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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심 한복판에 식물공장이?"…농기계 1위 대동의 '스마트팜'

스마트팜 3개 동에서 특용작물 키운다…"맞춤 영양 서비스 사업화"
사내 식당 식자재부터 연구까지 '무궁무진' 블루오션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2022-07-07 07:25 송고
대동 스마트팜 전경(대동 제공)© 뉴스1
대동 스마트팜 전경(대동 제공)© 뉴스1

"식물공장에서 상추를 따서 직원들이랑 바베큐 파티도 해요. 공장 한쪽에서는 고기능성 작물을 키우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죠."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역 전경이 훤히 보이는 대동 사옥 5층. 딱딱한 사무실이 있어야 할 것 같은 공간에 '식물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분홍색 LED 불빛이 가득 찬 유리 온실 안에 파프리카, 상추 등이 심어진 모습이다. 꿀벌도 날아다니면서 토마토 꽃가루를 옮기고 있다.
지난 6일 대동 서울사무소 5층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 옆으로 스마트팜 3개 동을 만날 수 있었다. 대동은 올해 초 대동 사옥에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개인 맞춤형 고기능성 작물을 개발하고 맞춤 영양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대동은 이 스마트팜을 '식물공장'으로 부른다. 공업 공장이 생산 케파에 따라 제품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듯이, 스마트팜에서도 원하는 질과 양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서다.

5일 대동 스마트팜 식물공장의 모습. © 뉴스1 신윤하 기자

◇농기계1위가 스마트팜 만든 이유는?
'대동 에코 스마트팜'(DAEDONG ECO SMART FARM)이라고 적힌 스마트 온실로 들어서자 작물들이 육묘대에 가지런히 놓여 자라고 있었다. 육묘대는 싹을 틔운 새싹들이 잘 자라도록 관리하는 공간이다. '새싹용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스마트 온실 육묘대에는 산채류 3종, 과채류 2종, 총 5가지 종류의 새싹들이 품종 개발을 위해 관리되고 있었다. 육묘대에서 자란 작물들은 5㎏가량 수확한 뒤 대동과 협약을 맺은 서울대로 옮겨져 성분 분석을 거칠 예정이다.

성분 분석은 작물에서 특정 성분을 강화해 고기능성 작물을 개발·생산하기 위한 전초 단계다. 예를 들어 A성분을 강화하고 싶은데 100개체가 수확됐다면, 성분 분석을 통해 100개 중 어떤 개체에서 A성분이 가장 높게 검출됐는지 확인한다. 이후 A성분이 가장 높게 나온 개체만 추려 꽃을 피운 뒤 종자를 채취해 계속 재배하는 식이다.

대동 스마트팜 식물공장 안(대동 제공) © 뉴스1
대동 스마트팜 식물공장 안(대동 제공) © 뉴스1

작물 재배를 위해서 변수를 제어해야하는 만큼 스마트 온실에는 LED광원분배, 자동급·배액 시스템, 냉난방기, 미스트 분사기, 복합 환경 제어기 등의 자동화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윤원호 대동 스마트파밍팀 대리는 "A성분을 50% 정도 함축한 작물을 100개 만들고 싶다고 가정하면, 노지에서는 습도같은 환경이 제어가 안 되기 때문에 어떤 개체에서는 A성분이 0%가 나올 수도 있고 또 다른 개체에서는 10%가 나올 수 있다"며 "똑같은 환경에서 원료 평준화를 하려고 하기 위해서 스마트팜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이라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식물공장 육묘대에서 자란 새싹들은 식물공장 옆에 위치한 엽채류 재배실로 옮겨진다. 엽채류 재배실에 들어가자 식물공장의 육묘대에서 싹을 틔운 새싹들이 12단의 버티컬 팜에서 자라고 있었다. 버티컬 팜은 계속 위 아래로 돌아가면서 작물에 햇빛을 골고루 공급한다.

5일 대동 엽채류 재배실에서 버티컬 팜이 돌아가는 것을 4배속한 모습. © 뉴스1 신윤하 기자

◇"도심 속에서 키우는 파프리카·고추"…사내 식당 식재료부터 연구까지

과채류와 엽채류를 키우는 스마트팜은 앞서 방문한 식물공장과는 풍경이 사뭇 달랐다. 과채류 스마트팜은 자연광과 인공 LED태양광을 둘다 활용할 수 있도록 천장이 유리창으로 막혀 있었다. 게다가 유리 온실로 이루어져 있어 밝은 태양빛이 사옥 5층 전체에 들어찰 정도였다.

과채류를 키우는 스마트팜에서는 파프리카와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자연광과 인공 LED 태양광 둘 다 활용할 수 있는 시설에서 각종 디지털 기기를 통해 생육 환경이 조절돼 열매가 탐스럽게 맺혀 있었다.

윤원호 대동 스마트파밍팀 대리는 "여기에서 재배한 과채류는 저희 임직원들이 사내 식당에서 먹는 식자재로 쓰였는데, 이곳도 연구 용도로 전환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대동 과채류 재배실 스마트팝의 전경. © 뉴스1 신윤하 기자

키 작은 고추를 개발하는 것이 첫번째 구상이다. 고추는 1m 높이까지 높게 자라는데 이를 스마트팜에 특화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6월 하순부터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추 탄저병도 스마트팜을 통해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추 탄저병 병원균은 99%가 빗물에 의해서 전파되는데 스마트팜의 제어된 생육 환경에서는 균의 전파를 통제할 수 있다.

최하영 스마트파밍팀 사원은 "안 매운 고추도 개발 중이다. 고추를 맵게하는 성분이 캡사이신이데 분자 구조를 조금만 바꾸면 캡사이신의 항암·다이어트 효과는 똑같이 유지하면서 맵지는 않은 캡시에이트를 만들 수 있다"며 "캡시에이트가 많이 들어간 고추도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5일 대동 직원이 스마트팜에서 파프리카를 수확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5일 대동 직원이 스마트팜에서 파프리카를 수확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특용 작물 개발까지 3~4년 예상"…대동이 찾은 '블루오션'

점심 시간이 되자 대동 직원들이 스마트팜 바로 옆에 마련된 사내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스마트팜 야채들을 식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대동은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콘셉트로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작물을 사내 식당에 식자재로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작물들을 이용해 바베큐 파티를 열고 회식도 했다.

앞으로 대동은 식물공장 등 스마트팜을 이용해 고기능성 농작물의 생육 레시피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농작물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업화하고자 한다. 수집 가능한 국민의 비의료 건강정보를 확보해 개인의 질병과 체질에 맞는 식물의 기능 성분을 극대화하고 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를테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개인에게는 항암 성분이 높은 고기능성 농작물을 재배·보급해주는 방식이다. 맞춤 영양 서비스 사업화가 궁극적인 목표다.

대동은 한 품종의 특용작물을 개발하기까지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특용작물은 과채류에 비해 세대가 짧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개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하영 스마트파밍팀 사원은 "일반 육종 회사에서 한 품종을 제대로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린다"며 "특용 작물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과채류보다 돈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현재 다른 회사에서 많이 개발하고 있진 않다. 블루오션인 셈이다"고 말했다.

대동 서울사무소 5층의 전경(대동 제공) © 뉴스1
대동 서울사무소 5층의 전경(대동 제공) © 뉴스1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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