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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절벽은 없다⑥]"풀이시간 분석하는 AI"…웅진씽크빅 '관찰 에듀테크'

최삼락 IT실장 "천분의 1초 단위로 관찰해 나쁜습관 잡아내죠"
500억 빅데이터로 AI 고도화…"사람 이해해야 진짜 에듀테크"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9-11-11 08:00 송고 | 2019-11-11 10:59 최종수정
편집자주 "인구가 줄어드니 잘해야 본전입니다"
교육 기업 종사자들을 만나면 종종 듣게 되는 얘기다. 수치를 보면 빈말이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1400만명을 넘었던 학령인구(6~21세)는 2010년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다시 800만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수요가 계속 줄어들다 보니 매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교육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어학 등 평생 교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절벽에 직면한 교육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변신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최삼락 웅진씽크빅 IT개발실장이 서울 종로구 웅진씽크빅 AI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최삼락 웅진씽크빅 IT개발실장이 서울 종로구 웅진씽크빅 AI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어린이의 학습태도를 관찰하고 올바른 공부습관을 잡아주는 에듀테크. 웅진씽크빅만의 인공지능 기술이죠"

최삼락 웅진씽크빅 IT기획실장은 '웅진씽크빅 에듀테크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말에 "학습태도를 밀리세컨드(천분의 1초) 단위로 관찰하는 AI(인공지능)를 본 적 있느냐"고 되물었다.
에듀테크 선두주자로 꼽히는 웅진씽크빅이 올해를 기점으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14년 첫 에듀테크 '웅진북클럽'을 출시했고 올해 2월에는 업계 최초로 실시간 AI 학습분석 솔루션을 적용한 'AI수학'을 선보였다. 기세를 몰아 11월에는 '스마트올'을 내놓으며 전과목 AI학습을 시작했다. 12월에는 개인 최적화 독서 추천 프로그램인 'AI독서 투데이'(Today)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공도 독보적이다. 지난 5년간 북클럽으로 끌어모은 빅데이터는 무려 500억건을 웃돈다. 올해 6월 문을 연 'AI랩스(LABS)' 인력은 어지간한 법인 수준인 70여명에 달한다. 3년 전 IT개발실이 꾸려질 시절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업계 최고의 빅데이터와 AI기술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최 실장은 "웅진씽크빅의 강점은 학습자의 '공부습관'을 잡아주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뉴스1은 지난 8일 최 실장을 만나 웅진씽크빅의 '관찰 에듀테크'를 들어봤다.
◇"10년 습관 관찰하는 AI…빅데이터만 500억건"

"어린이의 10년 후를 결정짓는 것은 '습관'이에요. 성적 향상을 방해하는 나쁜 습관을 잡아내고 바른 습관을 길러주는 기술이 진짜 에듀테크입니다"

웅진씽크빅 스마트러닝 기술의 산실(産室)인 'AI랩스'는 차세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핵심 사업부문이다. 웅진씽크빅이 사활을 걸고 있는 에듀테크 빅데이터가 이곳으로 모여 AI를 구동하는 로직(logic)으로 설계된다.

AI랩스에 들어서면 스타트업처럼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개발실 벽면은 온통 복잡한 수식으로 채워져 있고 개발진들은 종이와 마커를 들고 함수를 그려 나간다. AI랩스 중앙에는 '어린이의 10년 후를 생각합니다'라고 적힌 사내 비전이 걸려있다.

최 실장은 "갓 배우기를 시작한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법은 무엇인지, 이 아이가 10년 뒤에 잘 성장하게 하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웅진씽크빅의 에듀테크가 출발했다"고 회상했다.

웅진씽크빅의 '10년 고민'을 담아 탄생한 첫 에듀테크가 '웅진북클럽'이다. 당장 학부모의 구미를 당기는 영어·수학보다 배움의 첫걸음인 '독서'를 택했다. 웅진씽크빅의 '관찰 에듀테크'가 시작된 첫 솔루션이기도 하다.

웅진북클럽 AI독서케어 솔루션(웅진씽크빅 제공)© 뉴스1
웅진북클럽 AI독서케어 솔루션(웅진씽크빅 제공)© 뉴스1

웅진북클럽은 전문독서평가사가 직접 학습자의 집을 방문해 독서능력·독서흥미·독서환경을 진단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진단 데이터는 AI엔진을 통해 △문장능력 △어법 △추론적 사고 △비판적 이해 △독서동기 등 13단계 항목으로 세밀하게 분석된다.

학부모도 예외는 아니다. 집에는 몇 권의 책이 있고 어느 방에 꽂혀있는지, 부모의 독서량과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도 현미경 분석을 거친다. 최 실장은 "분석 결과지를 뜯어보면 자녀의 독서흥미나 환경이 부모의 생각과 딴판인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웃어 보였다.

웅진북클럽의 AI는 책을 읽는 단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AI독서코칭 솔루션은 학습 영역을 △국어 △수리·과학 △백과·상식 △사회·역사 △예술·체육 5대 분야로 나눈 뒤 어린이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읽을거리를 추천한다.

이후 학습자가 어느 영역을 좋아하는지, 어떤 단어를 어려워하는지부터 한 장을 읽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까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는 3개월마다 '독서코칭 리포트'로 작성된다.

최 실장은 "AI 독서코칭 솔루션은 어린이의 선호도를 분석해 가장 좋아할만한 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유도하기 때문에 1년에 평균 716권의 책을 읽게 된다"며 "또래 초등학생보다 10배 이상 많은 독서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융합형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사과'라는 단어를 배운다면 먹는 사과, 인사하는 사과, 진정쌍떡잎식물군으로서의 사과 등 여러 개념을 골고루 익힐 수 있도록 균형잡힌 독서를 유도한다"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누리과정 단어 80%를 미리 이해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웅진씽크빅은 오는 12월 독서코칭 AI를 한층 더 고도화한 'AI독서투데이'를 출시한다. 기존 웅진북클럽이 선호도에 따라 균형독서를 유도했다면, 독서투데이는 학습자의 부족한 점을 분석해 꼭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 준다. 특정 어휘를 어려워한다면 해당 어휘가 가장 많이 들어간 책을 찾은 뒤, 학습자가 좋아할 만한 책부터 보여주면서 흥미와 성취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최 실장은 "웅진북클럽의 핵심은 학습자의 '독서습관'을 잡아주는 AI기술에 있다"며 "72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통해 매일 1억건씩 총 500억건이 넘는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솔루션을 정교하게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이 문제 찍었구나?'…천분의 1초 단위로 관찰해 나쁜 습관 잡는다

"이 아이는 어떤 단원에 강하구나, 어떤 문제에 겁을 내는구나…이걸 잡아낼 때 '아, AI가 작동하는구나' 느끼는 거죠"

웅진북클럽으로 쌓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은 고스란히 후속 에듀테크에 담겼다. 웅진씽크빅의 첫 정규교과 에듀테크 'AI수학'이 대표적이다.

AI수학은 무작정 성적을 올리기보다 '올바른 공부습관'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설계된 에듀테크다. 웅진북클럽의 '독서습관' 잡아주기와 일맥상통하는 기술인데, 단순히 오답을 분별하고 유사문제를 추천하는 알고리즘보다 몇 단계 진일보한 AI와 정교한 로직을 요구한다.

웅진씽크빅 개발진이 미국 실리콘밸리 머신러닝 전문기업 '키드앱티브'와 공동으로 개발한 AI는 유형별 오답률은 물론 학습자의 풀이시간과 학습태도 데이터를 천분의 1초 단위로 관찰해 나쁜 습관을 잡아낸다.

예컨대 학습자가 특정 문제를 알고 풀었는지, 우연히 찍어서 맞혔는지를 과거 학습경험과 대조하는 식이다. 아는 문제인데도 대충 찍고 넘어가면 AI가 즉각 감지하고 '수상해, 찍은 것 같은데?'라고 주의를 준다. 일부러 틀린 답을 고르면 '겁먹지 말고 천천히 풀어보자'는 응원 메시지가 나온다. 제대로 문제를 풀어야 '잘했어'라는 칭찬과 함께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빅데이터가 쌓이면 학습자가 어느 단원에서 실수를 하는지, 어떤 문제를 회피하는지, 평소 학습태도는 어떤지 등 나쁜 습관을 짚어낼 수 있다. 모르고 틀렸다면 취약한 개념을 다시 설명해 주고, 맞혔더라도 찍었다고 판단되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다시 제시된다.

최 실장은 "풀이시간을 밀리세컨드 단위로 측정하는 에듀테크는 웅진씽크빅 AI수학이 유일하다"며 "솔루션 검증에 참여한 현직 교사들이 'AI가 작동하는 게 정말 눈에 보인다'고 감탄할 정도로 가장 완성된 AI 플랫폼을 구현했다"고 자부했다.

공부습관 교정으로 통한 성취도 향상도 입증됐다. 웅진씽크빅은 지난 6월 김민기 카이스트 교수팀의 연구를 통해 AI학습코칭의 학습 효과를 세계 최초로 수치화했다. 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AI학습코칭을 경험한 학생군은 비경험군보다 평균 16문제를 더 빨리 풀고 정답률도 10.5%포인트(p) 높았다.

특히 AI학습코칭 데이터를 통해 교사가 직접 학생을 지도한 경우에는 학습량이 약 24문제 증가하고 정답률도 15.7%p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웅진씽크빅은 AI수학 출시 7개월 만에 전과목 AI학습 플랫폼 '스마트올'을 선보이며 국어·영어·사회·과학·통합교과까지 발을 넓혔다. 발 빠른 후속작 출시에는 웅진북클럽 시절부터 쌓은 빅데이터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AI기술에서 빅데이터는 성능과 고도화 수준을 가름하는 척도다. 최 실장은 "새로운 AI가 적용된 후속작을 여럿 준비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공교육 데이터 개방해야 한국 에듀테크 성장할 것"

"에듀테크 시장은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겁니다. 하지만 다른 AI 산업과 달리 한국은 교육 데이터 개방에 소극적인 점이 아쉬워요"

최 실장은 "에듀테크 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하면서도 "해외와 달리 한국은 유독 공교육 데이터 개방을 주저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GIA)는 전 세계 에듀테크(EduTech) 시장 규모가 2017년 2200억 달러(약 246조원)에서 2020년에는 4300억달러(약 48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에듀테크 시장도 같은 기간 4조원에서 1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장은 "2030년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인터넷기업은 교육 관련 기업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불과 10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국의 에듀테크 지원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신성장동력산업을 지정하고 3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샌드박스'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규제자유특구'에도 에듀테크는 빠져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에듀테크 연구·개발(R&D) 오롯이 교육기업의 몫이다.

최 실장은 "한국처럼 공교육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나라가 없지만, 교육분야를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구분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며 "공교육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현실이 개발자로서 답답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감한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비식별화하고 학생들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만 개방해도 한국의 에듀테크 산업이 굉장히 발전할 것"이라며 "삼성 같은 회사가 교육업계에서 나올지 혹시 알겠나"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실장은 웅진씽크빅의 비전에 대해 "10년 후에도 사람을 관찰하는 연구를 계속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웅진씽크빅이 중·고등학교로 연령층을 넓히거나 교육이 아닌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0년 뒤면 제 아이가 대학을 갈 나이입니다. 제 아이도 제가 만든 에듀테크로 공부하고 있죠. 어린이를 관찰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아이들이 글씨를 꽉 눌러서 쓰는 게 알아서 그러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죠.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성장시키는 것. 그게 진정한 에듀테크 AI 기술입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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