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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유행어로 본 북한-1] “강성대국은 망상대국”

김정은 등장 이후 주민들 불만 높아져

(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2013-09-13 23:59 송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 News1


김정은 체제가 들어 선 후 북한 주민들은 앞으로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가졌지만 최근에는 불만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과 김정은 정권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전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를 입증하듯 최근에는 북한 내에서 생활이 더욱 어려워져 가는 주민들의 실상을 빗댄 유행어와 소문도 퍼지고 있다.

요즘 북한 주민들 간 유행어 중 하나가 “강성대국은 망상대국이다”라는 말이다.

‘강성대국론’은 김정일 정권 시대인 1998년부터 북한에서 등장한 정치사상이다. 김정은 역시 강성대국론을 펼치며 각종 행사와 길거리에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홍보문구를 내걸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강성대국은 망상대국’이라는 말이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과 선전·선동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자 주민들은 애민통치술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가졌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김정은은 머리가 좋고 키도 큰데다 인자하며, 김일성을 닮아 앞으로 생활이 좋아질 것”이라고 선전을 한다.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지난 해 1월 평북 구성시에 위치한 탱크 제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자들과 스스럼 없이 사진을 찍었다. 또 당시 공장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도루묵과 전어 등 수산물 40kg씩을 지급했고, 이 같은 행보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 해 4월 6일 식수절 행사에서는 간부들이 미리 파 놓은 구덩이를 보고 형식주의를 질타하며 자신이 직접 구덩이를 메운 후 다시 파고 식수를 해 주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내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공업지구의 한 건물에 '위대한 선군정치 만세'와 '강성대국'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 News1 (단둥=뉴스1) 박정호 기자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며칠 앞두고 평북 운전군 삼광리의 협동농장원들 사이에서는 “강성대국이 열리는 해인 만큼 각 가정에 칼라TV가 지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당시 이들에게 지급된 것은 소문과는 달리 술 1병과 잡어 2kg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당시 수풍발전소 노동자들에게는 모포 1장, 돼지고기 1kg, 콩기름 1kg이 지급돼 삼광리 협동농장원들의 불만은 더욱 컸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때 운전군 운암역의 담장에는 ‘강성대국은 망상대국이다’라는 낙서가 발견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범인 색출을 위해 주민들의 필체를 검열했다. 이 같은 내용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고, 최근에는 공공연히 ‘강성대국은 망상대국’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강성대국 선전을 조롱하는 유행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성대국 문의 열쇠를 잃어버렸다”라는 말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강성대국 선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민생고와 경제난을 주민들이 개탄하고 있다”며 “강성대국 조롱 유행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우상화 시설 건설과 미사일 발사에만 매달리고 있는 북한 당국의 행태를 비난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요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강성대국론을 조롱하는 유행어는 ‘열쇠가 진뻘에 빠져 찾지 못한다’, ‘강성대국 문을 열어보니 안에서 간부들과 법관들이 술을 마시고 있더라’, ‘강성대국 하려면 하고 말려면 하지 마라. 우리와는 상관 없다’, ‘강성대국 문이 열리니 자력갱생 간판이 내려져 있다’ 등이라고 한다.


k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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