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진료비 폭등 미국식 의료민영화 안돼" 시민단체, 영리병원 재점화 우려

제주도 법원서 잇달아 패소…"의료계·정부·국민 갈등 유발"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2-05-02 16:24 송고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모습. 2022.4.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모습. 2022.4.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제한'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로 재점화된 영리병원 논란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 및 한국 의료의 위기' 토론회를 개최하고 영리병원이 한국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국은 공공병원이 5% 수준밖에 되지 않고 비영리병원의 수익성 추구가 심각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비 폭등, 지역병원 폐쇄, 건강보험재정 고갈 등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 공동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모두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고, 영리병원이 고용창출을 이루는 산업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정부에 허용을 건의한다"며 "그러나 관련 연구에서 오히려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19% 더 높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우 공동대표에 따르면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보고서에는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 전환될 경우 지역 중소병원 약 66~92곳이 폐쇄되고, 의료비 상승이 예측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실행위원은 "외국의료기관의 전면적 비급여 진료 허용은 내국 의료기관에 대한 심각한 역차별"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영리법원 허용 근거규정을 둔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 개정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 실행위원은 "공급자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며, 수요자 측면에서 국민들의 건강권과 관련해 차별적 접근을 제도적으로 허용해 의료계와 정부, 국민 3자 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호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자문변호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속서에는 한국이 보건의료서비스에서 FTA의 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등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규제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한미·한중 FTA의 최혜국대우 의무조항이 있어 결국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독일 자본이 투자한 영리병원에 대해 한국 정부의 규제권한이 훼손될 위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영리병원이 허가된다면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데이터를 의료기관 밖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되고, 영리법인이 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되면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보건의료데이터를 노리는 기업들이 공적 통제를 벗어나 데이터 수집과 집적화를 쉽게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설립한 영리병원이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 승인을 받았으나, 2018년 12월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달면서 영리병원 찬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5일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주도가 법령상 근거 없이 내국인 진료를 제한했다는 것으로, 제주도는 지난달 20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녹지 측은 이번 소송과 별개로 2020년 11월16일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지난 1월13일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제주도는 1심 판결을 뒤집은 2심 판결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당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고 원심을 확정했다. 


soho0902@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