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남미 좌파 대부' 브라질 룰라, 대선 출마 공식화…"내달부터 선거운동"

연임 도전하는 '극우' 보우소나루와 '전·현직 대통령 대결'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2-04-21 14:32 송고
오는 10월 열리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오른쪽) 전 대통령과 제랄두 알크민 상파울루 전 주지사가 노동당 ·사회당 연합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사실상 확정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오는 10월 열리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오른쪽) 전 대통령과 제랄두 알크민 상파울루 전 주지사가 노동당 ·사회당 연합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사실상 확정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2000년대 남미 핑크타이드(온건좌파 물결)를 이끌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브라질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고 20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연임에 도전하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에 맞서 내달부터 선거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달 7일부터 정계 복귀를 본격화하기로 전날(19일) 밤 마음을 굳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전국을 도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룰라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은 수리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보우소나루 현 정부와의 대립구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보우소나루와의 '전·현직 대통령간 대결'인 이번 대선을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간 격돌에 비유했다고 BBC는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이번 대선 출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는 브라질 좌파의 몰락을 가져왔고 그 결과 보우소나루 정권이 들어섰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 판결을 취소했다. 이 때부터 그는 '부동의 1위 대선 후보'로 떠올랐지만, 공식적인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줄곧 룰라 전 대통령이 앞서왔다. 선거가 6개월 남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괴짜' 정치인으로, 아마존 삼림채벌과 민주주의 후퇴,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의 실책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번 팬데믹 기간 66만여 명이 사망했다.

브라질 정치평론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룰라의 인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모든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를 뽑지 않겠다는 유권자는 60%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명백히 실패했다"며 "경제 성장도 가져오지 못했고 민생도 개선하지 못했으며, 팬데믹 기간 66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덧붙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정사실화 되던 무렵인 지난 2월1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정사실화 되던 무렵인 지난 2월1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러나 이 같은 실정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인기는 최근 몇 주 사이에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수십억 파운드의 복지 혜택을 주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이 호응을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룰라 전 대통령도 이번 도전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룰라 진영은 좌파 정책 부활로 인한 반기업 정서 등을 우려하는 중도 민심을 잡기 위해 제랄두 알크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영입했다.

알크민 전 주지사는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창당 멤버이자 2001~2006년, 2011~2018년 상파울루 주지사를 역임한 중진으로, 2006년 대선에 출마해 룰라에게 패하고 2018년 대선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작년 12월 사민당을 탈당하고 지난주 사회당(PSB)에 입당, 노동자당과 연대해 룰라의 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알크민 전 주지사는 "우리가 힘을 합쳐 나라를 다시 세울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과 알크민 전 주지사의 노동자당·사회당 연합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는 오는 6월 열릴 노동자당 전당대회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노동자당과 사회당의 연대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라우만은 좌파가 아닌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동자당의 힘만으로는 보우소나루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룰라에 이어 노동자당(PT)의 바톤을 넘겨받았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2016년 탄핵 당하며 좌파 정권이 통째로 넘어가던 순간 노동자당 축출에 가담했던 정치인들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가디언은 부연했다.

실용 좌파 성향의 룰라 전 대통령은 2003~2011년 재임 기간 브라질은 물론 남미의 핑크타이드 시대를 이끌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남미 정치권 전체로 퍼진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복역 중이던 지난해 3월 브라질 대법원이 룰라의 실형을 무효 판결하면서 단숨에 이번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브라질 대선 투표는 오는 10월2일 치러진다. 대통령과 부통령 선출은 물론, 의회 의원들을 교체하는 총선도 함께 실시된다.


sabi@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