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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혐오?...급식소 깨끗하니 시비 없어요" 갈등 줄이는 캣맘들

급식소 관리 잘하는 캣맘·캣대디 덕에 갈등 줄어
자비로 사료 구입하고 배설물까지 깨끗이 치워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06-15 09:18 송고 | 2021-06-15 11:03 최종수정
깨끗하고 안전한 급식소 앞에서 밥을 먹고 있는 길고양이 (독자 제공) © 뉴스1
깨끗하고 안전한 급식소 앞에서 밥을 먹고 있는 길고양이 (독자 제공) © 뉴스1

"길고양이 혐오요? 급식소 관리를 깨끗하게 하니 시비 걸릴 일이 없어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캣맘 A씨의 말이다. A씨는 아파트 산책로 안쪽에 길고양이(동네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매일 관리하고 있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A씨와 같이 급식소 관리를 깨끗하게 하는 캣맘들 덕분에 이웃갈등이 줄고 있다. 

A씨가 급식소를 설치한 장소는 산책로 내 인적 드문 나무 밑이다. 어린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나 재활용통 옆, 주차장 등이 아니다. 매일같이 시간 맞춰서 밥 주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웃을 생각한 행동이다.  

캣맘 중에는 고양이집이나 급식소를 어린이 놀이터에 설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고양이들이 놀이터 시설물에 올라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위생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호자가 있는 고양이의 경우 파보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범백혈구감소증 등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동물병원에 가서 접종도 하고 진드기약을 발라주며 건강관리를 한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부모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모래 놀이터라면 배설물까지 남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찾지 않아 결국 방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재활용통 주변도 고양이들이 씻지 않은 참치캔 등의 냄새를 맡고 캔을 핥다가 혓바닥을 다칠 수 있어서 위험한 장소다. 분리수거를 하러 온 주민이나 재활용 수거업자들이 고양이를 보고 놀랄 수도 있다.

주차장 또한 고양이가 차에 들어갔다가 죽거나 갑자기 튀어나와 로드킬을 당할 수도 있는 장소다. 고양이가 죽으면 사람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고 차에 흠집이 나서 차주들과 캣맘들 사이 언쟁이 발생하기도 해서 밥을 주기에 적정한 장소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A씨는 급식소를 산책로에 뒀다. 고양이 사료도 매일 꾸준히 준다. 사료는 자비로 사고 업체 후원을 받지 않는다. 배설물도 꼬박 치우고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다 보니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급식소가 망가진 적도 없다.

캣맘은 아니지만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B씨는 "동네에서 급식소 때문에 관리사무소에 민원이 들어온다거나 안내문이 부착된 적이 없다. 이는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세대가 늘어나고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향상된 영향도 있다"며 "급식소에는 '사유재산이니 건드리지 말라' 등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문구도 없다. 산책로에 설치돼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누가 혐오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 설치돼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 캣맘이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독자 제공) © 뉴스1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 설치돼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 캣맘이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독자 제공) © 뉴스1

경기 이천시의 한 식당에서 급식소를 관리한다는 캣대디 B씨도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깨끗한 스티로폼에 디자인도 추가했다.

일부 캣맘은 이연복 셰프가 식당에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것을 두고 "식당과 같은 공개 장소에 밥자리가 공개되면 혐오 범죄에 노출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B씨는 "나도 식당에 급식소를 설치하고 고양이들에게 4년째 밥을 주고 있지만 항의하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손님들에게 양해도 구하지만 무엇보다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길고양이 이웃 갈등은 급식소만 적정 장소에 설치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며 "대다수는 잘 관리하고 있는데 일부 캣맘들 때문에 안 좋은 인식이 생기는 것이 안타까운 때도 있다. 결국 캣맘, 캣대디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깨끗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도 급식소 관리가 잘 돼 있는 지역은 캣맘과 이웃간 갈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철제 틀에 얼굴이 낀 고양이를 구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캣맘이 아니었다"며 "지역 캣맘들이 급식소를 잘 관리하니 캣맘이 아닌 사람들도 고양이를 보면 싫어하기보다 공존해야 하는 관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시의 한 식당에 놓인 길고양이 급식소. 깨끗한 스티로폼에 디자인을 입혀 더 깔끔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독자 제공) © 뉴스1
경기 이천시의 한 식당에 놓인 길고양이 급식소. 깨끗한 스티로폼에 디자인을 입혀 더 깔끔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독자 제공)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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