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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시위에 불만 고조…"이해하자" 목소리도

[지하철이 멈췄다 下]"엘리베이터 1대론 부족…박원순의 2동선 약속 지켜라"
시민들 "차라리 대통령 후보 차량을 막아라"…강경대응 요구도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2-02-13 06:31 송고
매일 같이 이어지는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시위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022.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매일 같이 이어지는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시위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022.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매일 같이 이어지는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출퇴근 시위에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하필 출퇴근 시간에 마음이 급한 시민들의 발목을 잡느냐는 것이다.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물론 "장애인들이 오죽하면 이러겠느냐"며 이해하자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는 올해 들어 지난달 3일 5호선 시위를 시작으로 12차례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2월에는 설 연휴를 제외하고 매일 출근길에 기습 시위를 진행 중이다.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는 지난해만해도 엘리베이터 설치 등 대중교통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장애인의 이동권·교육권·노동권·탈시설권리를 위한 '장애인권리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책임지도록 대통령 후보들이 약속하라고 요구한다.

출근길뿐 아니라 지난 11일 퇴근 시간대에는 대선 후보들의 2차 4자 토론회를 앞두고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교육권 등 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전장연 제공) © 뉴스1
(전장연 제공) © 뉴스1

◇출근길 이어 퇴근길까지…"워킹맘인데 아이 못데리러 가 울었다"

일주일 내내 이어진 출근길 시위에 이어 퇴근길 시위까지 등장하자 시민들 사이에선 "너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미원씨(39·여)는 "워킹맘이라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지하철 시위에 걸렸다"며 "발을 동동거리다 뒤늦게 버스로 갈아탔지만, 퇴근길 정체에 막혀 오도가도 못해 아이 생각에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주말 부부라고 밝힌 최태현씨(50)는 "주말에만 가족을 만나는데 금요일 퇴근길 시위 때문에 SRT를 놓쳤다"며 "대통령 후보들이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면 아예 대통령 후보들 차량을 찾아서 막지, 왜 무고한 시민들의 발목을 잡느냐"고 꼬집었다.

회사원 강철현씨(32)는 "사회에 약자는 장애인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장애인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며 "장애인들의 절박함도 이해하고 주장하는 바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정부나 정치인들이 불법·떼법 시위에 귀기울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퇴근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4일 올라온 '사회적 피해를 유발하는 4호선 장애인 시위에 대한 처벌 촉구'는 12일 기준, 2587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일반 시민이 지하철에서 지하철을 연착시키는 시위행각을 벌이면 지하철 요원이나 경찰이 와서 진압했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임을 감안해서 강경진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순차적으로 연행하는 정도의 공권력은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지하철 시위로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장애인 단체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모씨(40)는 "공덕역 같은 공항철도 노선에서 아이 유모차를 몰고 환승해서 나오려고 보니 배치된 엘리베이터 구조가 환승은 불가능하게 돼 있었다"며 "나는 한 두번이지만 평생 이런 문제를 겪었고, 계속 겪고 있는 사람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씨(37)도 "이번 시위를 테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들은 20년간 매일매일이 테러 아니었겠느냐"며 "본인들은 그동안 장애인 단체들의 '불편하다'는 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아놓고 이제와서 저들에게 '불편하다'고 말한다면 과연 그 목소리는 받아들여질까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의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에 불편을 겪고 있다. 2021.12.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의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에 불편을 겪고 있다. 2021.12.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장연 "장애인 차별은 사회적 책임 문제…엘리베이터 1개는 부족"

장애인 단체 역시 '왜 출퇴근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느냐'는 시민들의 불만은 잘 알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1950년대에도 흑인 차별 문제에 대한 인권 운동으로 '버스타기 거부운동'이 있었다"며 "장애인 차별은 사회적 책임의 문제며, 이를 이야기하는 장소가 지하철일뿐"이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지하철 이동권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4년에도, 2022년도에도 100%, 한다고 했었는데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2024년도에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구체적 예산도 확보가 안돼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노인과 장애인이 너무 많아서 싸움이 날 정도"라며 "우리는 1역 1동선(1개역에 엘리베이터 1개 설치)이 아니라 2동선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박원순 전 시장 때는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으니 2동선의 계획을 내놔야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출퇴근 시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선 "그러면 우리가 언제 시위를 하면 (장애인 문제가) 바뀌느냐"며 "언제 시위를 하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언제 변화시킬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는 "하루빨리 (대통령 후보들이) 약속을 하고, 기획재정부가 예산 반영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통령 후보들이 응답할 때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 지하철 1역1동선 확보율, 해외 선진국에 비교해도 높은 편

다만 서울 지하철의 1역 1동선 확보율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8일 서울시가 시비 650억원을 투자해 1~8호선 275개 전 역사에 '2024년까지 100% 엘리베이터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254개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1역1동선 확보율은 92.4%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의 1역 1동선 확보율의 경우 △뉴욕 지하철(24.1%, 2018년 기준) △런던 지하철(33.0%) △도쿄 지하철(95.4%, 도쿄메트로 도쿄도 교통국 통합) △파리 지하철(4.3%) △베를린 지하철(73.4%, 2020년) △바르셀로나 지하철(91.5%) 등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난해부터 시위로 인해 지연된 열차 시간은 1회 평균 40분 이상"이라며 "시위가 발생하면 지하철 보안관, 역 직원 등 공사직원들이 출동해 중단을 요구하지만, 사법권이 없고 물리력도 강제로 행사할 수 없기에 현실적으로 이를 막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장연, 박 공동대표 등 관계자 4명을 상대로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찰 역시 대응에 나섰다. 서울 혜화경찰서와 종로경찰서는 지난 1월17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장연)의 상임대표 A씨를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측은 "현재 관계자들에 대한 사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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