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2년 연속 1%대 저성장 위기에 다급했나…'물가·소비' 다잡겠다는 정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투자 침체, 성장률 1%대 전망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 내수 대책…"정책 순서 모순" 지적도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2024-01-04 13:37 송고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정부가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와 내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물가 상승률 2%대 조기 진입을 목표로 내세움과 동시에 이와 상충되는 소비 촉진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소비 진작이 자칫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이를 내세운 데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로 지난해 성장률이 1.4%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도 1%대 저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다급함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경방에서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더딘 점을 인정하고 상반기까지 2%대 물가 상승률을 조기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올해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2.6%를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지난해 7월 전망(2.3%)보다 0.3%p 높은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와 농산물이 주도한 소비자물가 반등으로 물가 둔화 시기가 뒤로 밀린 영향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작년(3.6%)보다 물가상승세가 상당 폭 둔화될 전망이지만, 상반기 중에는 3% 내외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상반기 중 2%대 물가 조기 달성을 위해 범부처가 총력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윤 국장은 "12월 물가 상승률 3.2% 중 0.4%포인트(p)가 과일 영향이었다"며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인 21종 관세를 면제·인하해 상반기 중 30만톤 과일을 신속 수입하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서민 생활과 밀접한 핵심 생계비 경감 정책과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보 공개 의무화 조치 등이 물가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경방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소비 촉진 대책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올해 카드 사용액이 전년보다 5% 이상 증가하면 증가분에 대해 10% 추가 소득공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소비 부진이 예상되는 상반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의 경우 20% 추가 소득공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숙박쿠폰과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정부가 올해 SOC 예산 26조4000억원 중 65%를 상반기 조기 집행하고, 지방정부는 교부세·국고보조금 등의 신속배정과 긴급입찰, 선급금 집행 활성화, 심사기간 단축 등으로 올해 상반기 60% 신속 집행한다는 계획도 이번 경방에 포함됐다. 재정을 조기 투입해 경기 회복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지출과 소비 증가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정책 행보는 다소 모순적이다. 여기에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올해 민간 소비와 투자가 침체되고,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 대한 정부의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지난 전망보다 0.2%p 낮은 2.2%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 정부는 "세계 교역 및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영향 등으로 민간소비 개선이 제약되는 가운데, 건설투자 부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전망치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2.1%)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2.2%), 산업연구원(2.0%) 등 국책연구기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2.2%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민간 경제연구소와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은 좀 더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고, 신한투자증권은 1.7%로 더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 정부가 출범 초기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둬 왔는데, 고금리가 지속되고 작년부터 경기가 많이 나빠져 자영업자 등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새 경제팀이 들어오면서 경기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물가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행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외 변수에 따라 물가가 언제든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상반기까지 물가 대책에 집중한 후 하반기부터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경로와 관련해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인정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와 투자가 침체 과정을 겪어야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상반기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고, 물가 안정에 최우선을 둔 다음 하반기에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게 맞는 정책 방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kys@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