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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미사일지침' 해제 비난…남북·북미관계 '먹구름'

전문가 "北, '대북정책 설명' 美대화 제의 사실상 거부"
북중 밀착 속 미사일 지침 언급…"北 '中 대변자' 자처"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1-05-31 11:36 송고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밝혔다. 한미미사일지침은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지난 1979년 처음 체결했다. 당시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이전하되 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각각 180㎞와 500㎏으로 제한했었다. 한미미사일지침 완전 해제에 따라 우리나라도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독자적으로 개발·배치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2021.5.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밝혔다. 한미미사일지침은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지난 1979년 처음 체결했다. 당시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이전하되 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각각 180㎞와 500㎏으로 제한했었다. 한미미사일지침 완전 해제에 따라 우리나라도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독자적으로 개발·배치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2021.5.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북한이 31일 첫 반응을 내놨다.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결정에 반발하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역겹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남북·북미관계가 당분간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제문제평론가라는 김명철 명의의 글을 통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인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결정을 두고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핵·탄도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자위적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또한 미국의 '이중 행보'를 지적했는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면서 일명 '추종자'에게는 무제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표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통신은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북)정책 기조들이 한갓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통신은 '남조선 당국자'라며 실제 문 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힌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는 발언을 문제 시 했다.
이와 관련 통신은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北, '수위' 조절 했지만…남북·북미대화 재개 '먹구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판단 하에, 전면적인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진행해 왔다. 관련 작업은 출범 101일 만인 지난 4월30일 완료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과 단계적 접근을 통해 외교적 공간을 모색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괄타결식',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방법론과의 접점을 모색할 수 있는 구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 있어 한미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왔다. 대표적으로 대북정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승한 것은 우리 정부의 노력이 작용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다만 이날 내놓은 북한의 반응은, 조속한 남북, 북미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고위 당국자 또는 외무성 등 기관 공식 입장 표명이 아닌 개인 필명으로 수위를 조절했고,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고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불만을 드러냈지만, 노동당 체제라는 특성상 결국 '윗선'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캐슬에 있는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기념식 연설서 다음 달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캐슬에 있는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기념식 연설서 다음 달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北, '대북정책 설명' 美 대화 제의 사실상 거부…무력시위 명분 쌓기도"

이와 함께 이번 북한의 반응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초 완성된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북한에 공식 접촉을 제의한 것에 대한 '거부'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까지 북측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만 알려졌는데, 이번 반응은 '아직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제의에 대해 '관심 없다'는 1차 반응으로 볼 수 있다"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이 언급한 '최대한의 유용성'도 '권모술수'라고 한 건 만나서 얘기를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해주겠다고 했고 북측은 '잘 접수했다'고 반응했지만, 이번 입장 발표는 지금은 나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수위를 조절한 것은 당장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 가지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무력 도발'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등 북측 입장에서는 불편한 얘기가 더 있는데 미사일 지침 만 얘기한 것은 조심스럽지만 북한이 앞으로 미사일 계속 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차원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8월께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고 북한은 전승절(7월27일)도 앞두고 있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으면 도발할 수 있고 그럴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한미에 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룡남 중국주재 북한대사(왼족)가 2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 © 뉴스1
리룡남 중국주재 북한대사(왼족)가 2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 © 뉴스1

◇북중 '밀착' 가운데 미사일 지침 언급…"北 '中 대변자' 자처"

북한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가 지난 27일 회동하는 등 북중 밀착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를 언급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중국은 한미 미사일지침이 해제된 것과 관련해 "한미 관계는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공식 반응에서 톤을 조절해왔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도 깔려있다는 해석을 중국도 모를 리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북한을 통해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모두 불편한 구석이 있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를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삼가고 있지만 이를 북한이 대변해주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 지침만 시비 건 것은 중국과의 공조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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