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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가석방 풀려나더니 또… 불륜이 부른 비극 [사건의재구성]

누범기간 중 내연녀 남편 살해한 50대 전과자
범행 뒤엔 내연녀 데리고 도주…1심 무기징역

(경남=뉴스1) 강정태 기자 | 2024-02-25 06:3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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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작년 5월 5일 늦은 밤 경남 통영의 한 아파트. 초인종 소리에 A 씨(40대·여)가 이같이 물으며 현관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흉기를 든 남성이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A 씨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이 남성은 다짜고짜 거실로 걸어가 그곳에 있던 A 씨 남편 B 씨에게 흉기로 마구 찔러댔다. 놀란 A 씨 눈에 들어온 이 남성은 바로 내연남이었던 백 모 씨(50대)였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 씨는 지난 2022년 B 씨와의 잦은 다툼에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B 씨의 거부로 두 사람은 이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A 씨는 그해 10월 지인 소개로 백 씨를 만나 교제하기 시작했다. 백 씨가 마음에 든 A 씨는 백 씨가 거주하던 대구의 한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는 백씨와 지내다가도 B 씨와 관계가 회복되면 B 씨가 거주하던 경남 통영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그러다 다시 B 씨와 다투면 대구로 가 백 씨와 지내는 '이중생활'을 반복했던 것이다.

A 씨는 이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작년 5월 3일 통영에서 백 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사소한 이유로 싸우게 됐다. 화를 참지 못한 백 씨는 주먹으로 벽을 치고 A 씨 목을 졸랐다.

백 씨의 이 같은 폭력적인 모습에 A 씨는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B 씨와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다음날 곧바로 B 씨를 만나 서로의 요구조건을 논의한 뒤 이혼하지 않고 같이 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A 씨는 자신을 찾아온 백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충격을 받은 백씨는 그 자리에서 흉기로 자해하는 등 소란을 피웠으나, 이런 모습을 보고 A 씨가 더 완강해진 탓에 설득을 단념하고 대구 주거지로 돌아갔다.

이후 백 씨는 범행 당일 경북 영천시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A·B 씨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B 씨를 살해한 뒤 A 씨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술을 마신 상태로 차를 몰아 영천에서 약 195㎞ 떨어진 통영에 도착한 백 씨는 A·B 씨의 주거지에서 결국 B 씨를 살해했다.

범행 뒤 백 씨는 A 씨를 끌고 나와 차에 태우고 대구로 도주했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신과 A 씨의 휴대전화도 버렸다. 대구에 도착해선 택시로 갈아타 영천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영천의 한 호텔에 A 씨를 데리고 숨어 있던 백 씨는 경찰의 추적으로 범행 4시간 만에 붙잡혔다.

백 씨는 살인·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작년 11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백 씨는 앞서 2011년에도 지인을 흉기로 살해한 살인 전과범이었다. 당시 그는 징역 11년을 선고받았으나 가석방으로 2020년 8월 풀려났다. 출소 3년도 안 돼 누범기간 중 또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외에도 백씨는 폭력 관련 범죄 전력 6회 등 전과가 10회에 이르렀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인 사람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로서 그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며 "다만 A 씨가 감금죄에 대해 피고인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백씨는 1심 판결에 대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해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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