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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 시대①] AI 판사·변호사 등장 '초읽기'…쑥쑥 크는 리걸테크

"법률 서비스 문턱 낮춰" vs "독과점 우려"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최현만 기자 | 2022-03-21 14:00 송고 | 2022-03-21 15:43 최종수정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이 판사를 대신해 판결을 내리고 변호사 대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 고소장을 직접 작성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금융이 IT 기술과 접목하면서 핀테크(FinTech) 서비스로 발전한 것처럼 법률서비스 역시 리걸테크(LegalTech)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각종 규제와 변호사단체와의 갈등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해외의 경우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우리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뉴스1>은 리걸테크 산업의 현주소와 리걸테크가 국내에서 조화롭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들여다 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1. 판사는 재범률을 측정하는 인공지능(AI)의 판단을 참고해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AI를 양형에 활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2. 정부는 AI 판사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소액 사건의 경우 AI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상액을 결정한다. 다만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인간 판사'에게 재심을 요청할 수도 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미국과 에스토니아의 실제 사례다. 방대한 법률 지식과 고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판사의 역할 일부를 리걸테크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영역으로만 여겼던 분야를 AI가 대체하는 사례가 법조 분야에서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률 플랫폼에서 변호사를 소개받고 AI가 기초적인 법률문서를 분석하는 등 리걸테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리걸테크로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법률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이른바 '로톡 사태'는 오히려 우리나라 리걸테크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로톡이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변호사를 찾고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자 대한변호사협회가 '불법'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 등에 비해 국내 로컬테크 현주소는 기술 수준이나 활용도가 여전히 낮아 규제 완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리걸테크 투자 규모, 연평균 81% 성장…AI가 판사·변호사 대신하나

21일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리걸테크 투자 규모는 2016년 2억달러(2431억원)에서 2019년 11억달러(1조 3370억원)로 늘어나 연평균 81%씩 성장했다. 

특히 미국, 영국 등 리걸테크 선진국의 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6~7배 정도 늘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온마켓리서치는 리걸테크 중에서 리걸 AI 시장 규모가 2019년에서 2026년까지 연평균 36%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먼 미래에는 AI가 판사와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는 향후 20년 내에 행정법원 판사가 사라질 확률을 64%, 판사가 사라질 확률을 40%로 예측했다. 변호사 역시 35% 확률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에는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가 미국의 로펌에 취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변호사 1000여명이 근무하는 미국 대형 로펌이 파산 관련 업무에 로스를 도입한 것이다.

법률AI 로스의 주요 기능은 자연어 법률 검색 서비스다. 보통 법 조항이나 판례를 찾기 위해서는 해당 문서에 존재하는 키워드를 직접 입력해야 하지만, 로스는 일상에서 쓰는 언어로도 관련 법 조항과 판례를 찾을 수 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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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법률 서비스 문턱 낮춰" vs "독과점 우려"

그동안 리걸테크가 우리와는 관계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리걸테크 회사들이 늘어나며 국내 법률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로톡'이 대표적이다. 강력한 마케팅을 무기로 시장을 넓혔던 로톡은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로톡에서 원하는 변호사를 검색해 손쉽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30대 여성 김소현씨(가명)는 길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해 로톡을 통해 변호사 상담을 받고 고소를 진행했다. 그는 "당시 엄청 당황했고 아는 변호사도 없었는데, 로톡에서 늦은 시간에도 바로 연락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을 수 있었다"며 활용 경험을 전했다.

법률 서비스는 그간 주로 아는 변호사나 지인 소개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은 주변에 아는 변호사나 변호사를 소개해 줄 지인이 없어 법률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느꼈다.

지난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성인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있는지" 설문한 결과, 80% 이상이 "0~1명을 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반 시민들도 로톡과 같은 광고 플랫폼에서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시장에 갓 뛰어든 젊은 변호사들도 플랫폼으로 영업 기회를 얻고 있다. 개업 2년 차 박현수 변호사(가명·35)는 "개업하면서 광고 방법을 찾던 와중에 플랫폼을 쓰게 됐다"면서 "사무장이나 직원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 있는데, 플랫폼 광고가 수임으로 이어져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네이버, 카카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플랫폼 기업 1곳이 법률시장 전체를 지배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법률시장을 로톡이 독과점할 경우 변호인들이 플랫폼에 종속돼 변호사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게 변호사 단체의 걱정이다.

반면, 정부는 로톡과 같은 변호사 광고 플랫폼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걸테크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와중에 자칫 국내에서 규제를 했다가는 해외에서 몸집을 키운 외국계 리걸테크 기업에 국내 시장이 종속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 성장이 지체돼서 오히려 반대로 외국에 기반을 둔 리걸테크 기업이 국내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써본 변호사들 "만족"…법률AI '인종차별' 사례도

리걸테크는 변호사 광고뿐만 아니라 자료 검색 등 기초 업무와 사무 보조에도 활용된다. 잡무는 AI가 하고 변호사는 좀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실제로 이용해본 변호사들의 만족도도 높다.

법무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장선영 변호사(가명)는 "내가 담당하는 사건 자료나 기일을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정리해주니까 굉장히 편리하다"고 말했다.

형사법 전문 김수영 변호사(가명) 역시 "판례를 찾을 때 판례검색 서비스를 많이 쓴다"며 "회사 밖에서도 쉽게 판례를 찾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리걸테크가 '만능'은 아니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법률분야에 리걸테크를 도입하기에 앞서 도덕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범률 분석 AI의 경우 피의자가 흑인이면 백인보다 재범률을 더 높게 산정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결정 이유에 대해 AI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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