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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는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단 말인가…‘러브 몬스터’[서평]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2023-02-21 15:21 송고
러브 몬스터

신간 ‘러브 몬스터’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강력한 캐릭터와 압도적인 서사로 풀어낸 명쾌한 스릴러로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작은 도시의 마을회관 수영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불륜, 살인, 납치, 사이비 종교 범죄 등의 폭풍 같은 사건들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제정신인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이들의 애타는 마음은 뜨겁고 강렬하여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엄지민과 허인회, 염보라 그리고 교회 여자들의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과는 다르다. 따뜻하고 설레고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은 포근한 사랑은 이들에게 없다. 이들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죽을 수도 있으며 서로를 파괴하고 배신하며 떠나간다. 이들은 그저 ‘사랑’을 하고 싶을 뿐인데… 그래서 이 책 속에 인물들은 하나같이 외친다. “사랑이 그런 것일 리 없다”라고.

책을 읽다 보면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되묻게 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인내해달라고 말하는 게 사랑일까? 때로는 죽어달라고 죽여달라고 말하는 게 사랑일까? 말라죽어가면서도 온전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염보라, 그런 보라를 미워하면서도 보라가 영영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엄지민, 오진홍과 염보라를 혐오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사랑한 허인회까지. 사랑을 향해 달려가다 붉어지다 못해 타올라 일그러진 그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의 사랑은 정말 사랑일까 하는 근원적인 물음까지 가닿는다.

[진짜 사랑의 얼굴을 보았습니까?
본 적이 없었다.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허인회는 사랑을 간절히 원했던 때를 떠올린다. 아버지의 술 냄새, 얻어맞고 내동댕이쳐졌던 교실, 옷을 벗은 채 헤매던 검은 산,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울던 언니, 사랑을 잃은 어머니의 얼굴, 으슥한 골목과 험악한 남자의 손, 간신히 구한 반지하의 곰팡이 핀 하숙집, 남자를 가지고 노는 년이라고 적힌 글씨, 그녀를 속이는 사람의 얼굴, 아이의 흔적이 담기지 않은 빈 초음파 사진 같은 것들. 이상한 일이다. 사랑을 끝없이 기다리지만 진짜 사랑이 나타나지 않아서, 인회는 자꾸만 착각을 한다. 아버지의 화난 얼굴이나 술 냄새 따위가 사랑의 자리를 꿰차버린다. 그런 것들이 사랑의 얼굴이 된다. 할머니를 너무 간절히 기다린 나머지, 그녀를 죽인 범인이 집에 왔을 때 그를 할머니라고 착각하고 문을 열어주는 아이처럼, 허인회는 일그러진 사랑의 얼굴들에 문을 열어준다]
-본문 331~332p
지독한 사랑의 굴레 속에서 얽히고설킨 전에는 보지 못했던 러브 서스펜스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 러브 몬스터 / 이두온 지음 / 창비 / 1만6000원 
 



hrhoh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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