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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난 '영변'…북한, 핵협상 '카드' 꺼냈나

IAEA의 보고서 분석…한미 물밑 접촉 기간 활동 징후
'영변 폐기' 내세웠던 하노이 때처럼 협상 카드 될 가능성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2021-08-30 10:57 송고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RCL) 위성사진 (38노스 DPRK 디지털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RCL) 위성사진 (38노스 DPRK 디지털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북한이 지난달 초부터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 같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내놓았던 영변 핵 시설 카드를 다시 앞세워 협상의 재개를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IAEA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 영변에서 지난 7월 초 이후 냉각수 배출과 같은 5MW(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의 징후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또 IAEA는 2021년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개월 동안 5MW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5MW 원자로를 가동하고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되는데,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 '5개월'이라는 기간은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 걸린다고 밝힌 기간과 일치한다는 게 IAEA의 지적이다.

이 기간은 북한이 한미와 '물밑 접촉'을 해온 시기와도 맞물리면서, 북한이 향후 영변 핵 시설을 '협상카드'로 들고 나오기 위해 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영변 시설 재가동은 한미에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월 중순은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뉴욕채널 등을 통해 접촉했을 때다. 미국은 이어 4월 말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기치로한 대북 정책을 완성하고 5월 초에도 북한에 만남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로 이 같은 미국의 접촉 시도를 확인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으면 대화는 이뤄질 수 없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대북 정책 완성 이후 접근에 대해서도 "잘 접수했다"라는 메시지만을 전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 5월에는 회담을 통해 판문점·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확인하고 '북한통'인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며 북한에 재차 대화를 요구했으나 이렇다할 반응은 얻지 못했다. 

지난 6월 성 김 대표가 방한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표출했을 때도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달 21일부터 나흘간 방한 일정에서도 김 대표는 재차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한미가 영변 핵시설 재개 정황을 포착한 상태로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화 요구는 '선(先)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등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을 만족시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출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에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영변 시설을 재가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히며 유엔 차원의 대북 경제제재 가운데 일부를 해제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당시 미국 측은 '영변+알파(α)'를 요구하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AEA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한 핵심 시설인 5MW(메가와트) 원자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2018년 12월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올해 초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이 한미와의 물밑 접촉을 진행하며 영변 시설을 재가동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6월 개최한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도 "대결에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경제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결국 핵 협상 카드가 고려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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