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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끝에 이스타 품은 제주항공…시너지로 '위기 극복' 사활(종합)

최종 545억원에 SPA 체결…기존보다 150억가량 낮춰
동종업계 최초 결합…코로나19 공동대응 등 손실 방어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2020-03-02 14:38 송고 | 2020-03-02 15:57 최종수정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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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기존 인수가보다 낮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양사는 이번 결정이 동종업계 사업자간 최초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 지분 51.17%를 약 545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약 430억원을 취득 예정일자인 4월29일 전액 납입할 예정이다.   
인수가는 기존 희망액인 695억원보다 150억원 가량 낮춰졌다. 이는 그간 실사를 진행하면서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가 대폭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임직원 임금을 연체할 정도로 적자 규모가 심각한 상황이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32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인수가격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낮아진 인수가격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8년 기준 자본잠식률 47.9%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항공시장에서 퇴출될 우려도 크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사업개선 명령 2분의1 이상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정부는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이번 인수는 항공업계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동종 사업자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 확보 등에서 이스타항공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체급을 키우면 규모의 경제효과로 중복비용 절감이 가능해서다.
이스타항공도 제주항공과의 공동의 노력으로 현재의 위기를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오늘의 합의를 통해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또한 지금의 위기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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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운항 조치한 중복노선에 대해 공동대응에 나서며 손실 방어에 나서고 있다. 예약률이 적은 노선을 없애고 유사 시간대 다른 운항편으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는 식이다. 실제 지난달 인천~나트랑 등 일부 중복노선의 경우 이스타항공은 자체 항공편을 없애고, 승객들에게 제주항공 운항편을 대체하도록 안내했다.

이 같은 공동경영은 향후 인수 뒤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지분 51%를 확보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을 자회사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단독 취항지 및 슬롯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재 제주항공은 88개, 이스타항공은 34개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덩치도 LCC 1위 지위를 넘어 국적항공사 2위인 아시아나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커진다. 현재 제주항공은 45대의 여객기를 운용 중인데 이스타항공 운용 기체(23대)를 더하면 기단 규모가 70대 수준으로 커진다. 아시아나 운용 여객기는 80여대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독립체제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이스타항공 활용 방식에 따라 시너지 효과도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각기 다른 채널에서 손님을 모으고 잘 안모아진 것은 비운항하는 등 공동대응을 통해 적자폭을 줄이려는 시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업황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제주항공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둔화에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며 임금 반납, 무급휴직 등 고강도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인수 이후 이스타항공에 대한 추가 투자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될 우려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인수는 제주항공 연간 영업이익 전망의 큰 불확실성 요인"이라며 "이스타항공은 2018년 감사보고서 공시 이후 영업손익에 대해 공시한 바 없어 이스타항공 인수 시 연결손익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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