철거 △인권센터 특별상담 진행 △교내 긴급안전공사 시행 △애도기간 동안 교내 자체행사 축소 및 연기 △외부 전문가를 통한 교내 안전점검 추진 △안전강화위원회 설치운영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학생들은 추모집회를 학교 측이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욱 분노하고 있다.

동덕여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교내자체행사들을 자제하도록 요청했지만 학생 단체가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교수, 학생, 직원 구성원 모두가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안전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결국 1500여명의 학생들은 전날 촛불을 들고 모인 추모집회에 참석해 학교의 사과와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동덕여대 전체 재학생이 65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학생 10명 중 3명이 참석한 셈이다. 그만큼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서원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학교가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를 들었더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대응과 고인과 유족, 그리고 학생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양이 몸담았던 아동학과 학생회(제36대 아동학과 학생회 Ondo)도 학내 대자보를 통해 "학교는 사고 현장을 학우들의 시선으로부터 가리기 급급했고 학교의 첫 공지는 사고 언급조차 없는 중문 폐쇄였다"면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추모를 막으려했고, 학우들의 관심이 모이자 그제야 '보여주기식' 대처를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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