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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포럼] 괜찮은 사냥꾼이 그렇게도 없나

(부산ㆍ경남=뉴스1) 정해룡 전 통영예총회장(시인) | 2024-04-04 06:10 송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오른쪽)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복지부-병원계, 의료 현안 관련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DB

어릴 적 이웃에 사냥을 좋아하던 부자가 있었다. 정미소를 운영했고 농사도 대농이었지만 그 시절 멸치잡이 어업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부자였다.

그 집 조카랑 친하게 어울리면서 자주 들락날락하였다. 사냥을 좋아했던 그 집 아들은 나만 보면 그 눈빛이 마치 사냥개가 먹이를 대하듯 싸늘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유도 모르면서 사냥개에게 내몰린 토끼가 되어 전전긍긍 집으로 냅다 돌아오곤 했다.
어렸지만 분했다. 그 사유를 성인이 된 한참 후에야 알고 쓴웃음이 나왔다. 지금도 사냥이라는 말만 들어도 아린 생채기가 덫이 나곤 한다.

흔히 사냥에 빗대어 자주 회자하는 것이 정치다.

작금의 어느 유력 정치가는 자신의 사법적 재판을 '정치 사냥'이라며 희생양인 듯 한다. 그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검찰을 향해 수사가 아니고 '조작 사냥', '마녀사냥'이라며 중단하라고 거칠게 항의한다. 또 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가 저지른 온갖 범죄에 대해 당연히 '사냥'하듯 샅샅이 뒤져 죗값을 치르라 한다.
이처럼 '사냥'이란 말속에는 비정함·살벌함과 함께 비릿한 피 냄새가 흥건히 배여 있다.

또 '사냥'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선거판이다. 상대를 이겨 살아남아야 하는 만큼 선거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준법 사냥' 그 자체,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펼치고자 할 땐 늘 '사냥하는 방법'에서 그 비법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펼치고자 하는 정책도 '사냥'하듯 사전에 준비가 치밀하고 촘촘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개 사냥하게 되면 총 든 포수와 몰이꾼, 사냥개, 이 셋은 필수적이다. 총 든 포수는 각자의 사냥개와 함께 할 것이고, 몰이꾼은 산의 능선과 골짜기의 유형에 따라 배정될 것이다. 사냥이 시작되면 각자 맡은 역할의 충실도에 따라 사냥의 성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작금의 의사 증원 정책을 접하면서 사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서는 되도록 대규모 민원을 야기하는 정책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의사 증원 같은 민감한 문제를 왜 들고나왔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내년에 해도 될 터인데, 밀어붙이면 의사는 별 볼 일 없이 따라올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환자들의 불편이 장기화하여 선거 목전에 이르면 결국 민심이 떠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 큰 실책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는 사전에 관계된 각계각층과 충분한 의논과 협의를 하고 국민에게 대대적인 홍보와 치밀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더라면 의사들의 집단 밥그릇으로 내비치는 투쟁 따윈 할 생각조차 아니 했을 터인데….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덜컥 의사 정원만 대학별로 발표해 놓고 의사들이 집단 반발하니까 다시 무를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이 정부에는 시대를 앞서는 책사나 기획자들은 고사하고, 쓸 만하고 괜찮은 사냥꾼이 한 사람도 없는가 보다.

정해룡 전 통영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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