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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근무? 이상적" 韓애니메이터들의 '버즈라이트이어' 작업기 [N인터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2-06-08 11:14 송고
버즈라이트이어 스틸 © 뉴스1
버즈라이트이어 스틸 © 뉴스1
6월 극장가 기대작 중 하나는 단연 디즈니·픽사의 신작 '버즈 라이트이어'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버즈 라이트이어'는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토이 스토리'의 첫 번째 스핀오프 작품이다. '도리를 찾아서' 공동 연출을 맡았던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이 연출했다.

5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SF 장르이기도 하다. 영화 속 우주 공간의 프로덕션 뿐만 아니라 주인공 버즈 우주복 제작까지 NASA와 협력해 연구하며 디테일을 더했다. 또 클래식하면서도 복고적인 SF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만큼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가 담기기도 했다.
이 작품에는 두 명의 한국인들도 함께 했다. '루카' 애니메이션 파트와 마블의 '이터널스' '샹치' 비주얼 이펙트에 참여했던 전성욱 레이아웃 아티스트, 그리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앵그리버드2' 애니메이션 파트에 참여했던 이채연 애니메이터가 '버즈 라이트이어'를 함께 완성했다. 8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두 사람과 '버즈 라이트이어' 작업기에 대해 들어봤다.

버즈 라이트이어 전성욱 레이아웃 아티스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뉴스1
버즈 라이트이어 전성욱 레이아웃 아티스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뉴스1

-각각 파트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전성욱) 이번 작품에서 영화 촬영을 담당했다. SF영화이기 때문에 우주나 액션 장면도 많고 광활한 우주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연구를 많이 했다. 픽사 최초이기도 하고 애니 업계에서도 최초로 IMAX 카메라로 촬영해 장대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채연)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이 캐릭터에 생명 불어넣는 직업이라 캐릭터에 대해 가장 높은 이해를 해야 한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다 이해해서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야 하는데 실사 영화로 치면 배우라는 개념이다. 버즈와 삭스 로봇도 작업했지만 이지 캐릭터도 비중 있게 작업했다. 스페이스 슈트를 입어서 덩치가 크게 나오기 때문에 카메라에 맞춰서 단축시켜야 하는 작업도 했다.

-디즈니·픽사의 첫 스페이스 영화인데, 작업하면서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전성욱) '토이 스토리'라는 장난감 버즈를 사람으로 변화시켜서 버즈의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고 '토이 스토리'와 다른 스타일로 접목, 리얼하게 만들어져야 했다. 클래식 렌즈를 촬영해서 긴 화면에 펼쳐져 있는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액션이 펼쳐지는 순간에는 박진감을 잘 보여주려고 했다. 조명도 SF영화지만 필름 누아르 장르의 조명을 사용했는데 버즈의 이야기에 조명 사용해서 이야기 전달하려고 했다.

▶(이채연)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 애니적인 요소를 더 많이 집어넣길 원하시는데, 실존하는 인물처럼 보이길 원했다. 이런 경험은 애니 쪽으로 특별했던 점이다.

-버즈가 광속 비행을 하고 돌아올 때마다 변하는 동료 엘리시아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 장면의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이채연) 저는 감독님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생각한다. 감독님의 고향이 포틀랜드인데 거기서 떠나 다른 곳에서 25년 이상 지내고 있다. 버즈가 우주에 오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자기 고향을 떠나 시간을 보내는 것에 공감을 많이 얻었고 표현하고 싶었다고 들었다.

-역사 깊은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 스핀오프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전성욱) 첫 '토이스토리'를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가 1995년인데 3D 애니 장르에 빠졌다. 당시 그림판으로 3D를 만들려고 했다. 그 정도로 '토이스토리'를 좋아했는데 스핀오프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신이 났었고, 장면마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이채연) 저도 큰 영광이었다. '버즈 라이트이어'를 하고 있는데도 실감이 안나고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토이스토리'의 단편 '작은 버즈 라이트이어'를 담당했던 앤거스가 이 영화의 감독님이 돼서 실사 같은 버즈를 만든다는 데 일원이 돼서 함께 한다는 것도 영광이었다. 훌륭한 애니메이터들과 나란히 작업했던 것도 발전할 수 있었고 얼떨떨했다. 이 작품이 디즈니 플러스에 나와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버즈 라이트이어'가 '스타트렉' '스타워즈'를 참고, 해당 작품들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했다. 각자 작업한 파트에서 어떤 작품을 레퍼런스 삼아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고 작품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느낌의 고유 분위기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전성욱) 저희도 똑같이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를 기본 레퍼런스로 봤다. 참고한 콘셉트들이 있다. 가장 크게 보면 90년대 초에 봤던 '터미네이터'나 '로보캅'일 수도 있다. 그때 당시 아날로그적인, 미래적인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당시 카메라 스타일도 찾아봤었고, 클래식 렌즈도 사용하며 긴 화면에 펼쳐진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등 카메라 촬영 스타일도 연구했다. '버즈 라이트이어'만의 느낌은 3D로 넘어오기 전 아트 팀에서부터 디자인이 완성된 부분이라 그 느낌을 이으려고 했다. 

▶(이채연)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에일리언'이고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참고했는데 그 영화들은 절대 애니메이션 같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의 느낌을 내기 원했다. 실사 영화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그런 영화를 예로 들면서 무게감과 실사 같은 움직임들을 항상 강조했다.

버즈 라이트이어 이채연 애니메이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뉴스1
버즈 라이트이어 이채연 애니메이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뉴스1

-이 작품에 참여한 계기는 직접 지원해서인지, 아니면 앤거스 감독 및 제작진에 발탁된 것인지.

▶(전성욱) 내부적으로 지원한 분도 있지만 소위 '캐스팅된다'고 하는데, 저희도 캐스팅이 된 케이스다. 보통의 아티스트들이 캐스팅 통해 어떤 작품 참여할지 결정이 된다. 저의 경우 전작인 '루카'를 보시고 촬영 감독이신 분과 같이 판단해서 뽑아주셔서 참여하게 됐다. 픽사에서는 '루카'와 '버즈 라이트이어'에 참여했고 현재 피터 손 감독의 신작에 참여 중이다. 이전에는 배우 마동석이 참여했던 '이터널스'와 또 다른 마블 작품인 '샹치'에 참여했다.

▶(이채연) 저는 이 작품이 픽사에서 첫 영화다. 이전에는 소니픽쳐스에서 '닥터 스트레인지2'에 참여하다가 넘어왔는데 어떤 작품에 들어갈지는 결정되기 전까지 본인도 알 수 없다. 제가 '버즈 라이트이어'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면접 때 이미 '버즈 라이트이어' 팀에 들어갈 사람으로 인터뷰를 했다. 저도 피터 손 감독 신작 작업 중인데 이 또한 캐스팅을 통해 들어가게 됐다.

-'삭스' 캐릭터가 화제인데 이 캐릭터는 어떻게 고안되고 만들어졌나.

▶(전성욱) 삭스는 이미 작품 참여하기 전부터 개발돼 있었다.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를 보면 주인공과 함께 도와가면서 모험해나가는 로봇 캐릭터가 있듯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존재가 필요했고 그런 존재가 삭스로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채연) SF 장르를 레퍼런스로 삼았기 때문에 이런 존재가 꼭 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픽사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일하고 있는데 작업 분위기는 어떤가.

▶(전성욱) 작업 분위기는 자유롭고 수평적이다. 이전에 참여했던 마블 작품을 했을 때도 위에 감독, 촬영감독 등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제 시퀀스에선 아티스트로서 표현할 수 있게끔 자유롭게 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작업하는 방식도 각자 스타일을 존중해주는 편이다. 개개인마다 능력이 달라서 좋은 걸 만드는 장면이 있다 하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배우기도 하고 영감을 주고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이채연) 인종의 다양성, 언어의 다양성이 있다. 저희 같이 영어가 네이티브 언어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기회를 주고, 포럼도 많이 한다. 거기서도 배우는 점이 많다. 레전드 아티스트분들과 작업하면서 그분들의 작업을 데일리 리뷰에서 볼 수 있고 메시지 한번으로 그분들에게 닿을 수 있는 게 특별한 경험이다. 그런 분들이 저를 언제든 도와주려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계셔서 이상적인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전성욱) 영화를 보시면 기존 픽사 영화와 다른 스타일을 느끼실 수 있다. 극장에서 보시는 걸 당연히 추천드린다. 아이맥스로 촬영을 진행했는데, 한국 관객 분들이 마블 영화에 익숙해져있고 박진감을 잘 알고 계실테니 아이맥스로 봐주시길 추천드린다.

▶(이채연) 픽사의 첫 SF 작품인 만큼, 나사와 협력해서 검수를 했을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아이맥스에서 즐기시면 짜릿함을 느끼실 것 같다. 버즈가 임무를 해결하면서 전해지는 깊은 주제 그리고 나이와 연령, 성별 상관 없이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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