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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당했어요"…무고죄 심각한데 처벌 강화 답일까[바로 젠더]

무고죄 '처벌 강화' 여론 재점화…대법원 양형위는 '다른' 판단
해외보다 형량 낮지 않아…"명확한 판결 기준·수사력 강화 필요"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3-07-18 05:20 송고 | 2023-07-20 13:47 최종수정
편집자주 '젠더'란 타고난 성을 의미하는 '섹스'와 달리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성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회 현상이 바로 젠더입니다. 그러나 젠더 관련 논의는 진영 논리에 따라 갈등으로 치닫거나 기피 대상이 되기 일쑤입니다. 남녀 혹은 성소수자를 둘러싼 오해 등 젠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바로 젠더'를 연재합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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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지방에서 성매매한 사실을 남편에게 들키자 성폭행당했다고 허위 고소한 40대 여성.

# 채팅 앱으로 만난 남성과 합의된 성관계를 했지만 남자친구에게 외도를 의심받자 허위 신고한 20대 여성.
최근 재판에 넘겨진 성범죄 무고죄 혐의 사례들입니다. 검찰의 잇따른 무고죄 기소 사건들과 일부 무고죄 판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고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무고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무고죄 엄벌의 필요성이 높다"면서도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무고죄 형량 강화에 신중한 반응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무고죄 양형 기준 준수율 '96%' 이상
 
먼저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무고죄 형량이 낮다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156조는 무고죄와 관련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됐습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은 5년 이하 자유형 또는 벌금형입니다. 프랑스는 5년 이하 구금형 및 4만5000유로(약 6400만원)의 벌금형, 영국은 6개월 이하의 즉결심판이나 벌금형에 처합니다.

대법원 양형 기준을 보면 일반 무고는 기본 6개월~2년, 특정범죄가중법상 무고는 2년~4년이 기본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양형위는 일선 법원의 무고범죄 선고형이 대체로 양형 기준을 잘 준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고죄 양형 기준 준수율은 지난 5년 평균 96.5% 수준에 달합니다.

양형 기준 준수율이 높다는 건 양형 기준이 너무 낮아서 실제 선고와 어긋나는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또 대법원 양형위는 무고범죄 사건이 지속 감소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현시점에서는 양형기준을 변경할 필요성이 적다고 봅니다. 무고죄 양형기준 강화 시 성범죄 피해자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가 무고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무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배경입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다소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사법부 소속으로서 법률상 독립성이 보장된 양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피해자의 인격과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무고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무고죄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성범죄 무고죄를 둘러싼 공통된 문제의식은 피해자의 인격과 일상생활을 파괴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엄벌주의를 내세웁니다. 반대편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 위축을 우려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실제 성범죄 무고죄를 향한 국민적 불안감과 실제 심각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체계적인 통계 전무…실질적 대책 필요

이 같은 논란은 성폭력 무고죄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논의하고 뒷받침할 통계가 갖춰지지 않아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성폭력 무고죄만 집계한 자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논의가 성폭력 무고죄와 성폭력 외 무고죄를 구분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성폭력 무고죄에 대해 전혀 다르게 결론 내리는 연구 보고서도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안은 체계적인 통계가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아전인수식 주장만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성범죄 전문 법조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무고죄를 상향해야 한다고 하는 전제가 되는 문제의 실질 혹은 실체가 없다"며 "사이다식 해결법은 갈증을 해소하는 게 아닌 갈증이 해소된 척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고죄에 대한 불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 명확한 판결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높이는 일이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 무고죄에 대한 불안의 실체는 '억울하게 처벌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판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서 오는 것"이라며 "판정 기준을 명확하게 밝혀주고, 수사기관의 역량 강화, 성범죄에 대한 교육 등 국가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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