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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웃긴 이선균, 기상천외한 코미디 '킬링로맨스'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3-04-12 08:10 송고
킬링로맨스 스틸
킬링로맨스 스틸
킬링로맨스 포스터
킬링로맨스 포스터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개봉 전 공개되는 티저와 스틸, 포스터부터 배우 이선균의 역대급 파격 변신으로 화제였다. 이선균의 대표작 중 하나인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팬이었다던 이원석 감독은 이선균이 등장하는 한 잇몸약 광고를 보고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일찍이 이원석 감독이 예사롭지 않은 잠재력을 알아본 이선균은 콧수염을 붙이고 장발 헤어스타일에 도전, 아이라인까지 그린 채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전무후무한 '조나단' 캐릭터로 분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킬링 로맨스'는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만나 결혼하게 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여래는 광고부터 영화까지 휩쓸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톱스타이지만, 여전사로 출연한 SF영화에서 발연기 논란이 불거지게 되고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콸라섬으로 도피한다. 이후 그는 그곳에서 뜻밖의 위기를 맞게 되지만,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재벌이자 환경운동가인 조나단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된다.
7년 후 여래는 조나단과 잠시 한국에 돌아온다. 이때 여래가 조나단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조나단은 여래에게 49㎏의 몸무게를 유지하게 강요하는가 하면, 늘 거짓 미소를 짓도록 강요한다. 여래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도 않으면서 고가 명품백만 안겨주는 것으로 남편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후 여래가 오랜만에 매니저로부터 영화 출연을 받게 되지만, 조나단은 그마저도 막는다. 화가난 여래가 "이혼"을 말하자 조나단은 폭력을 행사한다.

'킬링 로맨스'는 그런 여래가 가족 중 혼자만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한 4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범우는 여래의 오랜 팬으로, 자신의 옆집으로 온 여래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조나단을 죽이는 것 뿐. 범우는 여래의 설명대로 "법 위에 있는 사람"인 조나단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지 않다. 과연 범우가 여래를 도와 불행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지 계속해서 궁금증을 끌고간다.

스토리는 여래와 범우의 '빌런 조나단 죽이기'가 주된 서사이지만, 그 과정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순수하다 못해 맑기까지 해서 동물과 대화도 가능해진 범우는 뜻대로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여래와 차츰 엇박을 내는 코미디로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그러다 눈치 빠른 빌런인 조나단이 범우와 관계를 맺게 되면서, 자신을 죽이려는 둘의 계획을 알게 될까 긴장감도 생겨난다. 순탄치 않은 과정에서 영화는 로맨스와 코미디, 뮤지컬까지 장르를 넘나든다. 애초부터 동화로 시작된 이야기이기에 기존 영화에선 볼 수 없는 황당한 설정도 등장하지만, 이질감은 없다.
배우들은 '찰떡 캐스팅'이라 해도 좋을 만큼, 캐릭터화된 모습으로 열연을 보여준다. 이선균은 뻔뻔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코미디를 소화하고, 다소 느끼하면서도 능글맞게 웃음을 주지만 한순간 빌런으로 돌변하는 이중성을 완벽하게 오고간다. 여래를 가스라이팅하기 위해 부르는 그룹 H.O.T.의 '행복'은 '웃음 버튼'이다. 뮤지컬 장르로 일순간 전환되며 여래를 '갑분행'(갑자기 분위기 행복) 상태로 만드는 치명적인 마성의 매력이 웃음을 빵빵 터트린다. '행복'에 대항하는, '레이니즘'을 개사한 '여래이즘'을 열창하는 이하늬 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공주 같은 자태로 뮤지컬을 소화, 강렬한 장면들을 남겼다.

'킬링 로맨스'의 화면을 보고 있자면 거장 웨스 앤더슨의 미장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강박적으로 완성된 완벽한 대칭과 파스텔톤 색감, 동화 속 캐릭터의 모션을 취하는 인물들까지 웨스 앤더슨의 미장센과 상당히 흡사하다. 시작부터 한 노인이 동화를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만큼, 동화적 설정으로 이같은 미장센이 연출된 것으로 보이나, '킬링 로맨스' 고유의 연출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다만 터무니 없거나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틀을 깨고 영화적 허용을 과감히 넓혀본 도전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영화 보기 전에 '나의 아저씨'를 꼭 먼저 봐야 한다"는 이원석 감독의 당부도 납득된다. 그만큼 이선균은 전작들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작심하고 웃겨주는 살신성인 코미디를 선보였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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