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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타 어택'에 손든 브리타…이르면 연내 정수필터 재활용 방안 마련

'브함사' 요청에 화답, 환경 생각하는 소비자 '승리'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21-01-15 07:11 송고
(사진=십년후연구소 인스타그램) © 뉴스1
(사진=십년후연구소 인스타그램) © 뉴스1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려고 브리타 제품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필터 소비가 결국 플라스틱(소비)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이런 아이러니는 개선됐으면 합니다."

"적어도 환경 보호를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고 싶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질 각오도 해야 합니다."
"페트병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브리타를 사용하려 했는데, 브리타를 쓰면서도 플라스틱이 재활용이 안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난해 8월 온라인에서는 진행된 '브리타 어택' 캠페인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이 캠페인은 브리타 필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게 핵심이다. 

십년후연구소와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등 27개 시민단체와 생활협동조합, 소규모 상점으로 구성된 '브리타 필터 재활용 캠페인에 함께하는 사람들'(브함사)은 브리타코리아에 국내 필터 수거와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을 요청해 왔다. 
브함사는 사용이 끝난 필터 1600여개를 수거하고, 약 4개월여간 온라인 서명을 전개해 총 1만4546명이 동의한 서명을 브리타코리아에 전달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결국 브리타가 움직였다. 자연여과 정수기를 판매하는 브리타코리아는 이르면 연내에 물을 여과하는 필터를 회수해 재활용·처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플라스틱과 활성탄으로 구성된 필터가 그냥 버려지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만큼 처리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소비자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 

15일 업계에 따르면 브리타코리아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시민단체에 전달했다. 브리타코리아는 물통에 부착하는 필터로 수돗물을 여과하는 방식의 간이 정수기를 제조·판매하는 독일 기업 브리타의 한국 법인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폐 플라스틱 배출 문제가 대두됐고 생수병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자연여과 정수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브리타의 '필&엔조이' 등이 대표적이다.

브리타코리아는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전문 기업과 현실적인 방법을 논의 중"이라며 "2021년 중으로 이미 사용한 필터를 회수해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고, 나머지 충전재는 환경에 유해하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그램 진행 준비가 끝나면 도입 시기, 수거 방식, 처리 과정, 재활용 업체 등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라며 "브리타 홈페이지와 SNS 및 판매 채널을 통해 공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브리타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 뉴스1
(사진=브리타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 뉴스1

그동안 브리타코리아는 '친환경 마케팅'을 펼쳐 왔다. 하루에 물을 2ℓ씩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사 정수기 필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에 불과해 생수병의 139.7㎏보다 크게 적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이 브리타 정수기의 필터 카트리지가 또다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필터 카트리지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본체, 코코넛 활성탄과 이온교환수지가 섞인 충전재로 구성됐다. 회사가 권장하는 필터 교체 시한은 4주다.

브리타코리아는 필터 카트리지를 플라스틱 재활용 수거함에 분리 배출할 것을 안내해 왔다. 그러나 플라스틱 본체는 단단하게 닫혀 있어 충전재와 분리하기 쉽지 않다. 활성탄도 본래는 자연분해가 가능하나 충전재는 활성탄과 이온교환수지가 섞여 있어 그냥 폐기할 경우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었다.

이에 브함사는 미국,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유럽, 호주 등 해외와 마찬가지로 한국 법인도 필터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필터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양래교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처음 시작했을 당시 1000명을 서명 기준으로 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너무 빨리 채워지는 바람에 기준을 점점 높였다"며 "생수병을 아끼기 위해 (정수기를) 샀는데 마찬가지로 한 달에 하나씩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데 소비자들이 일종의 배신감을 많이 느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브함사는 회사측의 후속 대응을 눈여겨보는 한편, 소비자가 충전재를 스스로 교체할 수 있는 '필터 해킹' 재료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해 나갈 예정이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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