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新세종실록] "봉급은 제자리에 국민 욕받이 전락"…침울한 세종관가

'긴축’ 재정 강조한 정부, 내년 임금 '동결' 가능성 무게
공무원 임금 인상률 수년 째 제자리…"왜 희생 강요하나"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2-07-09 08:00 송고 | 2022-08-17 15:06 최종수정
편집자주 뉴스1 세종팀은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신속하고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로서 꼼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못 챙기는 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신(新)세종실록은 뉴스에 담지 못했던 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취재와 제보로 생생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치·문화가 펼쳐진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기록한 세종실록처럼 먼 훗날 행정의 중심지로 우뚝 선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되짚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부세종종합청사 출근 모습. © News1 DB
정부세종종합청사 출근 모습. © News1 DB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물가와 달리 임금인상률은 매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공직사회에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여기에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공무원 사망 소식은 여타 직업군에 비해 '안정된 생활'이 특장점이던 직업에 대한 자부심마저 흔들리게 한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긴축 재정을 본격화하고,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등의 윤석열 정부 재정운용방향이 제시됐다. 난 정부에서 확대된 국가채무 증가세를 완화하고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재정을 강력히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여러 재정 혁신 방안 가운데에서도 공무원 임금 등 공공 부문에 강력한 '긴축'을 들이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공무원 정원·보수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생 경제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공직 사회가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도한 복리후생을 제한함으로써 새 정부의 재정 다이어트에 일조하게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공직사회를 향한 정부의 강도 높은 '허리띠 졸라매기' 요구에 당장 내년도 공무원 임금인상을 앞둔 관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월급에 하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자조섞인 푸념이 터져 나온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 News1 DB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 News1 DB

한 공무원 커뮤니티에는 "공무원 봉급인상은 몇 년째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라며 "물가는 천정부지인데 왜 최저시급도 안되는 서민하위직들 급여를 동결하느냐"는 불만섞인 게시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2018~2022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보면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 2.9%, 2021년 0.9%, 2022년 1.4% 인상하는데 그쳤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올해 공무원 봉급표를 봐도 9급 공무원시험 합격 후 수령하게 될 9급 호봉 급여는 168만6500원이었다. 공무원 급여의 경우 직급 여하나 호봉, 각종 수당 지급 여부에 따라 급여의 편차가 크다고는 하지만, 신규 하위직 임금의 경우 최저임금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22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이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20년) 생활물가 연평균 상승률은 3.9%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 상승률은 무려 12.9%였다. 이 정도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올 들어 치솟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직사회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팍팍한 임금에 더해 심심찮게 들려오는 동료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소식은 더욱 일할 의욕을 잃게 만든다. 특히 그 이유가 특정인에 집중된 과도한 업무 탓이라는데 여전히 경직된 조직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26일 세종시에서 근무하던 20대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유족들은 세종시 8급 공무원인 A씨가 업무 과중에 따른 어려움을 평소 호소하는 등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의 동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세종종합청사에 근무 중인 한 부처 직원은 "월급은 쥐꼬리인데 매년 임금 인상 결정시기만 되면 공직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면서 "이걸 가지고 정당한 인상 요구를 해도 국민 여론은 더 냉담하다. 우리도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한 것이지, 한 사람의 국민인데 마치 국민 욕받이가 돼버린 느낌"이라고 푸념을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도 "연금도 박살나고 최저임금도 200만원이 넘은 시대에 하위직 말단 공무원들만 드잡이하는 격"이라며 "그러니 누가 공무원이 되려 하나.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평가됐던 직업적 자긍심도 사라진 오래"라고 했다.


euni1219@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