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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육용 '보어 염소'로 인생 2막…귀농 10년차 유태길씨.

50마리로 시작한 농장운영, 연 매출 3억 규모로 성장
"막연한 염소 사육 귀농은 낭패…신중한 검토 필요"

(전북=뉴스1) 김재수 기자 | 2022-04-09 07:18 송고
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전북 군산시 개정면 옥석리에 소재한 육용 보어 염소 농장 '코보소'에서 제2의 인생2막을 시작한 유태길씨가 보어 염소를 안아 살피고 있다.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 군산에서 20여분 쯤 승용차 두 대가 겨우 비껴갈 수 있는 좁은 농로 길을 따라 달리다 도착한 곳은 개정면 옥석리의 한 축사.

육용 염소인 보어(boer)종을 사육하는 농장 '코보소(코리안 보어 염소)' 이다.
이곳은 귀농한 지 10년째에 접어든 유태길씨(40)의 삶의 터전이자 보어 염소 덕분에 귀농에 성공해 인생 2막을 열어 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농장에서 만난 그는 귀농 후 겪어 온 우여곡절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가 귀농을 결정하게 된 것은 2012년이다. 그의 나이 30살.
군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무작정 귀농을 선택했다. 그리고 귀농 아이템을 고민하다 비교적 사육이 수월하다는 염소를 선택했다.

당시 살고 있던 집을 정리해 마련한 5000만원으로 군산시 대야면의 241㎡(70여평) 부지에 축사를 짓고 염소 50마리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도 염소를 기르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무모하게 전문 지식도 없이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선택한 염소는 보어종은 아니었다. 흑염소와 흰염소 등이었다.

그 후 산양으로 변경하려 했으나 이것보다 큰 염소가 있다고 해서 알아본 것이 보어종 이었다. 그는 1년 만에 다시 보어종을 사들였다.

'코보소' 농장에서 보어 염소들이 뛰어 놀고 있다. © News1 유경석 기자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많아 마치 강아지 같은 '보어 염소'는 한 마리당 300만원~500만원 까지 호가하는 덕에 일반 염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어 귀농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보어 염소는 세계 염소 고기 수출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호주의 대표 축종이다.

다른 염소 품종에 비해 체구가 크고 강아지를 닮은 귀여운 외모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려 주는 효능이 있는데다 일반 염소보다 비타민E가 풍부해서 황산화 작용도 뛰어나다.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르다.

흑염소가 1년에 40㎏ 성장할 때 보어 염소는 60㎏에서 65㎏까지 1.5배 정도 빠르게 자란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시작했던 보어 염소 사육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사육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어미가 임신중독 등으로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보어 염소도 다른 종과 같이 기르기 쉬울 거라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미 염소가 1년에 한 번 새끼를 낳은 거예요. 그때는 1년에 세 번씩 낳을 거라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서적과 사료 가게 대리점 사장 등 주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축사 관리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가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귀농 4년 만이었다.

축산업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는 이때부터 보어 염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어미가 새끼를 낳았을 때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새끼가 젓을 떼었을 때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등 보어 염소를 기르기 위해 갖춰야 될 환경이나 사료, 질병이나 사고가 있을 때 처리하는 방법 등을 하나, 둘씩 배워 나갔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지금의 성공한 귀농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했다.

염소 50마리로 시작한 농장은 귀농 10년 만에 280마리로 늘었으며, 매출액은 연간 2억5000만원~3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시설 규모도 660여㎡(200여평)에서 2310여㎡(700여평)로 커졌다.

유태길씨가 농장에서 보어 염소에서 먹이를 주고 있다. © News1 유경석 기자

그의 하루 일과도 오전 5시부터 사육장 청소와 보어 염소 먹이주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꼼꼼한 기록과 섬세한 관리가 그의 성공 비결이다.

"지금은 보어종 염소를 키우시는 분이 젊은 층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분석을 적극 활용을 하고 있죠. 저도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하나 둘씩 기록을 해두고 있습니다"

그는 보어 염소를 사육한 지 3년째 됐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개체별로 일일이 무게, 특징 등을 엑셀로 정리하는 작업을 주기적으로 해왔다.

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얻어낸 혈통정보를 문서로 정리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둔 개체만 선발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성장단계별로 분리 사육이 가능한 칸막이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해야 개체별 관리가 따로 이뤄줘 균형된 영양분 섭취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축사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600마리를 키울 당시 어미들이 하루에 20마리의 새끼를 낳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분만실(출산방)이라는 게 없었다. 모퉁이 한곳에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는게 전부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 이곳 농장으로 옮겨오면서 부터는  축사에 분만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갓 태어난 어린 염소와 어미 염소를 함께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군산시 대야면 소재지에 10여평 남짓의 염소고기 판매점(맴생이 푸줏간)을 열었다.

유태길씨가 지난해 10월에 군산시 대야면에 문을 연 염소고기 판매점(맴생이 푸줏간).© 뉴스1
유태길씨가 지난해 10월에 군산시 대야면에 문을 연 염소고기 판매점(맴생이 푸줏간).© 뉴스1

그는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염소의 부위별 나가는 무게를 통해 유전자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어느덧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 주문이 늘어나고 있고 재구매율도 증가하고 있어 염소고기 소비촉진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성스럽게 키운 염소를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되고 부위별로 다양한 요리를 주변 사람들에게 믿고 판매할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보어 염소를 생산해 소비를 늘리는데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귀농해 염소를 키워보려는 이들에게도 이렇게 당부했다.

그는 "염소 키우시려는 분들은 대부분 소자본으로 시작하려 하지만 매월 고정수익이 없어 초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서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며 "막연히 선택하면 낭패를 겪을 수 있는 만큼 시작 전에 반드시 충분한 검토와 전문지식을 습득한 뒤 시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js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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