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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路]"하산은 없다"던 文대통령의 두 번째 퇴임 준비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2022-03-12 05:30 송고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2022.2.18/뉴스1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2022.2.18/뉴스1

"하산(下山)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3월 참여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의 취임 일성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당시 '문 비서실장'의 발언은 노무현 정부 끝까지 정상으로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참여정부의 말로(末路)는 비극 그 자체였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했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노 대통령을 비롯해 측근들이 검찰수사를 받았다. 이후에는 노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국민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이는 노 대통령 곁에서 모든 과정을 목도한 문 대통령이 '운명'처럼 대권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취임 직후 노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며 노 대통령이 실천하고자 했던 가치를 계승·발전시켜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은 또 한 번의 '하산'을 앞두고 있다. 등산을 해 본 사람이라면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하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올라갈 때 힘이 들긴 하지만 정상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기에 이후 뒤따를 보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다.

내려가는 길은 겉으로는 쉬워 보인다. 초보자일수록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하산길은 정상을 찍지 못하고 내려올 때나, 중도포기하고 돌아올 때나 '내려가는 것쯤이야'하는 생각에 해이해지기 쉽기 마련이다. 그만큼 올라갈 때보다 어려운 게 하산길이다.
대통령의 자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문 대통령과 함께 산을 올랐던 사람들 중 일부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곁을 떠났다. 그 중에는 길이 잘못 들었다며 문 대통령과 척을 지고, 더 높은 곳을 꿈꾸며 다른 산행을 떠나기도 했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대선 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국민들의 평가다. 물론 '정권재창출'의 실패가 온전히 문재인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릴 만큼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호감도가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하지만 분명한 것은 후보의 면면을 보기 전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열망이 강력했다는 점이다. 임기 말임에도 40% 넘는 국정지지율이 이보다 높고 거센 '정권교체론'의 파도를 넘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정권교체'를 피하지 못한 이유로는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 키워드로 '조국 사태'와 '부동산 실패'가 꼽힌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본격 대선판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 배경이 됐고, '부동산 실패'는 그런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할 때 가장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허점이 됐다.

과정이 어찌됐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이제 문재인 정부에게 남은 시간은 두 달이 전부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쳐온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선 낯선 시간임이 분명하지만 문 대통령이 다짐한 '성공적인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선 남은 두 달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이미 문 대통령도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윤 당선인에게 '국민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고, 윤 당선인의 건강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위에서 언급한 2007년 당시 비서실장 취임 일성으로 "하산은 없다"면서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 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는 말을 덧붙인 바 있다.

적어도 문 대통령의 말처럼 문재인 정부가 '끝없이 위를 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국정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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