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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신분증 일일이 대조 어려워요"…개인카페 '수기 명부' 혼란

"전자출입명부 사용이 원칙" 불구 '단말기 없어' 수기로 대체
세부지침 홍보 부족해 정보 제각각…허위기재 확인도 어려워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김승준 기자 | 2020-09-01 11:44 송고 | 2020-09-01 16:39 최종수정
서울의 한 빙수카페에 마련된 수기출입명부. 사장 송모씨(61)가 날짜 칸을 지우고 시간을 기재할 수 있도록 명부를 수정했다 . 2020.8.31/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출입명부에 방문 시간도 기록해야 하나요?"

지난 31일 서울의 한 대학가 빙수 카페 매장. 사장 송모씨(61)는 낡은 스프링 노트로 만든 출입명부의 '날짜'를 황급히 두 줄로 긋고 '시간'으로 고쳐 쓰며 이같이 말했다.
누렇게 색이 바랜 노트에 직접 줄을 그어 만든 수기 명부는 혹시 모를 감염자를 추적하기엔 허술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날짜와 함께 시간을 기재하면 역학조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자 송씨는 "무엇을 적어야 하고 무엇은 적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씨는 이내 "포장 메뉴를 가지러 매장에 방문한 손님도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하느냐", "여러 명이 함께 매장에서 빙수를 먹을 때는 대표자를 제외한 손님들도 기재해야 하느냐"고 연이어 질문했다. 지난 이틀간 이들 방문자의 정보는 모두 누락했다는 의미였다.

◇ 개인카페 '방역 사각지대'…"신분증·허위사실 기재 확인 어려워"

수도권 개인 카페들이 출입자 명부 관리에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시 일부 개인 카페에선 매장별로 수집된 정보가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누락이나 허위 기재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개인 카페의 정상 영업을 허용하면서도 출입자 명부 관리와 세부 지침 홍보에 소홀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31일 <뉴스1>이 수기출입명부를 작성하는 서울 소재 대학가 개인카페 11곳을 확인한 결과, 출입명부 작성 시 신분증을 확인하는 매장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매장별로 수집하는 정보 종류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의 한 대학가에 있는 개인 카페는 밀려드는 손님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매장 입구엔 수기출입명부와 전자출입명부를 함께 마련해뒀지만 전자출입명부를 사용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대학생 이모씨(27)는 "휴대전화를 켜서 QR코드를 인증하는 과정보다 펜을 들고 직접 쓰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며 "굳이 전자명부를 쓸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수기명부의 경우 매장 직원이 신분증과 대조하는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일일이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혼자서 매장을 운영 중이던 A씨는 "업무 중에 신분증과 개인정보를 일일이 대조해 보기가 어렵다"며 "허위정보를 적을 경우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학생 손님이 대부분이라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손님도 많아 확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카페 입구에 설치된 전자출입명부와 수기출입명부. 2020.8.31/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서울의 한 카페 입구에 설치된 전자출입명부와 수기출입명부. 2020.8.31/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 수기출입명부 사용법 '혼란'…"뉴스 보면서 직접 만들었어요"

수기 명부는 지난 3월 도입됐지만 이태원 클럽 등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퍼졌을 당시 '허위 기재'가 많아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결국 허위 기재를 줄이고,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자출입명부가 6월 도입됐다.

지난 30일부터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프랜차이즈 카페와 개인카페는 입구에 전자출입명부 또는 수기명부를 비치해야 한다. 업주는 이용자가 수기명부를 사용할 경우 성명·전화번호·신분증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수기출입명부 사용법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지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누가,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 비교적 정확한 정보가 저장되는 전자명부와 달리 수기출입명부는 점주와 방문객에 따라 수집하는 정보가 제각각이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개인카페 대다수가 수기명부를 사용하고 있었다. 점주들은 QR코드를 인식하기 위한 인터넷이나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단말기(휴대전화·태블릿PC)가 없으면 전자출입명부를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남는 단말기가 없어서 전자명부를 만들 생각도 못 했다"며 "이렇게 느슨하게 운영하다가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기간) 7일이 금방 가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개인카페 운영 지침을 담은 구청 안내문을 받지 못한 카페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불과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카페 중 한 곳만 구청 안내문을 받았다. 

구청 안내문을 받지 못한 카페 사장 김모씨(35)는 "뉴스를 보고 직접 수기 명부를 만들었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어서 스스로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출입명부는 오히려 포장과 배달만 가능한 프랜차이즈카페에서 더 철저하게 관리되는 모습이었다.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선 입구에서부터 방문자 전원이 출입 전 전자명부를 작성해야만 주문이 가능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상담센터 관계자는 "출입명부는 확진자가 매장에 다녀갔을 때 같은 시간대에 있었던 방문객에게 연락할 수단과 시간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원칙적으로 전자명부를 사용하되, 수기명부를 작성해야 할 경우 관리에 더 신경을 써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0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실시하면서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점과 사업점·직영점 형태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해 오는 6일까지 포장·배달 서비스만 허용했다.

반면 개인카페의 경우 이번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 개인카페는 오후 9시까지 기존과 같이 매장을 정상 영업할 수 있고 오후 9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개인정보수집 명부 예시 (보건복지부 전자출입명부(KI-Pass) 안내(이용자 및 시설관리자용 갈무리) 2020.08.31 /뉴스1
개인정보수집 명부 예시 (보건복지부 전자출입명부(KI-Pass) 안내(이용자 및 시설관리자용 갈무리) 2020.08.31 /뉴스1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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