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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건 하나…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해주세요"

[차별금지법 기획③] 장애인·성소수자·비정규직 집담회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박상휘 기자 | 2020-07-05 07:28 송고
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관련 집담회'에서 김보미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대표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2020.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관련 집담회'에서 김보미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대표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2020.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야말로 '칠전팔기'가 따로 없다. 지난달 말 발의된 차별금지법 얘기다. 2007년 발의 무산 이후 6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에는 성별과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등을 비롯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평등법'이란 이름으로 차별금지법 시안을 발표하고, 국회에 평등법을 조속히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2일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장애인인 박성준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소장과 성소수자 김보미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대표, 최근까지 비정규직이었던 김성식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국립과천과학관분회 사무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집담회에서 "차별금지법은 시발점에 불과하다"면서 일단은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실생활에서 흔히 겪는 차별은 무엇이 있을까. 

▶(김보미) 얼마 전 지하철에서 '청년 신혼부부 주거지원' 광고를 보고 딱 와닿은 게 있다. 청년은 항상 결혼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럼 나는 청년에 포함이 안 되는건가?' 싶어 갑자기 열불이 나더라. 또 파트너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수술동의서를 쓸 수 없는 부분도 그렇다. 이 사람의 평소 질병을 가족보다 더 잘 아는데도 동의서를 쓸 수가 없다. 나열하면 끝도 없다.
▶(박성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으로서 이동이나 공간에 제약이 많다. 며칠 전에 연습실을 예약하는데 연습실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어 전동휠체어가 들어가면 훼손된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은 적이 있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데 공간을 위해 사람이 배제되는 상황을 보면서 '뭐가 먼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곳에만 갈 수 있는 것도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김성식) 취업규칙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인데도 불구하고 1년에 한 번씩 성과평가를 하게 돼 있다. 성과급을 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 규칙은 두번 연속 최하위를 받으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 작용한다. 실제로 그 평가를 받으신 분들 중 몇 분은 퇴사를 하셨고, 한 분은 노조를 찾아오셨다. 여전히 파리 목숨이란 소리다. 

-차별은 도대체 왜 존재할까. 

▶(박성준) 계급화는 자신이 어느 부분에 있어서 우월하다는 인식을 갖고 싶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낮다는 느낌을 갖고 살고싶지는 않은거다. 그러니 본인보다 못한 사람을 자꾸 만들어낸다.

▶(김성식)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한다. 인간본성 아니겠나. 지구 상에 인류가 딱 두 명만 남아도 어떤 식으로든 상하는 나뉠 것으로 본다. 그래서 그걸 사회적으로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보미)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부당한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하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아플 때 병원에 가지 못하고 그러다 해고를 당하고, 주변 가족들이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살기 위해선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계급화가 고착화되고 차별은 만연해진다.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되고 14년이 흘렀다. 그동안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김보미) 상황이 교묘하게 더 나빠졌다. 정치적으로는 이 이슈를 이용하고, 특정 종교안에서는 외부에 적을 만들고 내부 결합을 위한 도구로 쓰고있다. 차별금지법이 여전히 제정되지 못하는데는 '포괄적'이란 맥락 때문인데 장애인 등 다른 소수자들께서 끝까지 성소수자가 들어가야 한다고 해주셔서 그렇다. 그래서 연대가 중요하고, 끝까지 이 문구가 들어가서, 모든 분들의 의지가 잘 반영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성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법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 2008년 시행됐는데 10년 뒤가 너무 다르다. 예를 들면 지금은 명시적으로 장애인 차별이 줄었다. 왜냐? 법이 있으니까 그렇다. 그래서 인권위에서 평등법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이게 후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은 자구(字句) 하나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게 무엇을 위한 법인지를 명확히 드러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차별금지법만큼 분명히 드러낸 법명은 없다. 그런데 거기서 후퇴를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개신교 눈치를 보고있다는 것이다.

▶(김성식) 인권위에서 2016년쯤 정규직과 비정규직 급여에 차별은 둘 수 있지만 그 외에 복지 부분은 차별을 두지말라는 권고안이 나왔었다. 그러나 정부도 그렇고 사측도 그렇고 바뀐 것은 없다. 

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관련 집담회'에서 민주노총 일반노조 국립과천과학관분회 사무장 김성식 씨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관련 집담회'에서 민주노총 일반노조 국립과천과학관분회 사무장 김성식 씨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분명 높아졌다. 그러나 온라인 상으로 표출되는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    

▶(박성준) 여론조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진짜 인식은 아무도 안 보는 키보드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 100m 밖에서 보는 장애인은 보겠는데 내 가족이 장애인하고 결혼한다고 하면 두손두발 들고 말리는 상황이 오는 것과 비슷하다. 1m의 인식과 100m의 인식 차이라고 할까.

▶(김보미) 포털에 댓글을 달고, 퀴어 축제에 와서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아주 극소수인데 과대 대표됐다는 생각이 든다. 저만 해도 댓글을 한 번도 단 적이 없다.

▶(김성식) 이번에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의 정규직화만 봐도 호의적이지 않다. 이는 비정규직이란 말 자체가 생겨나게 된 이후부터 각박해져온 것 같다. 한번에 혁파하기는 어렵지만 저희가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차별금지법도 같은 맥락이다. 법으로라도 있어야 변화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1~10점 중 높을 수록 차별이 심한 정도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

▶(김성식) 상황 별로 다르겠지만 6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는 우리나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다. 거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김보미) 저도 6. 사실 사람들은 '차별하면 안돼', '혐오하면 안돼'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언제든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잘 안하는게 문제다.

▶(박성준) 두분이 상대적으로 점수를 후하게 주셨다. 사실 성소수자 같은 분들은 이게 드러나야 차별이 시작되기 때문에 얘기를 하지 않았을 때 차별 지수는 제로, 얘기하면 10이 돼버린다고 생각한다.

▶(김보미) 맞다. 여성 문제나 장애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말할 때까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러분에게 차별금지법은 어떤 의미인가. 

▶(김보미) 나는 시발점이라고 본다. 수많은 차별적 요소들을 하나하나 바꿔 나가야 하는데 차별금지법은 그것들을 바꿔나갈 수 잇는 시작이라고 할까.

▶(박성준) 법이 있어야 무엇이 차별인지 알고 무엇이 잘못인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법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모르고 지내왔던 차별 지점을 한번쯤 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다. 

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관련 집담회'에서 은평지역 인권활동가 박성준씨가 자신이 생각하는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관련 집담회'에서 은평지역 인권활동가 박성준씨가 자신이 생각하는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박성준) 하나인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 인정해주면 될 것 같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김보미) 동등한 시민이라는 생각?

▶(김성식) 유명한 노래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렛잇비(Let it be). 다름을 인정하기까지는 기대하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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