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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달러 클럽' 미·중 갈등 격화…속타는 삼성·SK·포스코

바이든, 첫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 열고 동맹국에 對중국 압박 동참 요구
반도체 정보제출 고심 삼성·SK에 부담…철강업계는 미-EU 관세 철폐로 비상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구교운 기자, 김동규 기자 | 2021-11-03 05:10 송고 | 2021-11-03 10:59 최종수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전염병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관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전염병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관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첫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를 열면서 한국 기업들이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 및 수입에서 1, 2위를 각각 차지하는 양대 교역국으로, 양국 간 패권 다툼 과정에서 벌어질 수출 규제 등의 조치가 한국 기업의 영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은 미·중 양국과의 교역량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공급망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는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 무역액만 1경원 육박 미·중 갈등…韓 반도체 "새우등 터질라"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은 전세계에서 유이하게 연간 무역 규모가 4조달러(약 4700조원) 이상인 국가로, 두 국가의 무역액을 합하면 1경원에 가까워진다. 무역액 1조달러 이상인 국가는 '4조 달러 클럽'인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2조 달러 이상인 독일을 비롯해 1조달러 이상인 일본, 네덜란드, 홍콩, 프랑스, 영국, 한국, 이탈리아 등 10개국뿐이다.
특히 14억 인구의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이다.

산업부의 수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對)중국 수출금액은 1322억8400만달러로 올해 전체 수출액(5232억달러)의 25%를 차지한다.

1~10월 대미국 수출액은 790억달러(15%)로 중국에 이어 국가별 수출금액에서 2위에 올라 있다. 중국과 미국 수출액이 올해 들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셈이다.

최근 수출 호조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철강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올해 역대 최대 연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지만, 최근 미·중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웃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을 겨냥한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를 열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 주요국인 영국· 독일·이탈리아·스페인, 쿼드(Quad) 참여국인 인도·호주·일본, 캐나다·싱가포르 등 14개 미국 주요 동맹국가가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공급망 문제는 어느 나라의 일방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맹국 간 조율이 핵심"이라며 "실패할지도 모르는 단일 공급원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공급망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국가 정상들에게 글로벌 대중국 압박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정부가 요청한 반도체 정보제출 마감 시한(11월8일)이 임박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지난 9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의 TSMC, 미국 인텔 등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답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고객사 정보도 포함돼 있어 기업들이 고심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과 글로벌 공급망 회의를 열었다는 것 자체로도 기업들은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보제출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게 없다"고 했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인데, 국가별 수출 금액에서 중국과 미국 수출액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다. 특히 산업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36억70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32.8%를 차지해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중국은 특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미국 수출액은 5억8000만달러(5.2%)로 중국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반도체 제조 원천 기술을 보유한데다, 대중국 수출 규제로 압박하고 있어 미국 역시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는 중요한 고객이자 사업 파트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G20 정상회의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G20 정상회의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미-EU 철강 관세 철폐 합의에 철강업계 비상…쿼터 제한, 탄소중립 압박 '이중고'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이번 공급망 정상회의로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고 있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사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간 합의안은 미국이 일정 물량의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씩 부과해온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관세 철폐로 미국 시장에서 EU산 철강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한국산 철강제품의 설 자리는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 물량과 이를 초과할 경우 부과되는 관세율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미국이 과거 수입물량에 기초해 무관세 물량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수입 쿼터 할당 물량이 330만톤이고 이를 초과할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한다. 따라서 기존 100만톤에 추가로 330만톤의 EU산 철강제품이 25%의 관세를 부과받지 않고 미국으로 수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대미 수출 철강 업체들은 이번 미국과 EU 간 관세 합의에 대응해 수출제한 쿼터라도 현 70%에서 100%로 늘리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제한 쿼터를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인 바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미국의 EU산 수입 물량이 100만톤가량은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수출 물량이라도 늘려야 하는데 현재의 쿼터로는 어렵기 때문에, 현재 70% 수준인 쿼터를 EU처럼 100%로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라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관세 철폐에 합의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라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관세 철폐에 합의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과 EU가 2024년을 목표로 철강 공급과잉 해소 및 탈탄소화를 위한 글로벌 협정 체결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것도 한국 기업들을 긴장케 하는 내용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EU와 합의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더러운'(dirty)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업계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은 "철강을 덤핑해 우리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안기고 산업과 환경에 해를 준 국가들에 맞서겠다"며 중국산 철강 제품의 수입제한 조치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참석해 석탄, 석유에서 배출되는 탄소 감축을 촉구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면서 놓친 기후변화 논의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일부 가공한 철강 제품을 중국산이라고 트집 잡는 일이 빈번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합의안 중에서는 유럽에서 멜팅(melting)해 생산한 철강 제품이어야만 유럽산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라며 "예전에는 중국산에서 소재를 들여와 생산한 합연, 냉연 등의 완성제품을 만들면 이를 유럽산으로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처음부터 쇳물을 끓여 생산한 제품이라야만 해당 국가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장급을 워싱턴에 파견해 미 무역대표부, 상무부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며, 올해 중 한-미 간 고위급 협의 계기를 활용해 232조 재검토 및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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