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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독립 선언'…"세계 최고수준 K-필터로 脫일본"

3년 동안 개발→10년 동안 사장화 위기→1년만에 고도화 성공
[광복75주년]'석유민 시노펙스 연구소장 인터뷰'

(김천=뉴스1) 조현기 기자 | 2020-08-18 07:10 송고 | 2020-08-18 09:07 최종수정
석유민 시노펙스 연구소장 © 뉴스1 조현기 기자
석유민 시노펙스 연구소장 © 뉴스1 조현기 기자

"3년의 개발, 10년의 기다림"

"이제 일본 필터가 아닌, 국산 필터로 깨끗한 산업·가정용 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석유민 시노펙스 연구소장이 지난 14일 경북 김천 시노펙스 공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서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 고도화에 성공한 소감을 밝히며 한 말이다. <뉴스1>은 75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탈(脫)일본 및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노력한 기업을 만났다.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은 섬유 가운데 구멍이 뚫린 빨대(중공사)에 압력을 가해(가압식) 거르는 막(멤브레인)을 갖고 있는 필터다. 쉽게 말하면 물의 입자만 통과할 수 있게 작은 구멍을 갖고 있어 미세한 것까지 거를 수 있는 필터다. 따라서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를 거친 물은 매우 깨끗한 상태가 된다.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를 통과한 물은 우리의 일상과 산업 모두 중요하다. 일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는 수돗물 유충을 비롯한 대장균, 박테리아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막을 수 있다. 산업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정밀 화학 등 순수한 물이 필요한 제조업에 핵심이 된다. 만일 오염된 물이 제조 공정에 들어갈 경우 불량률이 높아진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일본 경제 보복 '위기를 기회로'…'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 국산화 및 고도화 계기
우리 삶과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는 그동안 일본 업체들이 독점해 왔다. 만일 일본 정부가 지난해 이맘때 단행한 수출 보복이 불화수소가 아닌,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였다면 우리의 대표 수출 상품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밀 화학의 생산라인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 개발은 2010년대 초반쯤 국내 주요 필터 업체들 대부분이 완료했다. 시노펙스 역시 지난 2006년부터 3년 동안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 연구에 착수해 지난 2009년에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10여년 동안 국내 필터 제품들이 현장에 등장하지 못했다. 일본계 필터 회사들이 제조 생산라인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제조 현장에서는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제품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그동안 거래온 회사의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의 제조라인에는 오랫동안 일본의 소부장이 이용됐다. 시노펙스와 국내 업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10여년 동안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는 일본에 대한 의존이 심해졌고, 국내 기업에겐 사(死)장화될 분위기였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노펙스에 새로운 기회를 줬다. 정부는 일본에 대항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을 적극 육성하기 시작했다. 

시노펙스는 석유민 연구소장을 중심으로 지난 1년 동안 '가입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석유민 연구소장은 "현재 기술 수준은 단순한 국산화를 넘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가 소부장 정책을 펼치면서 국산화를 앞당기게 도와줬다"며 "정부와 그동안 함께 노력해준 기술진에게 감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노펙스가 만든 필터 제품. 오른쪽 아래 MADE IN KOREA라는 글귀가 선명히 보인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시노펙스가 만든 필터 제품. 오른쪽 아래 MADE IN KOREA라는 글귀가 선명히 보인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 석유민 연구소장 "이제 시작…현장에서 국산 기술 활용돼야 진정한 脫일본"

석 연구소장은 이날 훌륭히 완성된 메이드 인 코리아 '가압식 중공사 멤브레인 필터'가 실제 산업 현장에 쓰일 수 있게 정부와 기업들이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산화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이 국산화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솔직히 당장 고퀄리티의 제품을 생산해야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국산이라도 검증되지 않는 신제품을 생산라인에 도입할 수있는 곳이 많지 않다. 따라서 그동안 시장에서 오랫동안 검증된 일본 제품들이 현장에서 많이 쓰였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또 시노펙스가 개발한 필터 역시 기술력은 확실히 있지만, 현장에 적용하다보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도레이와 아사히 역시 처음에는 현장에서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고, 그 문제점들이 노하우로 쌓여 세계 최고 필터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소부장 지원으로 개발된 국산 제품을 제조기업들이 사용했을 때 세제혜택을 대폭 강화해 주거나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만일 이같은 정부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과감히 리스크를 감수하고 국산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석 연구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시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솔직히 국내의 많은 소부장 기업들은 정부와 국민들이 시간만 주신다면, 확실히 해외 기업들과 싸워 국산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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