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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외면받은 제주 당근마을의 반전…노트북족들로 '북적'

구좌읍 세화리, 2019년 주민들 뜻모아 협동조합 설립
주민들이 직접 워케이션 오피스 기획하고 운영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2022-06-17 07:00 송고
제주시 구좌읍 질그랭이센터 공유오피스(세화마을협동조합 제공)© 뉴스1
제주시 구좌읍 질그랭이센터 공유오피스(세화마을협동조합 제공)© 뉴스1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스타트업 직원 이석훈(가명)씨는 올해 여름 특별한 휴가를 계획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워케이션'을 하기로 한 것.
워케이션 장소는 휴가뿐만아니라 일도 함께할 수 있어야해 최소한의 사무시설이 갖춰져야 하는 등 일반적인 여행처럼 관광지나 숙소 위주로만 고를수가 없다.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던 이씨는 당근과 아름다운 해안 풍경으로 유명한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질그랭이('지그시'라는 의미의 제주어)센터를 선택했다.

세화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에 선정, 오래된 마을회관을 다용도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질그랭이센터는 1층에 리사무소를 두고 2~4층에는 숙소와 카페는 물론 공유오피스가 마련돼 휴가를 즐기는 와중에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세화마을협동조합원이 취재진들에게 질그랭이센터 추진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세화마을협동조합원이 취재진들에게 질그랭이센터 추진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무엇보다 마을주민들이 직접 설립한 주민여행사가 운영한다는 점도 이씨의 관심을 끌었다.

세화리는 전국 당근 유통량의 65%를 차지하는 구좌읍에 속한 마을로 2000년대 들어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와 젊은층의 이탈, 이주민 유입 등의 문제를 겪어왔다.

그러던 2019년 447명의 주민들이 뜻을 모아 세화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세화마을조합은 해녀 등을 활용한 체험관광과 지역상품판매, 지역홍보와 마케팅 등을 펼쳐 단시간에 도내 대표적인 마을협동조합의 성공사례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이후 주목받은 재택근무와 워케이션 바람을 타고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군모 세화마을협동조합원은 "공유오피스를 마련하고 처음 석달 정도는 동네 학생 두어명이 이용하는 수준이었다"며 수익도 적자를 기록했다"고 회상했다.

양 조합원은 "그후 1년도 안돼 지금은 수익이 몇배로 뛰었고 하루 50명꼴로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 질그랭이센터 공유오피스에서 워케이션을 온 업체 직원이 바다를 감상하며 일을 하고 있다© 뉴스1
제주 질그랭이센터 공유오피스에서 워케이션을 온 업체 직원이 바다를 감상하며 일을 하고 있다© 뉴스1
질그랭이센터 2층에 위치한 카페는 지역 특산물인 당근을 재료로 한 음료와 케이크 등을 판매해 MZ세대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주민들에게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기획한 해녀 이야기를 담은 체험 관광도 질그랭이의 특징이다.

IT스타트업 창업자 진정은(37)씨는 "직장인은 회사와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비행기를 타야하는 제주는 휴가를 간다, 여행을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해 워케이션 장소로 장점이 있다"고 했다.

진씨는 또 "일을 하다 지치면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 풍경을 보거나 해안을 걷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마을주민들과 교류하고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T업체 직원 정성훈씨(34)는 4박5일간 질그랭이센터에 머무를 예정이다.

정씨는 "일을 하다가 창문 밖을 봤는데 바다가 보이면 마음도 새로워지고 업무에 도움도 된다"고 전했다.

신현철 제주관광공사 지역관광그룹장은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여가 시간에 제주의 마을 여행, 체험 여행, 야간 관광 이런 것들을 좀 더 즐길 수 있게끔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관광공사는 서울산업진흥원(SBA)과 손잡고 수도권 소재 기업 등을 대상으로 최대 750명을 목표로 워케이션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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