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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울산12경 내원암 계곡, 바위 훼손·쓰레기 '신음'

(울산=뉴스1) 노화정 기자 | 2013-07-21 07:56 송고
울산 12경으로 유명한 대운산 내원암 계곡의 제법 모양새나는 바위마다 붉은 스프레이로 모 식당을 홍보하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News1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절륜의 풍광으로 울산 12경에 꼽히는 울주군 대운산 내원암 계곡.
물색이 단아하고 수심이 얕아 이른 무더위에 지쳐 심신을 매만지려는 가족 물놀이객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 19일, 평일인데도 대운산 허리춤에서 발원한 청량한 계곡물이 크고 작은 바위를 휘돌면서 만들어낸 작은 웅덩이인 '애기소'마다 10여명의 피서객들이 물놀이 재미에 흠뻑 빠져있었다.

내원암 계곡 초입의 상대마을을 거쳐 3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 갈때만해도 청아한 계곡물 소리에 주변의 목가적 풍경을 더해 '영남의 소금강' 그 명성 그대로였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과 연결된 반듯한 평탄길을 10분 가량 걸어 가까이서 만난 내원암 계곡의 속살은 참담했다.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지 못할, 지저분한 광경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수 만년의 세월이 빚어놓은 유구한 자연유산인 내원암 계곡의 바위 앞면에는 빨간 스프레이 분칠이 선명했고, 물놀이객들은 계곡 물위를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와 더불어 헤엄쳤다.

내원암 계곡의 또 다른 명성의 원천인 기암괴석에 칠해진 붉은 스프레이 분칠의 정체는 뭘까.

자세히 보니 중국집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중국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물놀이객을 상대로 영업 홍보용으로 내원암 계곡의 바위에다 붉은 색 스프레이로 광고 문구를 새긴 것이다.
19일 회사 동료들과 내원암 계곡을 찾은 김 모씨(여) 계곡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을 가르키고 있다.© News1

문제는 이렇게 홍보 문구를 새긴 바위가 1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뉴스1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최소 8개 이상의 바위에 붉은 색 스프레이로 광고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내원암 계곡에서 제법 규모가 있고 모양새가 괜찮아 피서객들의 눈길이 쏠릴만한 바위들만 골라 광고 문구를 새겨 놓았다.

맑고 청아한 내원암 계곡의 기암괴석마다 덧칠된 시뻘건 분칠의 부조화.

돈벌이에 급급한 업자들이 후대에 소중히 물려줄 자연유산인 내원암 계곡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낸 것이다.

내원암 계곡의 상처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피서객들이 먹고 마시고 남긴 부산물인 온갖 쓰레기는 작은 언덕을 이루고 물길을 만들었다.

계곡 인근의 공터에 쓰레기를 버린 것은 그나마 양심적이었다. 물놀이 피서객들이 맨 몸을 담구고 있는 계곡물을 따라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녔다.
지난 19일 내원암 계곡 에 인접한 공터에는 피서객들이 먹고 마시고 버린 쓰레기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News1

이날 모처럼 보험회사 동료들과 물놀이를 온 김모씨(여·50·울산시 남구 삼산동)는 뉴스1 취재진을 만나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동료들과 자리를 펴고 앉아 더위를 좀 피할 만한 공간에는 어김없이 피서객들이 먹고 마신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물속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들 때문에 물놀이는 엄두를 못내겠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내원암 계곡이 깨끗하다는 소문을 듣고 회사 동료들과 모처럼 놀러 왔다”며 “그런데 막상 와보니 계곡 곳곳이 쓰레기들로 뒤덮여 너무 지저분해 물놀이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고 관할 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처럼 시민의식 결여와 당국의 무관심속에 '울산 12경' 내원암 계곡의 명성은 바래고 있었다.


top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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