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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유행어로 본 북한-2] "가을 도둑이 봄날 애국자"

가을철 되면 식량 절도 늘어

(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2013-09-22 01:02 송고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추석 연휴를 끝낸 직장인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농부들은 지난 봄·여름에 정성껏 가꾼 작물을 수확하느라 바쁘다.
북한도 역시 가을인 요즘이 작물을 거둬들이는 계절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북한에서는 가을철 수확의 계절이 오면 “가을 도둑이 봄날에 애국자다”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가을 도둑이 봄날에 애국자다’라는 말은 ‘가을에 도둑질을 해서라도 굶어 죽지 않아야 봄 농사철에 협동농장에 출근할 수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 실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유행어인 셈이다.
북한의 농장원들은 협동농장에서 농사일을 하고 곡물을 분배 받는다. 하지만 농장원들이 분배받는 몫은 매우 소량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협동농장으로부터 받는 곡물량이 거의 없는 농장원들은 뙈기밭(큰 토지에 딸린 작은 밭)을 경작하거나 생계형 식량절도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국정원은 “농장원 가족 4~5인 기준 한해 곡물 소요량은 1200~1500㎏이지만 협동농장에서 분배받은 곡물량은 200㎏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해 절도를 감행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원들의 절도 유형은 ▲야간작업시 벼, 옥수수 등을 몰래 허리춤에 차고 나오기 ▲비농장원에게 곡물을 빼돌린 후 나눠 갖기 ▲벼를 실은 가마(달구지)를 탈곡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절취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탈북자 A씨는 “최근에는 농장원뿐만 아니라 도시주민과 군인들도 농촌지역의 식량을 훔치는 일이 많다”면서 “배가 고픈 농장원들이 훔친 생옥수수를 그대로 먹는 것을 ‘하모니카 분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또 “북한에서는 특히 가을철에 곡물도둑이 많아지는데 농장원들 간에 서로의 처지를 잘 알다 보니 웬만한 도둑질은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을 도둑이 봄날에 애국자다’라는 말은 농장원들이 내뱉는 우스개 소리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안타까운 절규와도 같다”고 말했다.


k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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