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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대홍수 참사 피해 키운 장기화 '국가 분열'의 역사[딥포커스]

1·2차 내전에 두 동강…서방 개입에 국가 혼란 장기화
재난 대비책 유명무실…위험 노출 국민은 당국에 '분노'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2023-09-28 06:01 송고
19일 (현지시간) 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의 데르나 해변에서 파손된 채 버려진 차량이 보인다. 2023.9.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9일 (현지시간) 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의 데르나 해변에서 파손된 채 버려진 차량이 보인다. 2023.9.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번 달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덮친 대홍수로 약 4000명이 숨지고 1만여명이 실종되는 등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4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생존자들은 열악한 현지 상황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국가 분열'의 역사에 대해 주요 외신을 통해 집중 조명해 본다.

28일 BBC와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앞서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대니얼'이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를 덮친 지 3주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사태 수습은 미흡한 상황이다.
리비아 검찰은 현재 대홍수와 관련해 관리 부실과 태만 등 혐의로 수원 및 댐 관리 담당 전현직 관리 8명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참담한 인명 피해를 낼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배경으론 리비아의 '국가 분열'로 인한 무정부 상태 장기화가 있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의 민주화 혁명으로 40년 이상 집권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한 이후 현재 리비아에선 2개의 정부가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동부와 서부를 각각 나눠 통치하는 '국가 분열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철옹성 같던 카다피 독재 정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리비아 내전이 발발했다. 리비아 내전은 2011년 2월부터 2014년까지의 1차 내전과, 현재의 동부와 서부로 본격적으로 분열하게 된 2차 내전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1차 내전은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국제적으로 공인된 국가이양위원회(NTC) 임시정부의 분열과 파탄까지를 의미하며 2차 내전은 동부 리비아국민군(LNA‧투브루크 정부)와 서부 리비아 국민통합정부(GNA‧트리폴리 정부)의 분열 사태를 말한다.

2011년 2월 카다피 정권에 대한 봉기가 일어났고 국가 혼란이 이어지는 동안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등이 가담하는 등 전면적인 내전으로 번지자 리비아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개입도 시작됐다.

20일(현지시간) 대홍수가 발생한 리비아 데르나에서 돌무더기로 변한 건물이 보인다. 2023.9.2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0일(현지시간) 대홍수가 발생한 리비아 데르나에서 돌무더기로 변한 건물이 보인다. 2023.9.2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당시 유엔 안보리는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공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즉각 미국과 영국, 프랑스 주도로 통과시켰다. 이후 3월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반군 지원을 위해 카다피 정권의 시설들을 공습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당초 이 같은 군사 개입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영국과 프랑스의 압박에 함께 공습을 감행했다.

이후 카다피 정권이 완전히 무너졌지만 리비아에 개입한 외부 세력들은 국가의 재건과 사태 수습엔 열정적이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의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이 최악의 실수"였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카다피 정권 축출한 자체는 옳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카다피 정권 이후에 대한 대비책 마련 등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지 못해 효과적인 개입을 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단 뜻으로 풀이된다.

WP 역시 "리비아의 불안정한 현실은 2011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한 개입에서 시작됐다"며 "전쟁에 참여한 서방의 열정이 리비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서방 개입, 1·2차 내전에 파괴된 리비아

이후 NTC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 속 2014년 총선이 실시돼 의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트리폴리에서 권력을 잡았던 세력들이 권력 이양을 거부했고 2차 내전이 발발했다.

유엔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 받은 서부 이슬람주의 세력 중심 트리폴리 정부에 대해 동부 세속 군벌 세력인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 중심 세력이 반이슬람주의 쿠데타를 일으키며 길고 긴 싸움이 이어졌다.

하프타르 중심 세력은 동부 투브루크로 옮겨 세속주의 지향 세력의 중심 행정부를 구성했다. 여기에 리비아 하원까지 하프타르의 편으로 돌아서면서 내전은 이어졌다.

하프타르는 카다피의 쿠데타 집권을 도왔으나, 1980년대에 숙청당해 망명한 인물이다.

이런 상황 속 2015년 데르나엔 무장 이슬람 세력이 ‘이슬람국가(ISIS)’까지 파고 들었고 도시 곳곳은 더욱 파괴됐다.

데르나를 통치하던 리비아국민군과 ISIS의 갈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도시는 점점 더 망가졌고 ISIS를 장악한 2018년 이후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계속된 리비아 내전은 2020년 10월 양측이 휴전에 합의하고 동부 하원이 2021년 3월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총리가 제출한 임시통합정부 내각 구성안을 승인하면서 봉합됐다.

그러나 같은해 9월21일 리비아 하원이 임시통합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며 동부와 서부 사이의 갈등엔 다시 불이 붙었다.

당시 리비아 하원 의원 중 113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89명이 드베이바 정부에 대한 불신임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서부의 고등국무위원회는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는 120명이라고 지적하고 동부 하원의 불신임안 통과가 절차를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드베이바 총리 또한 동부 하원의 불신임안을 거부하고 국정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현지시간) 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 고대 도시 구레네에서 무너진 유적지의 담이 보인다. 2023.9.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7일 (현지시간) 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 고대 도시 구레네에서 무너진 유적지의 담이 보인다. 2023.9.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후에도 이어진 양측의 갈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방치된 리비아 국민들은 당국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온전히 이번 홍수 피해를 겪어내고 있다.

특히 카다피 집권 시절부터 낙후된 도시로 꼽혀왔던 데르나는 내전으로 인해 도시 곳곳이 파괴됐음에도 이곳을 통치하는 리비아국민군은 도시를 재건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이번 홍수로 강 상류의 두 댐이 무너지면서 인명 피해는 더욱 심각해졌는데 해당 댐들은 각각 1973년, 1977년 건설돼 50년이 훌쩍 지났지만 2002년 이후 한 번의 보수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댐 붕괴 위험이 크다"며 유지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경고해왔지만 당국의 대처는 미흡했다.

◇50년 넘은 댐 무너져…휩쓸려간 데르나시

1942년부터 2011년까지 다섯 차례 홍수를 겪었음에도,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서 제대로된 대비책을 마련할 행정 체계는 유명무실했다.

홍수 발생 당시 예보·경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음은 물론, 사태 발생 이후에도 시신이 물에 떠다니고 수인성 질병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았지만 국제사회의 도움 손길도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혼란은 계속됐다.

‘아랍의 봄’ 이후 여전히 국가 분열이 장기화하며 추운 겨울을 겪어내고 있는 리비아에선 앞서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이 동반한 폭우로 인해 대홍수가 발생했고, 상류 댐 두 개가 잇따라 붕괴해 도시의 4분의 1이 휩쓸려 파괴됐다.

이번 참사로 4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명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살아남은 주민들 당국의 미흡한 대처와 무능함을 비판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생존자들은 오염된 물로 인해 수인성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는 등 여러 위험을 감내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리비아 데르나의 알 사하바 모스크 앞에서 홍수 생존자들이
18일(현지시간) 리비아 데르나의 알 사하바 모스크 앞에서 홍수 생존자들이 "슬픈 도시 데르나는 권리를 요구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2023.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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