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최신휴대폰 1,237대의 IMEI 를 복제한 일당 등 2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경찰청 광수대가 공개한 증거물품. 2018.1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소액대출을 미끼로 2500여명에게 최신 휴대폰을 개통시킨 뒤 휴대폰 고유의 '국제 모바일기기 식별번호'(IMEI)를 복제하고, 개통보조금과 기기값 등 수십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소액대출 희망자들 모집하고, 이들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한 뒤 IMEI를 복제해 보조금 등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전파법 위반)로 휴대폰 판매점업주 A씨(27)와 B씨(25)를 구속하고, 모집책과 유통책 등 18명을 불구속 기소해 10월 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소액대출, 휴대폰 개통대행' 광고로 대출 희망자를 끌어모은 뒤 2500여명의 명의로 총 5325대의 휴대폰을 개통하고, 이중 1327대의 IMEI를 복제해 보조금을 챙기거나 기기를 중고매입자에게 되팔아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이들에게 1대당 100만~150만원 상당의 최신 휴대폰을 개통하게 한 다음 기기값의 절반가량인 50만~7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희망자들은 1사람당 평균 2대 이상 휴대폰을 개통해 금액을 받았다.

이들은 신규개통 후 90일 동안 최소 45분 통화를 이용해야 통신사로부터 개통보조금을 환수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새 휴대폰의 IMEI를 중고 휴대폰에 복제했다. 이렇게 복제한 중고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 새 휴대폰으로 통화를 한 것처럼 기록된다는 점을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나머지 휴대폰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로 반출시키거나 중고매입자에게 원래 가격의 70%선을 받고 되팔아 부당 이득을 올렸다. 경찰은 A씨 일당이 이렇게 올린 수익이 최대 3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SKT·KT·LG유플러스 등 3대 통신사는 이들로 인해 총 58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통신사로부터 복제 휴대폰으로 의심되는 개통 건 목록을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제는 불과 3~4초 만에 손쉽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휴대폰 개통에 필요한 명의를 제공한 건 대부분 가정주부·대학생·노인 등으로 소액대출이 급하게 필요하지만 대출을 받기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대출 희망자들이 휴대폰 할부금 탓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것을 알면서도 어려운 사정을 악용해 범행을 했다"며 "앞으로 복제된 휴대폰들이 다른 범죄에 사용됐는지, 추가 공범이나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있는지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통신비를 지급하지 못할 형편임에도 휴대폰을 개통하는 데 명의를 제공한 대출 희망자들도 범죄에 가담한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2500여명을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서신영 경감이 6일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최신휴대폰 1,237대의 IMEI 를 복제한 일당 등 20명을 검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8.1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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