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글로벌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3각 파도 앞에서 표류중

롬바르드 "일시적 착륙을 위한 저속 비행 시작"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7-03-23 14:32 송고 | 2017-03-23 16:06 최종수정
뉴욕증권거래소© AFP=뉴스1
뉴욕증권거래소© AFP=뉴스1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3각 파도 앞에서 표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전 정권의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 폐기를 놓고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효과가 소멸되면서 유가는 더 큰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은 경기 부양과 통화 긴축 사이에 위험한 줄타기로 불안하다.
분석기관 롬바르드는 지난 9개월 동안 이어졌던 리플레이션 투자 전략이 일시 착륙을 위한 저속 비행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 트럼포노믹스 실종…'트럼프케어' 23일 의회 표결 고비

먼저 최근 시장을 가장 크게 뜨운 변수인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에 몰렸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는 법안(트럼프케어)이 23일 하원에서 찬반 표결에 부쳐지는데 트럼프의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기류가 강하다. 부결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감세를 비롯한 더 힘든 정책을 이행할 추진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새로운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는 오바마케어 폐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른 모든 정책이 당연히 의문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채권전략가 역시 이번 의회 표결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봤다. 부결되면 "막대한 리스크-오프 이벤트"를 촉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헬스케어법안을 통과시킨 후 그 다음 어젠다로 세금개혁을 설정해 두었다. 하지만 23일 트럼프케어가 부결되면 시장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세제개혁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세금개혁안이 오는 8월 이전 의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OPEC 감산효과 소멸…"약속 불이행 더 문제"

트럼프 기대감의 후퇴는 유가 하락세와 동반했다는 점에서 기류 전환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준다. 한 동안 잠잠하던 유가는 미국의 재고와 생산 증가에 다시 요동치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가는 이달 초 이후 10% 넘게 밀렸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올 들어 계속 늘어나 사상 최대로 쌓인 부담이 커졌다. 감산 효과가 소멸되면서 미국은 물론 감산을 약속했던 비 OPEC 산유국들마저 약속 이행의지가 희미해졌다. 감산 연장에 앞서 올 6월까지 줄이기로 한 생산 쿼터약속부터 지키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전략 본부장은 "OPEC이 시장을 지지할 만한 구두개입의 실탄을 소진했다"며 "100% 감산 이행이 이제 남은 유일한 수단인데 이러한 목표달성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감산이 연장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RBC는 "지난 한 주 동안 산유국들이 사우디가 성공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는 의지를 키웠다"며 특히 늘어나는 원유 재고가 감산안 연장의 최대 이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유국들의 경제 상황 역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RBC는 덧붙였다.

◇  中 '부양 속 긴축' 줄타기 긴장감

중국 경제는 최근 안정감을 보였지만 '부양 속 긴축'이라는 불안한 줄타기를 하며 언제든 글로벌 물가회복에 찬물을 끼얹일 수 있는 변수다. 롬바르드는 "원자재 시장에서 위험자산 리셋 신호가 켜졌다"며 "원자재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에서 단기금리 인상 등 긴축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펀더멘털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최근 몇 주 동안 신용라인을 압박해 단기자금시장에서 금리를 끌어 올리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풀었던 유동성을 선별적으로 걷어 들이며 자산 거품을 억제하고 금융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을 억제하면서 위안화를 떠 받칠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시장은 인민은행의 지원으로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출처가 됐다.

인민은행이 선별적 긴축을 실시하지만 지방의 중소은행들의 경우 유동성 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 3개월 단기 금리는 거의 2년만에 최고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이 성장을 억제하거나 유동성 경색을 유발하지 않는 동시에 자산거품을 억제하고 위안화를 안정화하는 달성하기 힘든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이 인용한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20일 일부 지방 은행들이 단기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21일 인민은행이 단기대출창구를 통해 3000억위안을 투입했다. WSJ는 "일부 디폴트가 신용시장 전반에 경색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골드먼삭스의 MK 탕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은행간 금리는 금융시장에 막대한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은행 대출금리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kirimi99@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