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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동네잔치도 아니고, 모두 공평해야"…유력 대안 '1년 연기'

IOC 공식입장 첫 변화 "세부 논의 돌입, 4주내 결정할 것"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3-23 18:12 송고 | 2020-03-23 18:14 최종수정
IOC가 도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세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 AFP=뉴스1
IOC가 도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세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 AFP=뉴스1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결국 자세를 바꿨다. 당장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만 해도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은 주말 축구경기처럼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단호하게 '정상개최'를 외쳤으나 이제 도쿄 올림픽 연기는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IOC는 23일 긴급 집행위원회 이후 성명서를 통해 "IOC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일본 당국 등과 협의해 올림픽 개최 시기를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며 "앞으로 4주 이내에 논의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강행에 대한 우려 혹은 반대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도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확신한다"던 IOC가 '공식적인 연기 논의'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아베 총리도 이날 오전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상황이 곤란해지는 경우에는 선수들을 먼저 생각해 '연기'라는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IOC의 뜻을 따르겠다던 각 국가올림픽위원회의 반발도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와 패럴림픽위원회는 이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에는 선수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캐나다에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도 올림픽 보이콧에 가세했고 노르웨이, 브라질, 슬로베니아 올림픽위원회 등은 1년 연기해야한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짧게 2~3개월 연기해 2020년 연내에 대회를 치르는 것부터 1년 혹은 2년 연기하는 것 등 몇 가지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케이스든 풀어야할 매듭이 많고 장점들보다는 단점과 고민거리가 수두룩하다. 이런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는 몇몇 NOC가 주장하는 1년 연기가 꼽힌다.
일단 연내 연기는 불안요소가 많다. 당장 9월로 미뤘는데 그때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곤란함을 겪는다. 리허설 없이 곧바로 본무대에 돌입해야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는 "애초 3~4월에 종목별 테스트 이벤트가 계획됐으나 이게 다 취소됐다. 테스트 이벤트는 일본 뿐 아니라 국제경기연맹(IF)과 자원봉사자들까지 함께 움직이는 것인데, 안하고 그냥 본 대회로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잔치의 주인공인 선수들이 '베스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냐는 물음과 직면한다.

관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들의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 달 뒤 좋은 기량을 쏟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커리어 5번째 올림픽 도전을 준비하는 '권총 황제' 진종오 역시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올림픽이 동네잔치도 아니고, 만약 급하게 열린다면 선수들이 충분히 훈련하지 못해 공평하지 않은 대회가 될 수 있다"며 에둘러 연내 연기에 대한 반대 뜻을 표했다.

IOC 바흐 위원장(왼쪽)도 아베 일본 총리도 연기를 처음 언급했다.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으나 강행은 이제 어려우 보인다. © AFP=뉴스1
IOC 바흐 위원장(왼쪽)도 아베 일본 총리도 연기를 처음 언급했다.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으나 강행은 이제 어려우 보인다. © AFP=뉴스1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를 차분하게 정비하려면 가능한 뒤로 미룰수록 안정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마냥 뒤로 미룰 수는 없는 법. 시간은 당장 '돈'과 직결된다.

일본 NHK는 이날 스포츠 경제학자인 간사이 대학교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의 분석 결과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될 경우 약 6400억엔(7조3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경기장과 선수촌 아파트의 1년 이상 유지비용이 필요하며 각종 올림픽 예선 및 선발대회를 다시 치러야하기에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년 연기도 부담인데 2년은 말할 것 없다.

다른 메가 이벤트와 일정이 겹친다는 점에서도 2년은 한숨이 나온다. 2021년에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만만치 않은 대회들이 열린다. 육상과 수영 종목 입장에서도 세계선수권은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그래도 동계 올림픽과 FIFA 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반응이 많다.

이 문제를 선수 쪽으로 대입해도 2년은 진종오의 표현처럼 '불공평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도쿄올림픽을 마지막 도전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베테랑들에게 2년의 기다림은 가혹할 수 있다. 

IOC와 조직위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상황이 크게 호전돼 7월24일에 정상적으로 개막하는 것이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은 기대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차선책을 마련해야한다면, 1년 연기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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