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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000명서 줄이려면 통일안 내라"…의료계 "관짝에 대못 박은 격"

대국민담화에 갈등 악화일로…"한국의료 몇 년간 회복 어려워"
의협 비대위 "증원은 전문영역…'국민 여론'으로 선택 안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4-01 14:29 송고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2024.4.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2024.4.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는 의사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가 2000명을 줄이려면 집단행동 대신 통일안을 제시해달라"고 밝혔다. 일부 의사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관짝에 대못을 박는 일", "여전히 사태 심각성을 모른다"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인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그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고 의료계를 꼬집었다.

이어 "의료계가 증원 규모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면서 점진적 증원에 대해서는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50분 가까이 이어졌다. A4 용지 42쪽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의 대부분을 의료개혁의 필요성,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나오기까지의 과학적 근거와 당위성 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거나, 의료계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검증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의사들은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가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정부 입장이 달라진 게 없으니 대학병원·개원가의 진료 축소 등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전공의 즉각 복귀, 교수 사직 철회 및 조속한 진료 정상화 위해 정부와 사용자 대책 수립, 환자와 병원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촉구를 위한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현장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전공의 즉각 복귀, 교수 사직 철회 및 조속한 진료 정상화 위해 정부와 사용자 대책 수립, 환자와 병원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촉구를 위한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현장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원점 재논의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지금부터 제대로 논의해 필요하다면 증원하자는 의미"라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뒤 전문 영역(증원 규모 책정)을 정해야 한다. 이는 국민 여론으로 선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0명, 300명, 500명은 일부 의료계 의견이다. 국민 공감대부터 형성하자"면서 "강행보다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의협 주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의대증원을 거부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부터 개원가의 단축 진료도 권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울 소재의 한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남아있는 의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주 52시간을 진료과별로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는데, 당직-외래진료-수술에 지친 교수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사직서 제출자도 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필수진료과 교수는 "사태의 돌파구가 되기를 바랐던 담화는 불에 기름 붓는 격으로, 관짝에 대못을 박았다"며 "전공의·의대생 복귀도 수습 안 된다. 한국 의료는 향후 몇 년간 회복이 어렵다. 빅5는 버티겠지만 서울·지방의 대형병원 파산도 실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의사야 다른 병원에 취직하면 끝인데 대형병원의 다른 직군은 취업이 쉽지 않다. 현재 대형병원은 월급을 안 주는 무급휴가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직원들은 이런 민생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전공의 수련병원에 파견된 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전공의들이 일반의를 택하지 않고, 주당 80시간 근무를 감수해 왔다. 이번 사태로 그런 부분(필수의료에 일하겠다는 사명감)이 완전히 무너졌고 사회적 분위기를 돌리는데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와 토론이 격화될 수 있는데 정부는 여론전을 통해 의사를 악마화하고, 부정적 이미지도 계속 쏟아졌다. 의사라는 직업으로 내 소신대로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단계"라며 "돌아오는 전공의가 극히 적고, 앞으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전공의들이 많이 빠진 채 의료전달체계는 정상화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부분이 보인다. 지역의료 공백 우려가 크기는 하지만 공보의 수는 5~6년 전에 줄었음에도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다. 과연 정말 '의사 수가 적은가?'라는 원론적인 질문부터 나눌 때"라고 지적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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