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흥사지 발굴 현장.© 뉴스1

고려 초기 최대 규모의 왕실사찰로 추정되는 천안 '천흥사지'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안시와 (재)고운문화재연구원은 17일 성거읍 천흥리 천흥사지에서 발굴조사
성과 학술 자문회의를 열고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결과물을 공개했다.천흥사지 발굴조사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천흥사는 천안 성거산에 자리잡은 사찰로 절은 조선 전기에 폐사되고, 오층석탑(보물 제354호)만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천흥사가 고려 초기 왕실사찰로 창건됐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절의 중심 건물인 금당지의 위치를 찾아내는 등 절의 배치도(가람배치)를 확인했다.

시에 따르면 절의 중심 건물인 금당은 오층석탑의 서쪽 후면에 자리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며, 남북 20m, 동서 18m 정도 규모로 정면 5칸, 측면 4칸 구조로 돼 있다. 

또 건물을 땅에서 띄워 습기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기단은 돌을 가구처럼 짜맞춘 가구식 형태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이는 충남지역 고려시대 유적에서 남아 있는 기단 중 가장 우수하고 장엄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천안 성거읍 천흥사지 발굴조사 현장에서 열린 학술자문회의에서 박상돈 천안시장이 설명을 듣고 있다.(천안시청 제공) © 뉴스1

금당의 남쪽에 위치한 2호 건물지에는 14m 내외의 정방형 대형 건물이 놓여 있었고 동쪽과 서쪽에서 각기 다른 양식의 출입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호·2호 건물지의 서쪽으로는 임금이 가마를 타고 지나가는 계단인 답도 시설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두 건물의 격을 추측할 수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천흥사가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시기의 사찰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고려초기 태조 왕건의 지원을 받으며 왕실사찰로 창건됐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발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천흥사지 전체 사역 범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돈 천안시장도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고려시대 천흥사의 규모와 성격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됐다"라며 "정비복원을 포함한 유적 보존대책을 수립하고 천흥사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천안은 고려 초 왕건이 천안부를 세우며 신설된 도시로, 천안에는 왕건 관련 지명과 역사문화유산이 다수 남아 있다. 특히 천흥사가 위치한 성거산은 고려 태조가 명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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