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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일본은행에게 배워라…시장혼란 없는 긴축 가능"

2분기 QE 규모 대폭 줄이고도 채권금리 안정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7-07-08 08:34 송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중앙)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왼쪽)© AFP=뉴스1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중앙)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왼쪽)© AFP=뉴스1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 시장에 발작을 유발하지 않는 긴축 신호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유럽과 미국의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글로벌 긴축 우려감이 높아졌다. 관건은 긴축으로 시장이 발작적 반응을 하지 않도록 억제할 수 있는지다. 

ECB에 앞서 지난해 말 이후부터 긴축 실험을 소리 소문 없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행중인 중앙은행이 있다. 바로 일본은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통화 부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일본이 유럽에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글로벌 금리 인상에 BOJ 완화 '천명'

일본은행은 지난해 초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데 이어 그 해 9월 세계 최초로 국채수익률 곡선을 타기팅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막대한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QE)를 통해 기존에 양으로 승부하던 정책을 장기 금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제로(0) 수준으로 묶어 두는 것이다.

타기팅 전략으로 일본은행은 국채금리가 오를 조짐이 보이면 무제한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평소에는 사실상 어떠한 개입도 없이 시장이 자발적으로 10년물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통화를 찍어 내는 주체인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엄포에 맞설 시장 참여자가 있을리 만무하다.
글로벌 금리 급등세에 실제 일본은행은 강력한 방어 의지를 분명히 했다. 7일 일본은행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무제한 국채매입에 나섰다. 일본은행은 10년물을 수익률 0.11%에 사겠다고 발표했다.

팔겠다는 기관은 없었지만 일본은행의 발표에 10년물 수익률은 5개월만에 최고에서 즉각 0.085%로 떨어졌다. 다른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뚝 떨어졌다. 

◇ 은밀한 테이퍼…"수익률 타기팅 덕분"

전체 그림으로 보면 일본은행은 은밀하게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며 사실상 긴축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본은행이 축적한 자산은 평균 13조5000억엔으로 지난해 분기 평균인 22조8000억엔보다 훨씬 적다. 2013년 초완화정책을 시작한 이후 최저다. 지난 9개월 동안 일본 국채수익률은 유럽, 미국에 비해 훨씬 낮게 유지됐다. 최근 매도세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일본은행이 용인하는 한계를 설정해주기 때문에 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유럽 다이와 캐피털마켓의 그랜트 르위스 리서치 본부장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에게 분명이 더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률이 이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시장을 향해) 구로다가 결연하게  '덤벼 봐라, 무제한 자원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매입을 줄이기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채 수익률 타기팅 덕분에 연간 본원통화 매입 목표를 폐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프레야 비미시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본원통화 목표를 폐기해도 정책 비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수익률 곡선 타기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ECB가 처한 상황은 일본은행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 국채 수익률은 일본에 비해 훨씬 변동성이 크다. 반면 일본은 수 십년의 디플레이션으로 저변동성이 고착화했다. 또 ECB는 일본은행과는 달리 다수의 국채 시장에 대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피터 채텔 미즈호 유럽금리 전략본부장은 "일본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래 동안 극단적으로 낮았다"며 "중앙은행이 즉각적 수익률 급등 없이 통화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더 많다"고 말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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