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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스토리]'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19금?…'셧다운제 논란' 진실은?

MS 계정 통합 과정에서 예견된 문제, 국내 커뮤니티 주도로 공론화
모바일·콘솔 버전은 이미 같은 문제 겪어…'성인용'은 절반만 맞는 얘기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1-07-06 07:02 송고 | 2021-07-06 09:20 최종수정
편집자주 '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지난해 5월5일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 (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지난해 5월5일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 (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성인용 게임이 된다?

최근 게임 업계의 뜨거운 이슈는 '마인크래프트'와 '셧다운제'다. '마인크래프트'를 한국에서만, 만 19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셧다운제'가 원인이라는 논란이다. 게임 이용자뿐만 아니라 IT 업계 관계자들도 이 같은 소식에 '셧다운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셧다운제가 원인일까? 일견 간명해 보이는 얘기지만, 논란을 한 꺼풀 벗겨 보면 여러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인크래프트'가 성인용 게임이 된다는 얘기는 '절반'만 맞다.

◇MS 계정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보안 개선을 위한 계정 통합을 발표했다.

'마인크래프트'는 크게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로 개발된 오리지널 버전인 PC용 '마인크래트트 자바 에디션'과 C++ 언어로 개발돼 모바일, 콘솔, 윈도우10 등 여러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베드락 에디션'으로 구분된다. 가장 먼저 개발된 '자바 에디션'은 개발사인 '모장 스튜디오'에서 마련한 계정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계정 시스템이 낡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보안 수준이 낮은 계정을 해킹해 되파는 '알트 계정'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 스튜디오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자바 에디션'의 계정을 기존 모장 계정에서 보안 관리가 잘 되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이용자들에게만 성인 인증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개월 전부터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 있는 플레이어의 경우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하고 플레이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공지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만 19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마인크래프트'를 만 19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셧다운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 이어져

이번 사태의 원인이 '셧다운제'라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셧다운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규제로,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돼 왔다. 청소년보호법 제26조에 포함된 내용으로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도입됐다. 콘솔 및 모바일 게임에 대한 적용은 유예했다. 단, 콘솔게임이라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료로 제공되는 게임'이라면 셧다운제가 적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콘솔 게임사들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 특정 시간에 특정 연령대를 차단하는 한국만을 위한 별도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성인만 계정 가입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계정 통합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진 셈이다.

◇이미 같은 문제 있던 모바일·콘솔 버전…'성인용' 된 건 아냐

'마인크래프트'를 당장 만 19세 미만 이용자들이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 '자바 에디션'의 계정 통합은 지난달 말부터 점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년부터 계정 통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을 뿐 기한을 못 박지는 않았다. 기존 이용자들의 경우 아직 성인 인증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과도 기간인 셈이다. 단,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새로 구입할 경우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

또 성인용 게임이 됐다는 얘기는 절반만 맞다. '마인크래프트'는 국내에서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다. 이 같은 게임 등급 분류에는 변화가 없다. 법적으로 12세 이상 이용자들이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밤 12시에 게임이 차단되는 것도 아니다. 게임 구입 및 플레이를 할 때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진행할 수 없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 같은 문제는 모바일·콘솔·윈도우10 통합 버전인 '마인크래프트 베드락 에디션'에는 이미 똑같이 적용돼 왔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사용 중인 '베드락 에디션'은 계정을 만들려면 성인 인증을 거쳐야 했고,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해외로 설정하는 등 연령 제한을 우회하는 방법이 공유돼 왔다. 

셧다운제 때문에 마인크래프트가 성인용 게임이 됐다는 지적에 따르면 이미 '마인크래프트'는 '자바 에디션'만 제외하고 성인용 게임이었던 셈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가 계정 통합을 발표한 직후부터 예견된 일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우마공) 등 국내 마인크래프트 커뮤니티가 있다. 계정 전환 시기가 다가오자 공론화 주도에 나섰고 이 같은 소식이 유튜버들을 통해 확산되면서 언론을 통해 기사화까지 된 것.

'마인크래프트'가 성인용 게임이 되는 걸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는 4만6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 뉴스1
'마인크래프트'가 성인용 게임이 되는 걸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는 4만6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 뉴스1

◇여가부 "MS 정책 문제", MS "연말까지 해결 방안 마련"

비판의 화살은 셧다운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로 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지난 2일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게임의 19세 미만 청소년 이용이 12월부터 제한된다는 사항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라며 "19세 미만 청소년 이용 금지 논란은 MS사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인수한 후 보안 문제 등으로 기존 계정을 MS사의 엑스박스 계정으로 통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MS사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다수의 한국 게임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공식 입장을 밝혔다. 5일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모장 계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19세 미만 국내 이용자와 신규 19세 미만 가입자를 위한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올해 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에 국회는 폐지 움직임

이번 사태와 별개로 셧다운제는 지난 10여년간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마련한 '선택적 셧다운제'와의 중복 규제 문제,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9년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 수면시간은 1분 30초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에는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달 25일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도 지난 5일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및 게임인식 개선법'(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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