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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10대 뉴스]①이베이 품은 신세계 "유통 신세계 연다"

신세계 역대 최대 M&A, 롯데 따돌리고 인수 성공
연합 마케팅 시작 '시너지 본격화'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2021-12-27 06:06 송고 | 2021-12-27 16:15 최종수정
편집자주 “10년간 일어날 변화가 1년으로 축약됐다”
최근에 만난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고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한데 이어 요기요까지 인수했고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로 성장한 네이버는 2위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습니다. 올해 유통가를 뜨겁게 달궜던 10대 뉴스를 정리해 봤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 한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 한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설립한 에메랄드에스피브이가 미국 이베이 INC와 이베이코리아 유한책임회사 지분 매매에 관한 주요 계약조건에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유한책임회사 지분 80.01%를 3조4404억3000만원에 인수한다.(뉴스1 DB) 2021.6.24/뉴스1

올해 유통가는 인수합병(M&A) 열풍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맞붙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백미로 꼽힌다. 

인수 의지가 더 강했던 신세계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유통업계 지각변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합병을 통해 신세계가 단숨에 이커머스 선두권에 등극하면서 네이버와 쿠팡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고 티몬과 위메프, 마켓컬리 등도 상장 등을 통해 실탄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마무리 지은 신세계는 시너지를 내기 위한 본격 움직임에 돌입했다. 온·오프라인 통합 확고한 1위 유통 사업자로 발돋움 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네이버와 쿠팡에 이은 업계 빅3가 아닌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매물 나온 이베이코리아 유통업계 '술렁'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초 지난 수년간 말로만 무성하던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자 유통업계가 술렁였다. 업계 추산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약 12%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3위로 올라설 수 있는 대형 매물이 공식적으로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물론 IT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는 SKT,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도 관심을 보였다.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 GS리테일 등도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비대면 쇼핑 트렌드에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고려할 때 4조~5조원의 매각가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후보자로 거론되는 업체들은 이커머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5조원을 기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5조원을 투자해 물류센터와 쇼핑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한 인수를 결정할 경우 직원 고용보장 등의 본 사업이 아닌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향한 치열한 '눈치싸움'

가격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중 지난 3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6~7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적격 인수 후보에 롯데와 신세계, SKT, MBK파트너스가 선정되며 후보자가 좁혀졌다.

4파전으로 좁혀진 인수전은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높은 매각가는 부담이지만 경쟁사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을 더욱 우려하는 모양세였다.

유통업계에서는 외국 자본이나 사모펀드 등이 인수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 경우 기존 시장구도가 유지돼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매각가를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인수후보자들은 유형자산이 없고 성장률이 둔화됐다는 등의 이유로 가격을 낮추기를 원했고 이베이 측은 고도화된 인적자원과 충성고객수, 높은 시장 점유율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맞섰다.

이러한 분위기는 쿠팡이 뉴욕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급변했다. 직상장으로 약 5조원에 달하는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공언하자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는 높아졌다. 특히 쿠팡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자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희망가 '5조원'이 저평가 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와 함께 지난해 161조원 규모의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2025년 270조원까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쿠팡이 적자를 감수하고 외형 확장에 나서고 네이버가 신세계와 지분교환을 통해 연대를 형성하자 이베이코라이 인수를 통한 점유율 확대는 더욱 절실해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의 인수전에 유통과 IT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예비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이마트,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참여자로 거론되던 카카오는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으나 예비입찰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전날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아직 매수 대상의 경영 지표를 들여다보는 단계로 별도의 구속력이 없는예비입찰 단계이기 때문에 본입찰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본입찰은 오는 5~6월쯤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의 모습. 2021.3.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의 인수전에 유통과 IT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예비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이마트,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참여자로 거론되던 카카오는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으나 예비입찰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전날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아직 매수 대상의 경영 지표를 들여다보는 단계로 별도의 구속력이 없는예비입찰 단계이기 때문에 본입찰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본입찰은 오는 5~6월쯤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의 모습. 2021.3.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유통 맞수 '롯데-신세계'로 좁혀진 인수전

6월 본입찰이 진행되며 후보군은 롯데와 신세계로 다시 한 번 좁혀졌다. 예비입찰 당시 쇼트리스트로 선정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SKT는 발을 빼며 전통 유통강자 간 진검승부 구도가 형성됐다.

신세계와 롯데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각각 그룹 통합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롯데온을 출범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던 상황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인한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했다.

롯데는 당시 인수전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가 진행 중인 사업구조 개편과 운영 효율화에서 '온라인 사업 강화'가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롯데온의 자체적인 힘을 키워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지만 현실을 그리 녹록지 않다. 당시 롯데쇼핑의 1분기 e커머스 사업부문 영업손실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50억원) 적자폭이 오히려 2배 가량 더 커진 상황이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지난 4월 코리안클릭의 PC웹사이트 이커머스 순방문자 순위에서 롯데온은 1위 G마켓, 2위 쿠팡, 3위 옥션, 6위 SSG닷컴 등에 이어 9위에 그쳤다. 모바일앱 순이용자 순위에선 아예 10위권내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이같은 현실적인 한계 등을 감안해 '자력갱생'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더욱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가장 큰 이유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신흥 강자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해 '혈맹'을 맺은 뒤 곧바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협공에 나섰다. SSG닷컴 역시 롯데온과 마찬가지로 오픈마켓으로 전환해 외형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눈치싸움이 계속되던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힘을 실었다.

오너의 강력한 의지에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했다. 부담됐던 가격은 지분 100%가 아닌 80%로 낮춰 3조44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택했다.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만큼 공동 투자가 예상됐으나 돌연 네이버가 불참을 선언하자 단독 인수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후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지분 취득을 승인했고 지난달 이사회 승인 후 잔금을 납입하면서 대장정은 끝이 났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15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마무리하며 네이버, 쿠팡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빅3'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베이INC는 한국사업(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30억달러(약 3조5600억원)에 매각했다. 이날 서울시내 이마트의 모습. 2021.11.1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15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마무리하며 네이버, 쿠팡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빅3'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베이INC는 한국사업(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30억달러(약 3조5600억원)에 매각했다. 이날 서울시내 이마트의 모습. 2021.11.1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베이 품은 신세계, 인수효과 극대화 위한 드라이브

인수를 마무리한 신세계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오프라인의 장점을 접목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인수 극대화 전략은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초기에는 기존 운영하고 있는 SSG닷컴, 이마트몰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풀필먼트센터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고객 빅데이터는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투자된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확고한 온·오프라인 통합 1위 유통 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이를 시작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한 '디지털 에코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뿐만 아니라 SSG랜더스 야구단 및 이베이와 SSG닷컴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까지 갖추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완전한 온-오프 '360에코시스템'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 메인 플레이어로 등극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다.

여기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점유율 3%를 더하면 쿠팡을 앞서며 네이버와 함께 이커머스 시장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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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마케팅' 시작, 이커머스 시장 지각 변동 예고

충성도 높은 이베이의 270만 유료고객과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의 셀러를 얻게 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이 가능해진다. 최근 국내 IT 전문가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베이의 숙련된 IT 전문가를 품에 안으면서 온라인 사업 규모와 성장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기반 사업을 영위해 온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온라인 사업 비중이 약 50%까지 수직 상승하게 된다. 그룹으로서도 '온라인'과 '디지털'로 '체질 대변화'가 일어나게 된 셈이다.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이베이에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장보기부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종합플랫폼을 확고히 구축하고 통합매입으로 가격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져 '완성형 이커머스 모델'에 다가선다는 목표다.

시너지 결합을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최첨단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로 인해 전국 이마트의 PP센터도 온라인 물류창고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당일배송 등을 통해 셀러 경쟁력 향상은 물론 센터 가동률을 높여 투자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 마케팅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일 G마켓과 옥션은 신세계그룹 첫 연합 프로모션 '매일매일 신세계가 열린다'를 진행했다. 이어 내년 1월1일에는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유통사의 통합 행사 'DAY1'을 진행한다. DAY1은 이마트·SSG닷컴·G마켓·옥션·W컨셉이 처음으로 모두 참여하는 통합 행사로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시너지 내기에 본격 돌입하는 모양세다.

이밖에도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을 장악할 수 있는 과감한 마케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는 물론 국내 유통업체 지각 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빅3 체재가 구축된 만큼 향후 후발 주자들의 대응과 시장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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