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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고통 속 살아가는 피해자들

"충북 도내 피해자 2만9357명 추정"
시민단체 "진상규명, 기업책임" 촉구

(청주=뉴스1) 강준식 기자 | 2021-06-02 16:22 송고
충북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김종제씨(59)가 2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롯데마트에서 열린 '충북지역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조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21.6.2/© 뉴스1 강준식 기자
충북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김종제씨(59)가 2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롯데마트에서 열린 '충북지역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조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21.6.2/© 뉴스1 강준식 기자

"마스크 때문에 숨을 쉬기 더욱 힘들어졌어요."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에 사는 김종제씨(5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른 의미로 원망스럽다.
가뜩이나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착용한 마스크는 그에게 족쇄나 다름없다.

숨이 가빠져 마스크를 내리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곧바로 뒤따른다.

김씨는 2010년대 초 우리나라를 강타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다.

그는 2007년 봄부터 2009년 10월 호흡곤란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건강해지기 위해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오히려 그의 몸을 망가뜨렸다.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낸 김씨는 그날 새벽을 잊지 못한다.

김씨는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고 숨이 가빠졌다"며 "그러다 호흡곤란이 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더니 폐가 망가졌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폐기종이라고 진단한 뒤 대형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권유해 충북대학교병원에 갔더니 천식 판정을 받았다"라며 "원인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병의 원인을 알게 된 것은 수년 뒤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김씨는 "병을 얻고 수년이 지났는데 언론에서 가습기살균제의 문제에 대해 보도하는 것을 보고 병원 진단을 다시 받았다"며 "그동안의 의무기록과 가습기살균제 구매 내역 등을 모두 제출하고 나서야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김씨의 바람은 두 가지다.

먼저,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받고 고통 속에 살다 두 달 전 숨진 형이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김씨는 "형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폐암을 얻어 수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라며 "소명 자료가 부족해 '노출자'로만 판정받은 상태인데 현재 재심을 신청했다"고 했다.

남은 하나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숨은 피해자를 찾아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충북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190여 명이지만,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거나 증상이 같으면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도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27만5610명 중 건강 피해자는 2만9357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피해신고자는 191명, 구제 인정자는 104명에 불과하다. 사망자는 48명이다.

이들 단체는 이날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롯데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정부와 가해 기업의 책임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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