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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파업·시위 장기화…반정부 시위, 유럽 전역 확산 가능성

프랑스 시위 이어져…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정치권도 '비상'
프랑스 정유업계 파업…다른 산업 노조·에너지 가격에도 영향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2022-10-19 10:01 송고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하며 리시 몽테뉴 고등학교의 입구를 막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유업계에서 촉발된 임금 인상 파업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하며 리시 몽테뉴 고등학교의 입구를 막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유업계에서 촉발된 임금 인상 파업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프랑스 각지에서 높은 유가와 물가로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고통받는 독일 등 타 유럽 국가 사람들도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면서 유럽이 시위의 물결로 휩싸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1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에너지 요금 인상과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지도자들도 같은 정치적 혼란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려는 차량이 줄 지어 서 있다.  2022.10.13/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1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려는 차량이 줄 지어 서 있다.  2022.10.13/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프랑스 시위 이어져…독일·이탈리아 등 유럽도 비상

프랑스에서는 파업중인 교사, 철도, 보건 종사자들이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행진을 벌이며 전국단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시위는 3주째인 정유업계 파업으로 에너지난이 심화한 게 발단이다.

현재 프랑스 전국 주유소의 약 28%가 휘발유와 경유 등을 다 소진한 상태다. 물량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 긴 줄을 형성했고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다수가 시위 대열에 합류한 것인데, 대부분의 행진은 평화적으로 이뤄졌으나 파리의 일부 시위대는 상점 유리창 등을 부수고 경찰과 직접 대립하는 등 시위가 격화된 양상을 보였다.

에너지난 불편이 커지면서 그 직접적 계기가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인구도 늘었다.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이후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보복으로 대륙간 연결된 천연가스 공급에 쓰이는 가스관을 차단했다. 이에 가스값 폭등으로 에너지 대란이 불거진 것.

실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제재에 대한 지지도는 떨어지고 있다. 아이팝이 이달 발표한 프랑스와 독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의 67%가 러시아 제재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고 독일의 지지율은 80%에서 66%로 급감했다.

여론을 반영하듯 독일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에너지 요금 상한제, 취약가정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대러 제재 종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독일 베를린, 포츠담, 라이프치히 등에서 시위자들은 복지 지급을 늘리고 더 저렴한 주택 및 기후 정책 등을 요구했다. 라이프치히 지역 노조 협회 관계자인 마누엘라 그림은 "일부 회사들은 현 위기로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전쟁으로 인해 파생된 경제 침체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이용해 극우 및 극좌 단체들이 득세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이탈리아 정치권도 에너지 상황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대중의 분노가 깊어질 가능성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물가 상승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개인과 기업들은 높은 가스비 및 전기 요금에 분노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에너지 가격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는 지난 9월 치러진 이탈리아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따라서 이탈리아 차기 총리인 조르지아 멜로니는 겨울에 맞춰 높은 에너지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포트 제롬 쉬르 센의 엑손모빌 정유공장 앞에 시위대가 불을 지른 타이어가 불에 타고 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깃발도 펄럭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한병찬 기자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포트 제롬 쉬르 센의 엑손모빌 정유공장 앞에 시위대가 불을 지른 타이어가 불에 타고 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깃발도 펄럭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한병찬 기자

◆佛 정유업계 파업…다른 산업 노조·에너지 가격에도 영향

프랑스는 정유업계발 파업이 다른 산업 및 공공부문 노조들에의 반발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규모의 노조 중 하나인 CGT(노동총동맹) 노조가 다른 부문의 근로자에게 더 광범위한 파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다.

앞서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털에너지는 내년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14일 두 노동조합인 CFE-CGC, CFDT와 계약을 체결했다. 두 노조와 체결한 계약 조건에 따라 토털에너지는 내년에 7% 임금을 인상하는 안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CGT노조가 10% 인상을 요구하며 토털에너지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의 정유소 7곳 중 4곳 꼴로 파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파업이 진행되는 곳 모두 토털에너지가 운영하는 곳이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월요일 TV 인터뷰에서 "협상의 시간은 끝났다"며 "노동자 대다수를 대표하는 다른 노조와 합의가 이뤄졌을 때 CGT가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연료 공급 위기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해결책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유대란 상황에 지치고 고생하고 있는 모든 동료 시민들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파리 모터쇼를 방문해 "해결책을 업데이트 하기 위해 정부 대변인 뿐 아니라 재정, 에너지, 환경, 교통부 장관들을 소환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정유업계 파업은 에너지 부문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 원자력 발전소인 EDF(전력공사)에서는 파업으로 인해 원자로의 수리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그 탓에 EDF는 최근 며칠간 일부 원자로의 재가동 날짜를 최대 한 달까지 늦춰야 했는데, 이는 전기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염려를 부채질했다.

파업은 유럽과 프랑스가 직면한 에너지 위기도 악화시켰다. 이 대륙은 고가의 액화천연가스에 많은 돈을 쓰면서 러시아 이외의 공급자들로부터 천연가스를 앞다퉈 구입하고 있는데 이는 서유럽 전역의 전력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 탓에 프랑스 국민들은 파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엘라베 여론조사에서 39%가 파업을 지지했고 49%가 반대했으며 12%가 무관심하다고 답했다.

시위에 참가한 57세 간호사 이사벨 칼렉은 "우리는 괜찮은(decent) 월급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 가격과 임대료의 상승으로 파리에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의 임금을 인상하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 라고 그는 덧붙였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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