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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클레이페이' 못막는다…잡코인 통한 '자금세탁' 속수무책

김남국, 클레이페이 통해 '자금 세탁' 의혹…'클레이스왑'서 거래
클레이스왑 같은 'DEX'에선 어떤 코인이든 거래 가능…"충분히 가능한 방법"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2023-05-24 17:44 송고 | 2023-05-24 18:14 최종수정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가 17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보유 논란의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5.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가 17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보유 논란의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5.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남국 의원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 코인' 클레이페이(KP)를 통해 자금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클레이스왑' 개발사인 오지스를 압수수색하면서 의혹의 전말도 차차 드러날 전망이다. 클레이스왑은 코인 교환(스와프)·예치 서비스로, 김 의원이 위믹스(WEMIX)와 클레이페이 토큰을 맞바꾼 곳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수사를 통해 밝혀지더라도 '제2의 클레이페이'가 계속 등장할 것이란 게 가상자산 업계의 중론이다. '신생 코인'을 통한 자금 세탁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스왑'이라는 이름을 지닌 코인 교환 서비스들은 흔히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불린다. 어떤 코인도 교환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돼 개발사나 운영사가 특정 코인을 '상장'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업비트나 빗썸처럼 거래소들이 각자 기준을 갖춰 상장하는 것과 다르다.

따라서 발행된 지 얼마 안 된 신생 코인, 이른바 '잡코인'일지라도 이 같은 디파이 서비스에선 거래할 수 있다. 제 2의 클레이페이, 또 다른 자금 세탁 사례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남국 클레이페이 투자는 '자금 세탁'?…어떤 방식일까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16일 클레이스왑에서 총 36억원치 위믹스를 클레이페이 약 59만개와 맞바꿨다. 이후 클레이페이 발행사는 이른바 '먹튀 사기'를 의미하는 '러그풀'을 감행, 지난해 4월 이후로 공식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가격은 발행 초기 대비 100분의 1 토막이 났다.

당시 김 의원은 36억원어치 위믹스를 클레이페이로 바꾸는 과정에서 '슬리피지'로 인해 15억원 손해를 보기까지 했다. 슬리피지란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을 거래할 때 매수가와 실제 체결가가 다르게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클레이스왑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에선 자동화 방식으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적을 경우 이런 슬리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36억원어치 클레이페이를 사려고 했지만, 슬리피지로 인해 21억원어치 클레이페이만 사야 했다. 이에 그가 15억원 손해를 보면서까지 '신생 코인'을 사려고 했던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증폭됐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의 클레이페이 거래가 '투자 실패'가 아닌 '자금 세탁'이라고 짚었다. 

하태경 의원실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은 36억원어치 위믹스를 휴지조각에 불과한 클레이페이로 교환했다. 세력은 김 의원으로부터 위믹스를 받고 클레이페이를 준 뒤, 받은 위믹스를 거래소에서 현금화하고 일정 수수료를 뗀 뒤 김 의원에게 돌려줬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겉으로는 투자 실패로 보이지만, 김 의원은 '기록이 남지 않게' 위믹스 36억원치를 현금화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클레이페이를 만든 세력은 김 의원 거래가 일어난 지 두 달 뒤 자취를 감췄다.

이는 클레이페이가 아무도 사지 않는 '유동성 없는' 코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동성이 적어 슬리피지가 발생, 15억원 손해를 봤지만 본래 목적이 위믹스를 클레이페이로 교환하는 것이었다면 목적은 이룬 셈이다.

◇'제2의 클레이페이' 충분히 가능…'탈중앙화 거래소' 통제 못해

김 의원이 왜 이런 거래를 했는지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단, 클레이페이가 실제 자금 세탁용 '잡코인'이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이런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선 클레이스왑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많다. 클레이스왑은 국내 업체가 개발했으나, 해외에는 세계 최대 DEX인 유니스왑을 비롯해 팬케이크스왑, 스시스왑 등 수많은 '스왑' 서비스가 있다. 

DEX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해당 서비스에서 어떤 코인이 거래될지 결정하는 '운영 주체'가 있으면 안 된다. 클레이페이처럼 발행 세 달 만에 사라지는 코인도 얼마든지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레이페이도 운영사의 검토 없이 클레이스왑에 교환 대상으로 등재됐다. 클레이스왑 관계자는 "예치하면 클레이스왑토큰(KSP)을 받을 수 있는 예치 대상 코인의 경우 일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예치 대상이 되지만, 단순 스와프(교환) 대상 코인은 운영사의 검토를 거치지 않는다"며 "클레이페이도 운영사의 검토를 거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클레이페이 같은 이른바 '잡코인'을 통한 자금 세탁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사업 계획 없이 신생 코인을 발행한 후, 이를 스와프 서비스(탈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하면 된다. 

신생 코인은 유동성이 없으므로 특정 상대방과의 거래가 가능하다. DEX에선 가격이 자동화 방식으로 책정되므로 원하는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금 세탁을 해야 한다면 문제없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 같은 '잡코인' 자금 세탁이 증여세 기피 용도 등으로 활용된다고 전했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관계자는 "거래량이 미미한 코인을 사전에 짜고 교환함으로써 추적을 피하는 것으로, 증여세 기피용으로 이용된다고 들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가짜 거래소를 만들어 놓고 이런 작업만 하는 곳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투자 업체 관계자도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스왑 서비스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정보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방법이 번거롭고, 거래 도중 시세 변동에 노출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자금 세탁이 필요하거나 내야 하는 증여세가 시세 변동으로 인한 손해보다 많으면 감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코인들이 거래되는 DEX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등록해야 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다. 또 국내 서비스들을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해외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수많은 DEX들이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덱스(DEX)는 유망한 코인을 상장 전 미리 매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도 가짜 코인이나 잡코인은 덱스에서 계속 거래될 것"이라며 "작정하고 자금 세탁용으로 발행한 코인을 덱스에서 거래하는 것을 통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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