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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간문맥 막힌 환자 혈전 제거술 후 간이식 성공…세계 처음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24-05-02 11:14 송고
민은기(왼쪽부터)·한기창·이재근 교수가 정민수씨(오른쪽 두번째)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세브란스병원 제공)
민은기(왼쪽부터)·한기창·이재근 교수가 정민수씨(오른쪽 두번째)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세브란스병원 제공)

소화관에서 흡수한 영양분을 운반하는 중요한 통로인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 이식이 불가능했던 간경화 환자가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이재근·민은기 교수와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한기창 교수는 이식 수술 시 연결해야 하는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 수술이 힘든 상태이던 정민수씨(47)에게 혈전 제거 시술을 시행한 후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정씨는 약물치료가 불가할 정도로 간이 딱딱하게 굳은 간경변증을 앓고 있었다. 간경변증은 간세포 염증이 생겨 정상 세포가 파괴되는 증세가 반복돼 간을 이식받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정씨가 이식을 위해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을 때는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 있어 간이식 불가 판정을 받았다. 간을 이식할 때 이식 간의 간문맥을 수혜자의 간문맥과 서로 연결해야 하는데 정씨는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주치의인 이재근 교수는 상장간막정맥과 이식 간의 간문맥을 연결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이마저도 혈전으로 막혀있었다. 또한 정씨는 간문맥과 비장을 잇는 비장정맥도 막혀있을 뿐만 아니라 비장도 26cm로 정상 크기의 2배 이상 커져 있었다.
이 교수는 한기창 교수에게 협진을 요청했고, 이식에 앞서 '경경정맥 간내 문맥정맥 단락술'(TIPS·Transjugular Intrahepatic Portosystemic Shunt)을 시행해 간문맥을 막고 있는 혈전을 먼저 제거하기로 했다. TIPS는 간문맥에 금속 망 튜브인 스텐트를 넣어 막힌 혈관을 개통하는 시술이다.

한 교수는 3시간여에 걸친 시술로 혈전 제거에 성공했고 이후 이 교수는 정씨의 간문맥을 이식 간의 간문맥과 연결해 이식 수술을 완료했다. 또 비대해진 비장도 함께 제거했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혈전 제거술 후 '생체 간이식'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브란스 측은 "지금까지 혈전 제거 시술 이후 생체 간이식을 연이어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었다"며 "스텐트를 삽입한 상태의 간문맥을 이식 간의 간문맥과 연결하는 것은 기술적인 정교함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간문맥과 상장간막정맥이 혈전으로 막힌 경우 이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다"며 "영상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한 TIPS 진행으로 간이식 기회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ar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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