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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은 시한폭탄…"14억 인구로도 빈집 못 채운다"

중국 경제 탄력적이라며…부동산은 계속 쪼그라들어
부동산 다시 성장하려면 1년…문제 해결되려면 10년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023-10-04 07:02 송고
18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스쿠터를 탄 시민 한명이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이 건설하는 주거 단지 개발구역을 지나고 있다. 2023.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18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스쿠터를 탄 시민 한명이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이 건설하는 주거 단지 개발구역을 지나고 있다. 2023.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중국 인구가 30억 명은 돼야 빈집을 채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을 지낸 허컹(81)은 지난 23일 중국 남부 광둥성 둔관시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허 전 부국장은 중국의 14억 인구로는 현재 중국 땅에 지어진 주택을 다 채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때 중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부동산 부문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이 문제가 곪아 터지기 시작한 건 2021년 불거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 사태부터다.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계속 둔화되다가 올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건전하다고 평가받았던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까지 디폴트 위기에 내몰렸다.

중국 내 주택 구입자들의 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는 이유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국 내 미분약 주택의 합계 연면적은 무려 6억4800만㎡에 이른다. 평균 주택 면적인 90㎡(약 27평)를 기준으로 하면 계산하면, 약 720만 가구가 들어갈 만한 규모가 된다.

여기에는 이미 분양이 완료됐지만 현금흐름 문제로 아직 완공되지 않은 수많은 주택이 포함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마지막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던 시기는 2016년인데, 이때 투기꾼들이 매입한 빈집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공실은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18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의 로고가 보인다. 2023.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18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의 로고가 보인다. 2023.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회복력 있다는 중국 경제, 부동산은 계속 쪼그라들어

중국의 고위 관리 출신이 공식 석상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제기한 건 중국 경제가 "회복력이 있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 경제의 붕괴를 예측하는 온갖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무너진 것은 그런 수사들이지 중국 경제가 아니다"라며 "중국 경제는 여전히 강하고 활력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에 의존해 온 지방 당국들의 재정은 점점 쪼들리는 실정이다. 올해 8월까지 중국 지방 정부가 발행한 채권 규모는 약 1200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사태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요 은행들을 통해 생애 첫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에게 금리를 낮춰 주고, 주택 구입 시 최초 납입해야 하는 계약금까지 낮춰 주는 등 주택 수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와중에도 올해 8월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대비 0.3% 하락했고, 1년 전에 비해서도 0.1% 떨어지는 등 시장의 침체는 심화됐다.

지난 8월18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난징의 주거용 건물에 헝다 로고가 보인다. 중국 경찰은 지난 9월16일 부동산 대기업 헝다의 자회사 직원 여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2023.08.18/ © AFP=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지난 8월18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난징의 주거용 건물에 헝다 로고가 보인다. 중국 경찰은 지난 9월16일 부동산 대기업 헝다의 자회사 직원 여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2023.08.18/ © AFP=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부동산 다시 성장하려면 1년…문제 해결되려면 10년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부동산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서 자문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중국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베이징과 상하이 등 부동산 시장은 4~6개월 안에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으나 중소 도시는 최대 1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봤다.

리 교수는 "일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중소 도시에 과잉 투자·개발을 실시했다"며 "이들의 재정 상황이 6개월 이내에 호전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오훙 그로우인베스트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도시화 추진이 끝나가고 있으며 이는 이미 병들어 있는 부동산 시장에 더욱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오훙은 미국의 한 경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동산 부문을 고치려면 수년, 길면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며 "중국인들은 너무 많은 주택을 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재편하면 중국 경제는 이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중국 경제의 구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구조 개혁이 없다면 중기 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에서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이 성장률을 억제하고 있으며, 중국 부동산 문제가 소비자의 지출을 억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구제하기보다 이미 지급된 아파트들의 완공 자금을 조달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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